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다섯 번째 이야기
은근히 불러오는 배와 좋은 기억을 담고 후사비크를 떠났다. 정말 떠나고 싶지 않은 동네다.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레이캬비크로 이어진 1번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렇게 1번 도로를 달리는 것도 마지막이다. 그동안 남쪽을 돌며, 또 반대 방향을 돌며 참 많은 풍경과 마주했다. 대여섯 시간씩 달릴 때는 지루하기도 하고,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불안하기도 했던 도로에서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직접 운전을 했던 정피디도, 옆자리를 함께 한 이작가 모두 오늘만큼은 별로 말이 없다. 아마 얼마 남지 않은 아이슬란드에서의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리라. 마음과는 정반대로 맑게 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여행 초반에는 그렇게 보고 싶어도 보여주지 않던 쾌청한 하늘이 오늘따라 유독 예쁘다. 좋은 날씨 때문일까, 후사비크로 향할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구름에 쌓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던 산은 처음으로 능선부터 정상까지 모든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만년설이 덮인 정상과는 다르게 산 아래는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내리막길은 아찔할 정도로 선명한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역시 아이슬란드. 같은 장소조차 매일이 새롭다. 날씨가 변하면 아예 다른 장소가 되어버린다.
그 ‘다름’이 아이슬란드를 더 사랑하게 만든다.
드디어 익숙한 표지판과 뱅글뱅글 로터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 번의 레이캬비크를 만났다. 아이슬란드를 도착한 첫날, 임시로 묵었던 숙소. 그리고 요쿨살롱에서 후사비크로 가기 위해 레이캬비크를 거쳐 반 바퀴를 돌던 순간. 그리고 지금. 하지만 진짜 레이캬비크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도착한 첫날은 다음날 이동을 위해 레이캬비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숙소를 잡았고, 두 번째 만남 역시 도로를 달리며 스쳐 지나기만 했기 때문.
컴백이라고 하기엔 생경하고. 웰컴이라 하기엔 익숙하다. 잘 알지만 왜인지 낯선 레이캬비크. 여행의 마지막 날들을 이곳에서 마무리하며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2박을 머무르기로 하고 나름 좋은 숙소를 찾아 예약했다. 중심가인 데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숙소는 생각보다 가격이 높았다. 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기에 과감히 결제버튼을 눌렀으니. 과연 우리의 바람을 다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해 차를 주차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바로 주차장이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만큼은 이 고민, 접어두시라. 아이슬란드에서는 어디를 가든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아주 아주 넉넉하다. 중심가라 할 수 있는 레이캬비크에서도 시내 곳곳에 주차장이 많은 편이다. 단, 아래 몇 가지만 조심한다면 말이다.
레이캬비크의 주차 공간은 크게 4구역으로 나뉘는데, 구역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P1은 한 시간에 250 ISK, P2는 한 시간에 125 ISK이다. 3,4구역은 비용이 조금씩 다른데, P3은 처음 두 시간만 시간당 90 ISK이고 그 이후는 한 시간에 20 ISK이다. 마지막으로 P4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유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한 시간에 125 ISK이다. 특이한 점은 P1-P3구역 모두 평일 오전 9시 ~ 오후 6시(주말은 오전 10시 ~ 오후 6시) 까지 유료이고 그 시간 외 에는 무료라는 점이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차요금을 정산하는 방식 역시 우리나라와 다르다. 차단기에서 영수증을 뽑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이슬란드에서는 일단 주차한 후, 주차장 옆에 있는 기계를 이용해야 한다. 기계에서 숫자를 입력하고 정산한 후 영수증을 대시보드에 올려놓으면 끝. 간단하지만 반드시 영수증을 올려놓아야 나중에 벌금 폭탄을 맞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숙소를 고를 때 주차가 가능한 곳에서 머무르는 게 가장 편하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숙소 주변의 주차장소를 반드시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