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채워야 비워낼 수도 있다. (어쩌면 밀어내는 것일 수도.) 나이 서른을 넘기고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
애초에 미니멀리스트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무언가 수집하고 쟁여두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이전보다 잘 비워내고 잘 포기한다. 몇 년을 묵혀두었던 옷더미도 불현듯 정리해서 한 번에 내어버리고, 추억이라고 모아두었던 각종 팸플릿, 지류들도 천천히 분류해서 버리고 있다.
하지만 버리기 위해서는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알던 지식과 기준을 넘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꽉 잡고 있던 것들을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과거에는 비우고 버리는 것이 마치 나의 일부를 떼어내는 일인 것 같아 두렵고 어려워했다. 추억의 큰 부분이 그대로 사라지는 거라며 차마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끌어안고 살았다. 자연스레 방은 꽉 차 버렸고, 비어있는 공간이 없이 그득 찬 방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지금에야 '버릴 때가 되었다' 고 생각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 무엇을 비워냈을 때 어떤 것들을 또 채워 넣거나 혹은 잠시 그대로 비워둘지에 대한 나와의 약속을 하나씩 만든다. 미래의 나는 아마도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하고야 말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수월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