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온다, 새로운 세계가 온다.
하루에도 무수한 글을 접하고 소비하고, 또 대다수는 그대로 흘려보낸다. 회사에서 기획 그 어딘가에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본의 아니게 매일 많은 글을 쓰고, 읽고, 검토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개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은 손에 꼽힐 정도. 그중에 꼭 다시 보고 싶은 것들은 메모장에 옮겨두거나 빠르게 스크린샷 해서 사진 폴더에 묶어두는 편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 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 걸 나는 알게 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 유호진 PD의 블로그 글 중에서
오늘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를 내 안에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올랐던 글.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 메모 앱에 저장하고, 그 이후로도 수 번을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모를 수밖에 없던 것들을 데리고 나의 세계로 성큼 들어오는 누군가. 이다지 매력적인 게 또 있을까.
(중략)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 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 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 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나는 나의 세계가 반드시 넓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 퍽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향도 지식도, 관심사와 삶의 방향까지도.
내가 모르던 음악과 알지 못했던 흘러간 영화. 도무지 지루하게 느껴지던 미술관, 전시회 소식이 생명력을 가지고 내게 다가오는 것.
내게 있어 애정은 몰이해의 영역이다. 알고 시작해도 매번 실패에 가깝게 끝나는 이유는 도무지 알 턱이 없지만, 이해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때마다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가 온다. 기꺼이 온몸으로 껴안기로 결정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에 나는 퍽 즐거운 계절을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