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곳 옆집과 옆옆집에는 할머니들이 살고 계신다. 그분들에게서는 도시에서 느끼기 힘든 따뜻함도 느끼지만, 가끔은 정말 냉정한 말들도 들을 수 있다. 일례로 한분이 다른 한분에게 섭섭하셨을 때 "죽을 때가 다 돼서 사람이 변했다"라고 하셨다 ㅋㅋ
그러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냉정한 말 뒤에 숨겨진 본심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먼저 떠나시고 자식에게 짐이 되는 게 싫어 혼자 살고 계신 이곳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친구가 예전처럼 자신에게 관심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 퍽 따뜻했던 그런 관계가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 지금 나는 외롭고 힘들다는 그런 마음이 어렴풋이 들린다.
근래에 가장 큰 발견은 내가 꽤 오랜 기간, 양평으로 혼자 이사오기 그 이전부터 외로워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주변에는 감사하게도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선을 어느 정도 그어두고 그 너머로 넘어가진 않았다. 대화가 어색하거나 별로 의미 없다고 느껴지면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내 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굳이 털어놓을 필요를 못 느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건 아마도 두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첫 번째는 내가 항상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했고, 두 번째는 딱히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변에 항상 게임/유튜브/주식 같은 자극들과, 싫든 좋든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착각한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이곳에서 여러 자극 또한 덜어내니 감정이 더 선명하게 느껴져서, 깊은 관계를 만드는 법을 몰랐기에 내가 꽤 오랫동안 외로웠다는 것, 그리고 관계라는 것은 꼭 어딘가 건설적이어야만 소중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잘라내야 하는 관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얼마 전 여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외향적인 사람들과 내향적인 사람들 모두 외로움을 느끼는 건 똑같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이 그 외로움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 행복할 확률이 높다고.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면이 조금 더 강한 나로서는 이 말에 꽤나 동감한다.
대부분의 대화는 의미 있는 정보를 나누기 위함이 아닌 것임을, 대화는 그저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함임을, 그 사람이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소중한 것임을, 꽤 늦었지만 그래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P.S. 별개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본능적으로 관계의 소중함을 더 잘 알고,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 내는 능력 또한 더 뛰어난 것 같다. 나는 외로움이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확신하는데, 그래서 여자들이 더 오래 사는 게 아닌가 싶다 ㅎㅎ
*이 글은 2022년 6월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