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대원의 불륜은 순식간에 드러나버린다. - 출처 :유튜브<라떼 한편>
윤아 : 아줌마 남편이 우리 엄마랑 바람났어요.
주리의 아빠 '대원'과 윤아의 엄마 '미희'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불륜. 그리고 점점 배가 불러오는 '미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과 같은 상황 속에서 모범생으로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살고 있는 '주리'는 자신의 화목한 가정 지키고 싶다. 그에 반해 윤아는 학교에서는 문제아, 저녁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며 편모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다. 주리는 자신의 행복한 가정을 지키고 싶어 엄마 '영주' 몰래 아빠 '대원'의 불륜을 해결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상간녀의 딸 '윤아'는 그런 주리의 고군분투를 비웃듯이 훼방 놓는다. 결국 그 둘은 학교에서 싸우기까지 한다.
결코 친해질 수 없어 보이는 두 미성년들. 그 둘은 미희의 조산과 함께 나타난 동생 그리고 어른들의 무책임함 앞에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도망쳐서 도착하는 곳엔 천국은 없다.
상간남이자 새로운 아기의 아빠가 된 '대원'은 자신이 외면한 현실의 결과를 직면하게 된다. '대원'이 불륜을 하게 된 이유는 소원한 부부관계에 의한 권태, 남성으로서 가장으로서 '영주'에 비해 부족한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 일지도 모른다. 미희에 대한 동정심에 말로 일지 모른다. 남성으로서 자신의 자존감을 치켜세워주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미희'의 존재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했는지도 모른다. 한순간의 본능적 욕정이든, 자신의 우월감 충족을 위해서든 간에 '대원'은 장막 속에 숨겨둔 비밀이 밝혀졌고 어둠 속에서 자라난 괴물은 나약한 그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보인다.
이때 그는 항상 해오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사람은 습관적으로, 직관적으로 자신이 사용해온 익숙한 방법으로 상황을 헤쳐나간다. '대원'에게 익숙한 연장은 바로 <회피>, <도망>이다. '대원'은 가정 내 '영주'와의 불편한 부부 관계에서도 방으로 들어가 문제에서 항상 도망가왔다. 역시나 그는 조산한 상간녀 '미희'의 병문안을 가다가 딸을 보자 도망쳤고, 무거운 죄가 가족에게 드러나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자 먼 시골로 도망가버린다. 자신도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한 지 알고 있는 거 같기 때문이다. 자기도 자신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는 데 그런 추악한 모습을 함께 이불속에서 살결 나누고 믿고 의지한 아내 '영주'에게 보일 수 없고, 딸 '주리'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낱을 볼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딸 '주리'를 보자 우스꽝스럽게 숨으려고 하는 '대원' - 출처 :유튜브 <라테 한편>
'대원'처럼 삶의 문제를 맞이함에 있어 앞에 닥쳐 올 결말을 <외면>하고 <회피>하고 도망치는 사람들은 안일함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도망쳐서 도착하는 곳에 천국은 없다.'라는 말처럼 세상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문제를 회피하고 도망쳐서 얻게 되는 것은 마법같이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 부끄러움, 초라함, 비참함,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마음의 짐, 망가진 자신에 대한 자아상, 무너진 삶이었다. 즉, 우리는 결코 세상이 우리에게 던져준 문제들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도망치고 외면하고 회피하면 할수록 더더욱 망가지고 그 문제들은 커져만 간다.
책임을 대신 짊어지는 어른과 아이들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해진 아들러의 심리학에서는 책임을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이 우리에게 준 '인생의 과제'에 대해 응답(Respond)하는 능력(Abililty). Respond +Ability = Responsibility(책임). 아들러의 말처럼 '책임'도 일종의 능력임을 알 수 있다. 응답하면 할수록, 활용하면 할수록 능숙해지고 단련되는 능력이고, 활용하지 않을수록 약해지는 근육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대원'은 그 근육은 퇴화될 데로 퇴하되었고 자신의 짐 조차 들어 올릴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짐은 다른 누군가가 짊어지게 된다.
