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글쓰기 주제로 '비행'이 주어졌을때 바로 떠오른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원에 다닐때 학회일정과 학과시험일정이 정확히 겹쳐서 시험을 나혼자 다른 날 따로 봐야했던 적이 있었다. 이메일로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시험일정을 얘기하는데 교수님께서는 시험 주간을 절대 넘겨서는 안되겠다며 프랑스에서 귀국하는 당일에 시험을 보자셨다. 워낙 유도리 없기로 소문난 분 이셔서 뭐 그러실줄 알았다 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래도 13시간 비행 후에 바로 시험은 어렵지 않을까요 얘기라도 했으면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흠 그러고싶지가 않았다. 시험을 망치더라도 더 뭔가를 부탁하고 싶지 않아져버렸다. 그리고 난 비행시간 내내 비행기에서 혼자 라이트를 켜놓고 시험공부를 했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떡진 머리로 대전에 있는 학교까지 또 두시간여 달려서 겨우 시험을 봤다.
물론 당연히 성적도 별로였다.
조금만 배려해주셨다면 그 학회 방문의 기억도 그교수님에 대한 기억도 지금 나에게 이런식으로 남지는 않았을텐데.
참 대학원생 시절에 어른들은 다 이랬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