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작가님의 '퇴사는 여행' 음감회를 다녀와서
3개월 전 퇴사한 주에 강남에서 열렸던 음감회 후기를 이제야 브런치로 적어봅니다.
평소 눈여겨보던 브런치 작가님이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다. 우연히 발견했던 텀블벅, 책의 이름은 '퇴사는 여행'. 보는 순간 저릿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바로 구매할 수 없었다. 뒤늦게 생각이 나서 들어가 보니 이미 매진. 다음에 사지 뭐. 최근 들어 뜸했던 인스타그램을 일이 있어 들어갔다. 페이지를 내리다가 작가님 소식을 들었다. 음감회?
5월 10일 퇴사를 하자마자 내가 동경했던 정혜윤 작가님이 '퇴사는 여행'이다란 책을 주제로 음감회를 연다니. 바로 신청 버튼을 눌렀다. 이미 매진되지 않았을까란 우려와 달리 신청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방학 내내 방구석에 갇혀 폐인처럼 미드나 드라마를 침대에서 정주행 하는 날이 많았다. 수많은 다짐들과는 별개로 평소의 습관은 눈치도 없이 불쑥 튀어나온다. 나는 나를 게으르게 설계하며 살아왔다. 기껏 일찍 깬 보람도 없이 어젯밤 만취했었다는 핑계로 만사가 다 귀찮다. 하필 우연히 발견한 '홈랜드'라는 미드는 왜 이리 재밌던지. 밥도 안 먹고 8시간 내리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오늘 음감회에 가기로 한 날이지... 엄청 귀찮다. 그냥 이 드라마나 정주행 하고 싶어 진다. 왜 신청했지. 아이고 귀찮아.
그래도 살면서 조금 철이 든 건 이렇게 귀찮아하더라도 막상 가면 좋을 게 뻔하니깐. 마지막 마지노선까지 버티다 나갈 준비를 했다.
처음 작가님 글을 브런치를 통해서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녀는 정말 멋있었다.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 뭔가 인생 로망이 있다면 작가님이 떠오를 정도(물론 피상적인 수준에서 드는 생각이다)
내가 읽은 그녀의 첫 글은 '버닝맨'이라는 네바다주에서 열리는 거대한 공동체 프로젝트 실험에 대한 구성원으로서의 애정 어린 소회가 인상 깊은 글이었다.
아.. 세상에는 저런 행사가 열리고 저런 실험을 하는 쿨한 사람들이 있구나. 멋지다.
뭐랄까. 그녀는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다. 내게 없는 힙함이 느껴졌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적 소양이 풍부하고 사람들을 매료시킬만한 트렌디함을 포착하는 능력 있는 마케터.
짧은 기간 이직을 6번이나 했지만 자신 만의 길과 아이덴티티를 이룩한 그러면서도 삶의 균형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을 쓰는 사람. 내가 가진 그녀의 이미지는 그러했다.
나도 모르게 가끔은 시샘이 나기도 하고 너무 멋져서 질투조차 할 수도 없었다. 뭔가 댓글을 달 수도 없이 조심히 지켜보고 감탄했던 사람... 을 만나기로 한다. 퇴사한 기념으로 용기를 내본다.
유명인에 대한 기대가 크게 없는 사람이다. 짧은 시간, 공적인 자리 한정된 시간임에도 실제로 만난 느낌이 기대보다 별로인 사람이 꽤 있었다. 내가 가졌던 일방적인 기대나 이미지가 허상이구나 싶은 사람. 반면 때로는 예상이나 기대와 굉장히 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좀 더 단단하고 진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참여한 세미나의 'AIM'대표님도 그러했고 작가님도 그러했다.
