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5. 2025년, 계획대로 되지 않은 삶에서

그럼에도 선택하며 살아갔다

by 한별

작년 회고를 마무리하며, 나는 이렇게 적었다.

“2025년도 재밌게 잘 살아보자고.”


그때의 나는 구조조정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 해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버텼고, 준비도 했으니, 이제는 조금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2025년은, 그 믿음이 조금씩 흐려진 해였다.

회사 인수합병 이후, 조직은 빠르게 재편됐다.

리더십 라인 역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변화 자체보다 더 부담으로 다가왔던 건,

그 변화가 어디를 향하는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익숙했던 구조와 관계들이 조금씩 달라졌다.


팀 구성도 변했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의 일상도 점차 흩어졌다.


그 안에서 나는 계속 고민했다.

지금의 흐름 속에 남아 적응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할지.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전배’였다.

이커머스라는 한 도메인에 머무르기보다,

조금 더 넓은 커리어를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전배 이후의 자리는, 솔직히 말해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환경은 여전히 낯설었고,

문제의 결은 달랐지만 쉽지 않은 점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 선택은

그 시점의 나에게 가장 납득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멈춰 서 있지는 않았다.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그 순간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방향을 정해왔다.


돌이켜보면, 올해의 나는

무언가를 크게 이뤄낸 사람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대신 버텼고,

선택의 순간마다 나름의 이유를 붙여 결정해 왔다.


어떤 선택은 아직 결과를 알 수 없고,

어떤 선택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았다.


문득, 오은영 박사님의 ‘나이테’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무에는 잘 자란 해도 있고, 겨우 버틴 해도 있다고 했다.

그 모든 해가 나이테로 남아, 결국 나무를 지탱한다는 이야기였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말.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시간 또한 우리를 이루는 한 부분이 된다고.


작년과 올해는

‘해냈다’기보다는 ‘버텨냈다’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내가 살아낸 시간이고,

어딘가에 조용히 쌓이고 있을 것이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 두 해를 지나며 조금 더 깊이 알게 됐다.

그래도 그 안에서 나는

버텨야 할 때는 버텼고,

선택의 기회가 오면,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결정해왔다.


지금은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언젠가 돌아보면,

이 시간 역시 나를 지탱하는 나이테 하나쯤은 되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그렇게 믿어본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써온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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