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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업하는 선생님 Jul 23. 2023

교사가 승진 욕심이 박살 난 이유

10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욕먹는 공무원 집단

Passion 열정


전 곧 교직 경력 2년이 될 초등교사입니다. 여유로운 마음을 지니되 인생은 치열하게 살고자 노력 중입니다. 편안하게~ 안분지족 살기보단 신이 주신 나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고 싶길 원했습니다. 삶은 <워크&라이프> 라기보다는 <워크&워크>에 더 가까웠습니다. 



향상심에 대한 욕구가 있는 만큼 자연스레 승진에 대해 관심이 갔고, 닫힌 교직 사회에서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교감 - 교장 - 장학사와 같은 몇 없는 전직의 기회도 탐이 났습니다. 열의가 있고 능력도 있습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넘어지면 일어서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독서 모임 진행자... 교사 동아리 회장... 교육청 부스 운영 준비... 수업 준비... 업무... 개인적 공부와 운동 등등. 가끔 버겁기도 하지만 현재 이 스트레스와 장차 겪게 될 역경과 시련은 하늘이 나에게 큰 일을 맡기고자 저를 담금질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교감 선생님께 올해 초 업무 분장 때 ‘저는 많은 경험을 원합니다.’ 말하고 단두대로 걸어갔고, 연구학교 대표 수업도 자발적으로 하겠다 선택했고, 부족한 점이 있지만 성공적으로 대표 수업도 마무리했습니다. 작년에도 자발적으로 대표수업을 했었고, 이 과정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했습니다. 3~4시간 야근하며 수업 준비를 했고, 외부 컨설팅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준비할 땐 고통스럽지만 그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와 성취감은 값졌습니다. 많은 선배님들이 도움을 주셨고, 동학년과 또래 선생님들의 격려도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그러했기에 학교라는 조직에 대한 애정도 깊었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저의 지식과 기술이 쓰임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저였지만 이젠 승진에 대한 마음은 꺾였고
학교에 대한 애정은 차갑게 식었습니다.







깊은 배신감


사업은 10번 실패해도 1번 성공하면 되지만,
공무원은 10번 잘해도 1번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교사로서 생활을 2년도 안되지만 많은 책임을 지고자 했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고사리 손이나마 헌신해 왔고, 연구학교 운영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안서까지 나름 만들어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질적 보상이 없더라도 괜찮았습니다. 주변 선생님들의 격려와 인정, 존중이 존재했고, 수업을 열심히 준비해 가고 재밌고 대단한 걸 함께 만들면 아이들도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학교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기 싫어졌습니다. 동학년, 가까운 선생님들, 아이들, 학부모를 위해서라면 시간과 관심을 쏟아붓겠지만, 학교라는 조직 자체엔 헌신하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연구학교를 위해나름 준비했던 기획서





관리자가 배구하고 술 마시고 회식하는 그 시간 동안 컴퓨터 앉아 3~4시간 동안 야근하며 일을 했었습니다. 솔직히 자랑스러웠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처리했고, 제 개인 시간까지 투자해 만든 결과물이기에 내심 고생했다 한 마디 들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결과물은 교무실에서 관리자의 손에 의해 한 장... 한 장... 난도질당했습니다. 결과물에 큰 실수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 난도질 덕분에 더 좋은 결과물은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칼질에 남들 놀 때 학교를 위해 헌신했다는 뿌듯함도 갈가리 찢겼습니다. 



게다가 더 큰 상처는 한껏 숙제를 남겨 또 촉박한 기한에 맞추기 위해 야근하며 수정해야 하는데... 관리자는 퇴근 시간되었다고 교무실 밖으로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는 걸 봤습니다. 푸짐한 똥덩이라 하나 던져놓고 자신의 워라밸은 중요하다며 교무실 밖으로 사라져 가는 관리자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저의 학교에 대한 애정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줄곧 수업 준비를 위해, 업무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누가 하라고 해서 야근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자기만족에 가까운 이유로 학교에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보상은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노고에 대한 자그마한 인정과 격려만 있어도 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최소한의 기대는 작살이 났습니다.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고, 근무 평가라는 목줄에 잡혀 저런 교장감의 히스테리를 5년 이상 받아줘야 승진할 수 있다는 것에 신물이 올라왔습니다. 이러한 부조리를 조장하는 학교라는 체계에도 불쾌함이 몰려왔습니다.



친절과 존중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할 줄 아는 사람에게 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방학, 주말, 밤낮없이 머슴처럼 일하며, 교장감의 불편한 마음을 대신 들어주어야 하고, 그런 활동을 몇 년 동안 해서 얻어야 하는 게 승진이라면... 그런 승진은 가치가 있을까요? 어찌 보면 교사 승진의 기쁨은 긴 수감 생활을 끝에 자유를 맛본 죄수의 기쁨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릅니다.





 

열정, 이 불이 타오르기 위해선 땔감이 필요합니다. 물질적 보상도 하나의 땔감이 되지만 저란 인간은 인정과 격려,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이 불이 타오릅니다. 하지만 이 불은 관리자의 신경질적인 태도와 무신경함에 회의감이라는 지독한 연기만 내뿜고 꺼졌습니다. 




저는 여전히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은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의 사랑은 관리자에게 주기엔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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