생각보다 좀 더 편안했고 친근하고 더 부드러웠다. 예상했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는 그대로였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고 막연히 선을 그어 생각했었다. 물론 다른 면이 많은 사람인 것도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지금 나의 머리를 읽고 말씀해주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와 닿고 공감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작가님도 나와 비슷한 고민도 했었구나. 내 눈에 대단하고 저렇게 멋진 사람도 불안감에 시달리는 나날도 있었구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고민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대목에서 굉장히 놀랐다. 누구보다도 행동력과 실행력이 있는 분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고민이 많다는 말을 가장 서두에서 꺼내시다니. 자신을 '방황자'라고 소개했다. 끊임없이 치열한 고민하고 방황한 덕에 의도치 않은 자신의 길이 만들어졌다고.
기억에 남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가장 나의 뇌간을 자극한 건 이 말이었다.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에는 신나게 메모를 하다가도, 이후에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올랐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았다. 그냥 해보면 되는 것을 겁부터 내고 시도해보기도 전에 움츠러들었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두려움이다.
[ 두려움의 재정의 148p]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내가 뭐라고... 책을 내나.. 겁이 나고 망설이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요. 막상 해보면 할 수 있어요. 자신을 가로막는 건 두려움이더라고요. 저는 예전에는 맹수를 두려워하고 놀이기구를 잘 타고 이런 게 두려움이 없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인 지 알았어요.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잘 아는 게 중요해요. 두려움을 재정의한 덕에 저는 제가 원하는 삶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스스로를 위한 멋진 시간을 갖기로 결심하고 하루도 안 돼서 다시 쫄보 겁쟁이로 돌아서서 방구석 폐인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부수는 일침이었다. 가장 원하고 가지고 싶은 것을 욕망할 때 두려움이 가장 크게 발현된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진다. 가장 익숙하고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싶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
'내가 뭐라고.. 내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아니. 원하면 그냥 하면 된다. 진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설퍼도 완전하지 않아도 남 눈치 보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 돈이 없고 직업이 없고 백수가 되었고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다 해도 어떠한가 사실 그냥 하면 할 수 있다.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다. 그걸 어렵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의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이어가게 하는 관성일 뿐이다.
용기가 생겼다. 2시간 내내 쉴 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진심을 담아 말하는 작가님의 경험과 생각 덕분에. 수많은 영감들이 떠올랐고 내가 하고 싶고 내가 해야 할 것들 내가 가져야 할 자세와 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 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이와 비교해서 탓하지 말자. 나를 사랑할 수 있고 내가 빛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자. 음감회를 끝나고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지만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놀 수 있을 때 신나게 놀자.'
'하고 싶은 건 나이와 처지 남 눈치 보지 말고 다 해보자.'
'나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가자.'
'무력해지고 겁이 나면 가끔씩 이렇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세미나나 모임에 참여하자.'
작가님의 책을 운 좋게 구매하고 충만한 마음을 담아 돌아왔다. 오래도록 이 날을 기억하며 1년 후 그리고 2년 후 내게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길을 만드는 건 나겠지. 다시 삶이 즐거워졌다.
이젠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작가님처럼 시간이 지나 경험의 축적들이 나의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우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 있기를- 작가님이 써주신 문구처럼 우리가 다시 만나는 순간이 오기를.
"You do you. I will do me"
P.S. 음감회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더 적어본다. 워낙 음악에 관심이 많고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분이라 목차마다 주제곡을 선정했다. 책에 수록한 약 35개의 주제곡 중 가장 핵심적인 10여 개의 곡을 선정해서 동영상과 함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하니 직감적으로 와 닿고 감성의 울림이 더 커졌다. 좀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진달까. 책을 구매해서 반 정도 읽었는데 책도 좋았지만 음감회가 더 좋았다. 오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행복한 시간.. 역시 이런 시간이 내겐 꼭 필요하다.
P.S. 그 후로 삼 개월이 지났어요. 한 달 정도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황도 했었는데 완전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책과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아 독립출판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여정을 적어 내려 갈지 무척 기대됩니다. 다시 한번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D 그리고 작가님은 글씨체도 귀엽고 힙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