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시절의 피아노 곡

모차르트 - 피아노 소나타 16번, K.545 (그리그 편곡)

by 심민경

피아노 학원에 다녀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씩 치게 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 1악장 알레그로는 모차르트의 천진난만함이 느껴지듯 쾌활하여, 어린이날이 되자마자 이 곡이 듣고 싶어 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이 곡을 연습했다. 콩쿠르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는데, 가기 전에 엄마의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연세대와 이대 후문 쪽에 있는 설렁탕집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에 눈 화장을 해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당시 화장이 너무 싫었던 나는 기겁을 하며 겨우 립스틱만 바르고 들어가게 되었다.


대기실에 들어가니 옷을 갈아입거나 악보 보는 친구들이 가득했고, 나는 빨간색 장미 모양 프릴이 달린 부담스러운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아무 생각 없이 대기했다. 콩쿠르에 나가면, 심사의원이 차임벨을 칠 때까지 피아노를 칠 수 있는데- 대기실에서 엄마 혹은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들에게 벨소리를 듣더라도 무시하고 계속 치라는 주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내 순서가 가까워져 무대 뒤 커튼에서 대기 중인데, 주최 측이 내 이름 성씨를 잘못 적어 마음이 잠시 거슬렸지만, 11살 꼬마는 심사의원석에 인사를 하고 덤덤하게 연주를 해낸다. 떨리지도 않았고, 막 기쁘지도 않았지만 연주가 끝나고 내려오고 부모님 얼굴을 보니 뿌듯한 감정이 올라왔다.


당시 아빠는 내가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쳤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해하셨고, 여태껏 내가 받았던 칭찬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셔서 그런지 이 곡을 들으면 제일 먼저 아빠의 칭찬이 떠오른다. 부모로 받는 인정과 칭찬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돌이켜보니 알 것 같다.


지금은 음악과는 동 떨어지는 일을 하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해 준 아빠, 그리고 엄마에게 정말 감사하다.


엄마 아빠, 많은 기회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해요.


https://youtu.be/YqQY6-Bvz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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