나와 일을 동일시하지 않기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by 심민경

라흐마니노프가 처음 교향곡 1번을 발표하고 난 평론가로부터 엄청난 혹평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라흐마니노프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게 된다.


솔직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남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 하나만 받아도,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지 않나. 자신의 분신 같은 곡이 평론가의 조롱거리가 된다면 아무리 자존감이 높다 한들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니콜라이 달 박사의 치료 덕에 우울증을 극복하고 피아오 협주곡 2번과 함께 성공적인 컴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곡을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한다. 실제로 라흐마니노프는 3개월 넘게 매일 최면 요법에 임했다고 하니, 이 곡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공과 사를 구분하라’, ‘일과 나를 분리시켜라’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들어봤던 조언일 테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공과 사, 일과 나를 분리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바로 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서이지 않을까.


이 곡을 들으니, 한창 번민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나는 남에게 보이는 직업 혹은 일에서 나의 존재, 나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인정받는 것이 좋았고, 어떤 타이틀로 소개받고 싶은 욕구가 컸다. 일에 대한 칭찬이 나의 자존감으로 연결되는 순작용도 있었지만, 반대로 일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이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일도 허다했다. 마치 양날의 검 같지 않나?


나를 지키는 방법은 뭘까. 나의 존재를 오로지 일에서만 찾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흐마니노프가 했던 최면 요법처럼, 스스로의 정신적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만트라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내가 요즘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만트라 말이다. “그럴 수도 있지.”


https://m.youtube.com/watch?v=l9qFsJaIKnM&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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