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 or Flight or Freeze?
변연계의 편도체는 공포를 감지한다. 일명 파충류 뇌라고 불리는 이 곳 덕에 인류는 위협을 빠르게 감지하고 위험한 외부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문제는 외부 자극이나 대상이 한 번 두려움과 조건화되면 이성의 허락 없이도 무조건적으로 두려운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실상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실체적인 두려움이 없을 때마저 원시 시대부터 느낀 극한의 공포감을 재현하며 필요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내보내며 반응하게 신호를 보낸다. 도망가거나 얼어붙거나 싸우거나.
두려움은 보편적이지만, 각자의 두려움은 내용도 강도도 반응도 저마다 다르다. 언젠가부터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어딘가 닮아 있는 걸 발견한다. 특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렬한 두려움일수록 모두 한가지 뿌리를 두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헛웃음이 나올만큼 단순하다. ‘나라는 존재를 이해 받지 못할까 두렵다.’
미드 ‘West World’에서는 그 사람을 구성하는 정체성과 메커니즘을 고작 한 권의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상의 개념이 등장한다. 나는 그보다 훨씬 단순했다. ‘존재로서 이해 받고 싶은 욕구’ 고작, 이 한 수식어로 복잡 미묘하고 모순적이라고 여겼던 정체성과 사고방식, 행동 패턴, 즉 대부분의 나라는 알고리즘이 대부분 설명되었다.
그건 단순히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양육 방식과의 상호작용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전 생애에 걸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나의 두려움의 씨앗은 이미 거기 있었고, 발아했고 그 어떤 것보다 강력했다. 이번 생에 이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면 그 두려움은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실제로 그러했다.
미션은 간단했다. ‘당신은 타인과 세상에게 존재로서 온전히 이해 받고 싶은 욕망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건 당신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지요. 당신은 이 욕구가 좌절될 시 깊고 즉각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당신이 할 일은 이 두려움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미션지를 받아 든 적은 없다. 공식적으로 이런 과제를 부여받지도 못했고 힌트를 얻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삶이 내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두려움을 실제로 현실로 불러와 체험하게 한다. 감정적인 고통이 가미되어서야 비로소 사람은 두려움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것이다.
Freeze
Free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