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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수집가 Jun 15. 2019

옆집 아이

 뽀빠이도 좋지만 좀 떨어져 줄래?

#옆집 아이

바로 옆집에 동생과 동갑인 아이가 살았다. 나나 동생이나 사람을 함부로 사귀는 스타일은 아닌데 언제부턴가 그 아이 엄마와 우리 엄마가 가깝게 지냈다. 그렇게 어른끼리 왕래를 하다 보니 우리도 자연스럽게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 아인 남자아이 치고는 못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우린 만나면 우리 집 옥상 꼭대기에서 놀곤 했다. 그런데 이 아이 노는 게 좀 독특했다. 그 시절 TV에선 <뽀빠이>란 미국 만화 영화가 인기가 많았다. 뽀빠이는 그 만화 영화의 주인공 이름으로 평소 허당으로 지내다가 애인인 올리브가 곤경에 빠지면 금세 시금치 통조림을 먹고 기운이 불끈 나 악당을 물리치고 올리브를 위기에서 구하는 게 주된 스토리다. 그 아이도 그 만화 영화를 봤을 것이다.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는 것을 차용이라도 하듯, 놀다가 갑자기 자신이 불리해지면 기운을 내야겠다며 땅바닥의 흙을 조금 주워 먹는 것이다. 그리고는 뽀빠이처럼 알통을 자랑하며 다시 기운을 내 노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그럴 때마다 속으로 비위가 상했다. 당시엔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조그만 돌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때문에 쌀 씻을 때 조리질을 하여 한 번 더 걸러내지만 그래도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누구의 밥그릇에 밥과 함께 흘러 들어가 재수 없으면 씹히기도 하는데, 돌 씹을 때 느낌이 어떨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난 돌 특유의 흙 맛도 흙 맛이지만 씹힐 때의 그 느낌이 정말 싫다. 그것을 그 아이는 일부러 하고 있으니 마치 내가 씹기라도 한 양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과연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허세라고 해야 할지 대충 난감이다. 그것도 부족해 나와 동생에게도 먹으라고 권하는데 아무리 노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그걸 먹겠는가.     


그래도 뭐 그게 그 아이의 노는 방식이라면 인정해 주자. 문제는 그 애가 놀다가 어느 순간 흥분하면 꼭 내 뒤에서 나의 허리를 확 감싼다는 것이다. 그럼 난 기절을 하고 몸에 벌레라도 붙은 양 그 애를 뿌리치는 것이다. 그럼 순간 우리 셋은 얼음이 되고 놀 맛이 떨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솔직히 그 아인 그렇게 뒤에서 허리를 감싸는 게 아무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러고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를 한다. 왜 그렇게 싫은지. 더 난처한 건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줄 알면 다음부턴 하지 말아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도 못 하고.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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