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베토벤 - 교향곡 제6번 <전원>

by 심민경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교향곡 제5번 <운명>과 같은 날,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마치 내 운명과 맞서 싸워야 할 것 같이 긴장하며 들어야 하는 5번과는 달리, 6번은 지금 이 순간을 한 없이 감사하게 만드는 감정을 심어준다. 같은 날 선보였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다.


베토벤은 <전원> 1악장을 ‘전원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상쾌한 기분’으로 명명했고, 도입부를 들어보면 마치 파란 하늘과 넓고 푸른 들판의 모습이 떠오른다. 혹은, 곧 추수할 때가 되어 노랗게 영근 곡식이 가득한 밭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딱, 베토벤이 의도한 대로 이 곡은 평화로움과 유쾌함을 선사한다.


그래서 내게 <전원>은 참 선물 같은 곡이다. 내 앞에 있는 문제를 멀찌감치 떨어뜨려준다. 찰리 채플린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내가 당면한 일상의 숙제를 잠시 놓고, 더 큰 그림을 보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다.


사실, 전원의 평화로운 풍경은 농부의 피땀 어린 정성과 돌봄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산물을 멋진 걸작처럼, 감상하고 감탄할 뿐이다. 우리 인생도 전원의 풍경과 같지 않을까? 도전과 응전이 반복되는 일상이 만들어낸 굴곡과 생채기는 길게 보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남을 것이라 믿는다. 베토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 곡을 통해 현재에 머무를 수 있음에, 그래도 감사한 하루다.


https://youtu.be/q6N-idb1E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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