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첫 번째 이야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끝나지 않았으면 했던 여행.
하루의 시간을 엿가락처럼 조금씩 늘릴 수 있다면,
그래서 조금씩 더 머무를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을 텐데. 속도 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시간은 야속하기만 하다. 결국 여행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오늘은 아이슬란드에서 즐기는 마지막 여행지,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노는 날이다. 좋은 숙소에서 느긋하게 시내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며 마무리하면 좋겠다 싶어 레이캬비크를 여행의 가장 마지막 순서로 올려놓았다.
헌데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다. 이렇게 완벽하고 평온한 날씨라니!
그동안 아이슬란드의 곳곳을 누빌 때마다 날씨는 우리 두 사람에게 최대의 적이었다. 첫날부터 거친 비바람으로 우리를 제대로 조련하더니 여행 내내 흐렸다, 후려치다, 내리쏟는 걸 반복하며 아이슬란드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었다. 이상하다, 날씨가 이렇게 좋을 리가 없는데!
괜한 불안감이 피어오르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아이슬란드에는 분명 날씨를 관장하는 신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궂은날을 보낸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따뜻한 날씨를 보내는 것이리라.
오늘 하늘은 구름 한 점, 바람 한 줌 없이 쾌청하고 맑고 높다. 이곳에서는 풍경도, 날씨도 모두 우리가 가늠했던 범주를 넘어선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하루. 그래서 매일이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항상 긴 여정 탓에 늘 전날 ‘아침 몇 시에 일어나자’를 약속하고 잠이 들었는데. 오늘은 아무런 약속 없이 느지막하게 눈을 떴다.
레이캬비크 중심가는 작고 길이 쉬워 차가 필요 없다. 게다가 길을 잃어버릴 염려조차 없다. 되는대로 걸어도 목적지에 금방 도착할 수 있다. 오늘의 준비물은 단 하나, 씩씩한 두 다리면 충분하니까. 완벽한 뚜벅이 여행이 될 것 같다.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났음에도 시간이 넉넉하다. 오랜만에 옷도 예쁘게 입고 화장도 쓱 해보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첫 장소는 레이캬비크의 중심, 할그림스키르캬다.
정피디 SAYs, 그래도 미련이라는 게...
여행 내내 나는 바보같이 오로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끔 오로라 지수를 알려주는 어플을 확인했었다. 어느 날도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 속 어플을 켰는데..
이게 웬 말인가! 오로라 지수가 4를 기록한 것!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숫자였다. 물론 당연히 정말 진짜 리얼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건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속에서 ‘미련’은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다.
그날 새벽 네 시.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갔다. 한 자락의 오로라를 기대하고 한참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역시.
백야가 왜 백야겠는가. 물론 낮처럼 밝지는 않지만 절대 보이지 않는 별과 달, 그리고 오로라. 하늘은 내내 환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하늘을 보며 다짐했다. 내가 이 아이슬란드에 미련을 남기고 가노니, 꼭 다시 돌아와 오로라 그대와 마주하리다.
그나저나 아이슬란드의 하늘은 손에 닿을 듯이 낮구나.
① 날씨 :다른 어떤 것보다도 구름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맑은 날씨여도 구름이 가득하다면 오로라가 보이지 않는다.
② 계절 : 세상 몽총한 일. 바로 여름에 오로라를 보러 아이슬란드에 오는 것!
6월부터 8월까지는 하루 종일 해가지지 않는 백야 시즌이다.
이때 아이슬란드에 온다면 오로라는 마음의 눈으로 느껴 보시길.
③ 칠흑 같은 밤 : 오로라를 선명하게 보고 싶다면 되도록 대도시에서 벗어날 것.
도시의 빛 공해는 당신의 눈을 어지럽힌다. 보름달이 뜨는 날도 비추.
④ 오로라 지수 : 가장 중요하고 과학적인 조건. 웹페이지나 핸드폰 어플로 확인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도 올라간다.
보통 3, 4 이상 관측 가능.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계속 확인해 주는 것이 필수.
⑤ 신의 뜻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모든 조건이 딱! 맞아떨어져도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은 복불복. God ble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