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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Apr 02. 2019

100일 글쓰기 15일차

기억에 남는 향

오늘의 글쓰기 주제 : 기억에 남는 향


우리 가족은 내가 어릴때 서울로 이사왔지만, 원래의 고향집은 제주도에 있다. 어릴때 제주도 할머니댁에 대해서 떠올리면 항상 같이 떠오르는 두 가지 냄새가 있다. 엄마말론 내가 상당히 어릴때부터 그 냄새를 제주도 냄새라고 불렀다고 한다.

두 냄새중 하나의 정체는 찾기 어렵지 않았다. 비온 후 숲에서 나는 피톤치드 향이 그것이었다. 우리집은 제주도 안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기 때문에 공항에 내리고 나면 집에 가기까지 한라산의 중산간을 가로질러 갔어야했다. 아마 이때 숲을 지나면서 이 냄새를 맡게 됐을 텐데, 공항에 내려서 오래지 않아 맡게되는 향이라 이걸 제주도 냄새라 기억했었던 모양이다.

또 다른 하나의 냄새에 대해선 그 정체를 얼마 전에야 알아냈다. 쿰쿰하면서 알싸했던 그 냄새. 우리집 냄새라고 익숙하고 반갑게 여겼던 그 냄새는,,, ㅋㅋ 귤썩는 냄새였다.

제주의 많은 집들이 그렇듯, 우리집엔 항상 귤이 쌓여있다. 집 자체가 귤 밭에 둘러싸여있기도 하고, 할머니가 동네분들 밭에서 품앗이를 하고 나면, 꼭 한박스씩을 서로 더 보내준다. 이렇게 귤이 많다보니 하나둘씩 썩어가고 있는건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집에선 귤을 먹고 나면 귤껍질을 그대로 귤밭에 버린다 ㅋㅋ 거름이 될거라 확신하며... ㅎㅎ 우리집 곳곳에선 귤과 귤껍질이 썩어가고 있었고, 냄새가 안날 수가 없었던거다

이번 겨울에 그 냄새의 정체를 알고는 사실 좀 서운하기도 했다 ㅋㅋ 그래도 추억하던 냄새고, 집 생각을 하면서 그리워하기까지 한 냄샌데 ㅋㅋ 그냥 썩어가는 냄새였다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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