대원의 아내인 '영주'는 자신의 남편이 초래한 조산과 불륜의 상대방을 남편 대신 짊어진다. '영주'는 증오스러울 수 있게 보이는 상간녀 '미희'의 병원비를 내고 산모인 그녈 위해 죽까지 만들어 병문안까지 가며 그녈 보살폈다. 그리고 부모의 갈등, 가정과 가정 간에 충돌로 일어난 사건들로 아파하고 싸우기까지 한 아이들까지 껴안는다. 자신과 남편과의 관계로 인해 발생한 폭발의 잔해들을 하나하나 치우며 책임을 짊어진다.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엄마의 마음으로...
조산한 '미희'로 인해 한 곳에서 만나게 된 엄마'영주', 딸'주리'와 또 다른 딸'윤아' - 출처 유튜브<라떼 한편>
밥 사 먹어 둘이 군것질하지 말고. 싸우지들 마 너희들이 왜 싸워.
'대원'과 '미희'의 짐을 짊어지는 사람은 진짜 어른 '윤아' 뿐만 아니라. 두 미성년자들도 외도의 결과를 분담한다. 그 둘이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책임을 지지 않는 어른들을 보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주리의 아빠 '대원'은 자신의 외도로 생긴 아이, 끔찍한 사건들로부터 도망친다. 그리고 '주리'는 그것을 목격했다. 윤아의 엄마 '미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나은 아기를 애써 외면한다. 미희의 전남편이자 윤아의 아빠는 19살 때 '미희'를 임신시키고 지금은 가정을 부양하지도 않고 도박에 빠져 산다. 오히려 미희의 병원비를 부탁하려 온 '윤아'에게 도박 자금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삶조차 책임지지 못하고 한탕주의에 빠지고 도박의 강렬한 자극에 빠져 살고 있다. 주변 어른들이 그러기에 무감각하게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미성년들은 성숙해진다.
미성년자들이 어른들의 짐을 대신 짊어진다
돈 벌어서 애랑 독립할 거야. 너네 아빠 같은 사람보다 내가 훨씬 자격 있지
윤아는 아기 장갑을 꼼지락꼼지락 만지며 당당하게 주리에게 말하며 자신의 동생을 책임지려고 한다.
이런듯 누군가가 자신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기를 포기하고 놓아버리면 그 누군가가 그 짐을 대신 짊어진다는 것을 영화 <미성년>에서는 여실히 보여준다. 기실 짊어질 필요도 없던 짐이었을지도 모른다. 약간의 가정 불화, 한 남자의 자격지심 혹은 욕정을 어떻게든 해결했으면 되었을 것인데 숨기고, 외면하다 보니 켜켜이 쌓인 문제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가 엄청난 무게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린 몸도 사회적 지위도 어른이지만 철없는 애어른과 법적으론 미성년이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그 누구보다 조숙한 아이들 간에 대조를 보며 누가 진정 '미성년'인지 깨닫게 된다.
몸이 성장하고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가 많다고 어른일까? 영화 <미성년>은 몸도 사회적 지위도 어른이지만 철없는 애어른과 법적으론 미성년이지만 정신은 조숙한 아이들을 대조시킨다. 관객들은 같은 사건을 대처하는 인물들의 서로 다른 태도와 자세를 보여주며 누가 진정 '미성년'인지 깨닫게 된다. 가정을 유지하고 관리하고 보수해야 하는 책임, 남자로서 태어나 얻게 되는 본성을 슬기롭게 다스려야 하는 책임, 하객들에게 공언한 결혼 서약을 기꺼이 준수하고자 하는 책임, 누군가의 부모로서 모범을 보여하는 책임 등등 기꺼이 이런 우리가 세상에 던져짐으로써 생겨난 삶의 무게를 짊어지는 인간이 바로 '성년'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김윤석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영화가 불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분위기는 오히려 담담하고 밝다. 비관적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과 영주는 오히려 찬찬히 상황을 대처해나가고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배우 김윤석의 웃음을 자아내는 신의 존재 덕분이다. 배우 김윤석으로서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연출 또한 한몫을 한다. 차곡차곡 쌓이고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배경과 캐릭터들은 초보 감독이라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고 섬세한 연출은 재미를 넘어 주제를 전달하는데 힘이 되어 준다!
길게 여운이 남고, 우리에게 도끼 자국 같은 강렬한 주제의식을 남겨주는 영화 <미성년>을 꼭 보길 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