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부터 외출모드

아이를 키우며 무언가를 한다는 것

by stella

얼마만의 외출이었는지 모른다.


다시 취업시장에 발 디딜 준비를 하던 중 지자체의 지원으로 청년들을 위한 자립준비 프로그램인 청년도전지원사업(약 5개월 소요)을 수강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삶을 살아온 청년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수업이 긴 경우엔 그 자리에서 제공되는 식사도 함께 먹으며 중간중간 담소를 나누고 시간을 보낸 지도 2개월 여가 지나갈 무렵..


아주 우연찮게도.. 그날의 수업을 듣던 중 급작스럽게 그날 당일 저녁에 시간이 괜찮다면 모임을 갖자는 제안이 나왔다. 아마도 낮의 수업 속 교류를 놓치기 싫어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생겨난 제안이었다. 공교롭게도 제안을 수락한 이들은 육아동지였던,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주축이 되었다.(참고로 난 술을 잘 하진 못하지만 모임을 좋아하는 성향이다.)


나, 일상(독박육아)에서 해방을 꿈꾸던 육아동지 1, 술을 좋아하는 육아동지 2,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청년 이렇게 넷이서 모이게 되었다.(이 조합도 생각해 보니 꽤 흥미로웠던 조합이다. 이후 저녁모임은 거의 이 조합이 모임의 메인멤버가 된다.)


그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이미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여서 소재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던 건 그날의 밤바람, 습도, 불빛이다.

실제 BGM은 없었지만 한동안 거리 속 그렇게 울려 퍼지던 '여수밤바다' 노래가 들릴 듯한 분위기에, 내가 살았던 지역의 바닷가 근처 상점에 와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해방을 꿈꾸던 육아동지 1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분위기가 다 했다."라는 그런 표현이 어울릴만한 시간이었다. 그저 풍경을 바라보고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시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런 밤.

누군가에게 소개하며 보여주고 싶었던 명소나 명화 같은 그런 밤이었다.


술을 못 마시는 탓에 술자리도 가게 되면 민폐 끼치지 않을까 싶어 잘 가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그날은 거의 손에 꼽을만한 저녁 외출이었나 보다.


친우들과 함께 보내는 저녁 시간은 내가 돌볼 '가족'이라는 존재는 잠시 잊고 '나'라는 존재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인상 깊었는지도 모른다. 잠깐 '나'로 돌아간다는 것.


지금 순간이 얼마나 반짝거리고 예쁜 순간임을 이들은 알까?


육아동지 1과 나는 서로 같은 생각임을 끄덕거리며 서로 더 반짝거리며 살자는 무언의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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