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 웃음의 전복

눈물을 빼앗긴 자,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웃음

by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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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웃음에는 사랑이 서려있다. 안정, 밝음, 애정, 즐거움, 유쾌함, 호감, 행복 등 온갖 따스하고 긍정적인 단어는 웃음과 잘 어울린다. 다른 이에게 호감을 주고 다가가기 가장 손쉽고 간편한 신호는 미소와 웃음이다. 남녀 상관없이 '잘 웃는 사람', '웃을 때 아름다운 사람'이 괜히 이상형으로 자주 등장하는 게 아니다. 사랑에 빠진 모든 연인들, 행복한 시간의 누군가는 반드시 웃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 웃음이 비극의 방아쇠를 당기고 마는 남자가 있다. 그가 겪는 맥락 없고 부당한 폭력의 시퀀스 앞에는 늘 포복절도에 가까운 그의 웃음소리가 있었다. 그의 엄마는 그를 '해피'라고 불렀다. 늘 웃는 표정을 짓고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엄마를 사랑하던 그의 꿈은 코미디언이었다. 광대 복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웃음을 주었다. 그는 그 일을 사랑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죠?"


그에게는 병이 있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터질지 모르는 웃음을 달고 사는 병. 맥락과 의지에 상관없이 배가 아플 정도로 터져 나오는 큰 웃음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호의를 베풀고도 의심받고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도 눈치 없이 터져 나온 웃음은 결국 그를 조롱거리로 만든다. 흡씬 두들겨 맞고도 울고 억울해하긴 커녕 박장대소해야 하는 인생이라니. 어쩌면 눈물을 흘릴 시간조차 받아본 적 없어서, 눈물이 결여된 삶이었기에 병이 아니었어도 이미 웃음을 통제할 수 없는 병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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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사람이에요.'


동조할 수 없는 웃음에 대한 공포. 이해되지 않는 웃음 속 두려움과 불편함. 한 번도 이해된 적 없고 한 번도 보살핌 받지 못했으며 한 번도 곁을 가져본 적 없는 비정상으로만 치부되는 그의 삶. 웃음마저도 소외된 삶. 그의 비극은 예견되어 있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결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나는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감정의 불균형, 결국 그는 그냥 웃어버리기로 한다.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포기하고 세상이 그를 비추는 그대로 살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삶을 완전한 코미디로 탈바꿈해 버린다. 드디어 그는 세상에 알려줬고 비로소 세상에 살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도 시종일관 깔깔거리는 악당 '조커'가 되어.


앙상하고 바스러질 것 같던 그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 '외로움' 세 글자가 선명히 박혀있던 뒷모습. 그가 웃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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