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위로와 응원이 되는 것에 대해

엘가 - 수수께끼 변주곡, 9번 님로드

by 심민경

익살스러운 작품명에서 보여주듯, 이 작품은 엘가의 즉흥 연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898년 저녁, 피곤한 일과를 마치고 피아노 앞에 앉은 엘가는 단순한 멜로디를 치게 되는데, 이 멜로디가 이내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그 즉흥곡을 더 확장시켜 엘가의 아내, 친구, 친한 지인의 성격과 모습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엔 엘가 스스로의 모습을 묘사하며 작품을 끝마친다. 때문에 총 14개의 변주에는 이니셜이 붙여져 있다.

영화 <덩케르크> 사운드트랙에 수록되기도 한 ‘9번째 변주-님로드(Nimrod)’가 전체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님로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사냥꾼을 뜻하는데- 독일어로 사냥꾼은 예거(Jager)고, 엘가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은 아우구스트 J. 재거(Jaeger)이기 때문에 친구 이름을 장난스럽게 지칭하고자, 9번째 변주를 이니셜 대신 님로드로 정했다.

9번째 변주는 출판사 노벨로 음악담당 편집인이자, 평소 엘가에게 뼈 때리는 충고를 해주는 절친 재거와 했던 어느 날의 대화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작곡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엘가에게, 재거는 청력 상실이라는 고통을 겪고도 작곡에 매진했던 베토벤을 언급하며 엘가를 위로해줬다. 그때 베토벤의 ‘비창’ 2악장의 도입부를 흥얼거렸다고 하는데, 엘가는 이 도입부를 9번에 차용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스토리 덕분인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주변 지인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애정이 담겨있다. 엘가가 무심코 친 선율을 좋아해 주고, 응원해줬던 엘가의 부인, 엘가가 작곡을 포기하려고 할 때 용기를 주었던 그의 친구 재거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엘가의 영감이 되었다.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것은 어쩌면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 아니었을까? 어느 하나 남의 영향 없이, 도움 없이 된 적이 없었다. 때로는 응원으로 때로는 따끔한 충고로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내 친구들에게 참 감사하다. 엘가가 힘들 때, 그의 옆에 우뚝 서 재치 있게 응원해준 재거처럼 나도 친구들의 영감이자 버팀목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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