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Oct 25. 2020

첫 우리 집

내 집 장만의 시작

결혼하기 전부터, 나 혼자 상경해서 생활할 때부터의 내 목표는 집 장만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월급 차곡차곡 모아 전세를 구해서 월세 걱정 없이 지냈었지만 서울에서 집 하나 장만하기에는 그 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결혼하고서도 내가 살고 있던 자취방에서 신혼을 시작했기에 새로운 느낌보다는 익숙한 느낌.. 그냥 내가 사는 곳에 친구 하나 더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전세 만기일자가 다가오고 신랑과 나는 연장을 해야 할지, 아님 새로운 집을 찾아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무더웠던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며 선풍기와 아이스팩으로 달래야 했던 불편함과 추운 겨울 난방이 효율적으로 잘 배분되지 않아 추위를 느꼈던 어려움도 있었기에 그냥 이번에 새로운 곳을 알아보자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출퇴근하기도 편하고 지금 집보다 조금은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서울 내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부족한 금액 대였다.


아주버니네 가족도 우리랑 같은 시기에 이사 준비로 집을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같은 지역을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서울 외곽에 있어 회사랑은 멀지만 우리 예산에 맞출 수 있는 집들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아담하면서 둘 혹은 셋이 살기 적당한 크기의 깨끗한 집을 발견했다. 은행에 대출을 조금 받아야 하지만 둘이 벌고 있었기에 문제없을 거라 생각하고 진행했다. 계약하면서 그동안 사용했던 가전들은 오래되어서 처분하고, 새로 갈 집 가전들은 혼수 가전처럼 다 바꾸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동안 둘이서 알뜰살뜰 모아두었던 적금이 만기 되는 시기랑 잘 맞아서 새로운 집, 새로운 가전들과 함께 시작할 예정이었다. 


드디어 이삿날이 다가오고, 살던 집엔 짐도 별로 없었기에 동네 친한 언니네 트럭을 빌려 그곳에 짐을 다 실었다. 새로운 집에는 사다리차를 쓸 수 없는 구조여서 짐들을 다 챙겨 엘리베이터로 왔다 갔다 하니 오전 반나절은 그냥 흘러갔다. 이삿날의 빠질 수 없는 메뉴인 중국요리를 시켜 고생했던 언니와 형부, 그리고 우리도 다 같이 모여 점심 해결하고 어서 집에 들어가서 쉬시라고 언니네 부부를 서둘러 보냈다. 남아서 짐 정리와 가전이 들어오는 걸 정리하고 보니 해가 뉘엿뉘엿 다 저물어갔다. 


첫 우리 집이 생겼다. 주인집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못도 마음껏 달 수 있으며, 그동안 서러웠던 에어컨 설치도 우리 마음대로 가능한 집이 생긴 것이다! 해가 바뀌어 갈 때마다 올려줄 전세금 걱정도 없고, 달마다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나와 신랑이 주인인 첫 우리 집. 가전도 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새 것들이고 집도 새 집 같은 깨끗한 우리의 공간이었다. 한동안은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갚느라 생활의 여유는 부족하고 빠듯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손으로 이룬 첫 집 장만에 신랑과 나는 한껏 기뻐하며 자축했다. 그 날 저녁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앞으로 잘 살자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그 말의 이루어짐이 정말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였고, 앞으로 나와 신랑에게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본적인 요소였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소원이었다.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것을 이루기엔 금전적인 부분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작게나마 서울 외곽으로 두 사람 생활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

작가의 이전글 반지하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