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선택하며 살아갔다
작년 회고를 마무리하며, 나는 이렇게 적었다.
“2025년도 재밌게 잘 살아보자고.”
그때의 나는 구조조정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 해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버텼고, 준비도 했으니, 이제는 조금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2025년은, 그 믿음이 조금씩 흐려진 해였다.
회사 인수합병 이후, 조직은 빠르게 재편됐다.
리더십 라인 역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변화 자체보다 더 부담으로 다가왔던 건,
그 변화가 어디를 향하는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익숙했던 구조와 관계들이 조금씩 달라졌다.
팀 구성도 변했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의 일상도 점차 흩어졌다.
그 안에서 나는 계속 고민했다.
지금의 흐름 속에 남아 적응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할지.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전배’였다.
이커머스라는 한 도메인에 머무르기보다,
조금 더 넓은 커리어를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전배 이후의 자리는, 솔직히 말해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환경은 여전히 낯설었고,
문제의 결은 달랐지만 쉽지 않은 점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 선택은
그 시점의 나에게 가장 납득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멈춰 서 있지는 않았다.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그 순간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방향을 정해왔다.
돌이켜보면, 올해의 나는
무언가를 크게 이뤄낸 사람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대신 버텼고,
선택의 순간마다 나름의 이유를 붙여 결정해 왔다.
어떤 선택은 아직 결과를 알 수 없고,
어떤 선택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았다.
문득, 오은영 박사님의 ‘나이테’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무에는 잘 자란 해도 있고, 겨우 버틴 해도 있다고 했다.
그 모든 해가 나이테로 남아, 결국 나무를 지탱한다는 이야기였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말.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시간 또한 우리를 이루는 한 부분이 된다고.
작년과 올해는
‘해냈다’기보다는 ‘버텨냈다’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내가 살아낸 시간이고,
어딘가에 조용히 쌓이고 있을 것이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 두 해를 지나며 조금 더 깊이 알게 됐다.
그래도 그 안에서 나는
버텨야 할 때는 버텼고,
선택의 기회가 오면,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결정해왔다.
지금은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언젠가 돌아보면,
이 시간 역시 나를 지탱하는 나이테 하나쯤은 되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그렇게 믿어본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써온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