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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y 25. 2024

그림책과 작품 저작권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5가지

이미지는 편하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부터 먼저 볼까? 포털 뉴스? 책? 블로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요즘엔 뉴스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뉴스를 보면 최소한 꼭 1-2개 정도의 사진이 딸려있다. 우리가 보는 책도 최소한 표지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인스타그램은 아예 이미지로 소통하는 SNS이다. 초창기엔 사람 찾기 블로그 정도였던 것이 이젠 텍스트보다는 이미지 위주로 레이아웃이 많이 개편되었다. 유튜브의 정교한 알고리즘 덕분에 이젠 공중파 뉴스를 챙겨보지 않아도 짤막한 속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좋은 이미지를 찾는다는 것


이렇게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이 비싼 존재였던 100여 년 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너무 싸게, 아예 공짜로 이미지를 찾아서 내가 원하는 곳에 쓸 수가 있다. 남이 찍은 사진을 잘만 활용하면 그걸로 돈까지 벌 수 있다! 이미지는 넘쳐나고 심지어 프로그램이 알아서 이미지와 영상까지 만들어준다. 세상은 점차 윤택해지고, 이젠 더 이상 창작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듯하다. 이젠 AI Artist라는 계정들이 생겨서 온갖 스타일의 고퀄 일러스트를 매일 찍어낸다.


 AI는 그냥 계산만 잘하면 되지 예술은 왜 하는 걸까.

하지만 최소한 작가의 개성과 창의성을 요하는 출판계, 특히 해외 출판사는 AI 같은 프로그램으로 값싸게 이미지를 수집하지 않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 특히 미국은 유명한 작품들의 저작권으로 길이길이 먹고사는 만큼 저작권에 굉장히 예민하다! 계약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런 저작권 침해에 관한 각종 대처법이다. 그래서 최소한 대형 출판사들은 작가들이 이런 AI를 이용해서 그림 그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걸리면 출판사도 큰 페널티를 받기 때문이다.


최근 뜨고 있는 AI에 관한 내 생각과 함께, 그림책이나 표지 이미지 등을 그릴 때 어떤 걸 주의해야 하는지 한번 정리해 보았다.


1. AI, 정이 안 가는 모범생


AI도 프로그램이니 만큼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약이 되기도 하고 나쁜 약이 되기도 한다. 이런 AI가 자주 쓰일만한 곳은 주로 영화나 게임 디자인 같은 분야이다. 여러 자료를 들춰봐도 획기적인 디자인이 나오지 않을 때, 이런 AI를 돌려보면 좀 더 쉽게 여러 샘플들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AI Generator로 완전한 결과물을 만드는 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AI로 만든 그림들의 뿌리를 계속 추적하다 보면 원본이 되는 그림들이 분명히 있다. 그 그림들은 취미로 그렸든 상업적으로 그렸든, 그린 사람에게 저작권이 있기에 아무 허락도 받지 않고 만든 그림을 이용해 돈을 번다면 저작권 침해다! 만약 내 그림을 넣어서 AI Generator로 돌려 그것을 작품으로 쓴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노력이 1%라도 들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AI 이미지에 익숙해지는 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내가 더 걱정하는 것은, AI 가 그린 "완벽한" 그림에 너무나 익숙해지는 사회이다.


아이들이 삐뚤삐뚤 그린 그림은 AI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은퇴하고 나서 어설프지만 조금씩 그려 힘들게 완성한 나만의 유화 작품, 엇나간 선도 많지만 바람처럼 손을 놀려 그린 크로키 스케치, 옛날 그림일기에 삐뚤삐뚤 크레파스로 그린 엄마의 모습... AI가 그린 그림들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완벽하지만, 거기에 사랑하는 "추억"은 없다. 프로그램은 추억하고 그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스타에 자칭 AI Artist라는 이름으로 이미지를 "생산"하는 계정들을 보면, 참으로 멋진 그림들이지만 그들과 별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이유가 바로 그런 거다.

AI 그림보다는 내 아이의 그림을 벽에 걸고 싶지 않을까.
2. 출판된 작품을 이용해서 상품을 만들고 싶다면...

만약 내 그림책에 나오는 캐릭터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서 판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내가 그린 그림책 Sora's Seashells의 주인공 Sora를 이용해서 배지와 스티커, 에코백과 마스킹테이프를 만든다고 해보자.


이런 굿즈들을 만들기에 앞서, 계약서에 따라 나는 출판사에게 이 캐릭터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어도 되는지 요청부터 해야 한다. 더군다나 글작가가 따로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더 복잡하다. 대부분 출판사들은 해당 그림책에 관한 글로벌 출판권, 영상화 판권, 머천다이징 (상품화) 권리까지 다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마 높은 확률로 거절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


그냥 취미로 그림을 그려서 아는 지인들에게 무료로 엽서나 스티커를 뽑아 뿌리는 정도는 괜찮다. 서일페 같은 큰 행사장에서 상품을 판다면, 지금까지 출간되지 않은 나만의 캐릭터로 만드는 게 가장 좋다!


3. 무료 저작권 사이트 잘 이용하기


그림책을 그리다 보면 자료사진을 많이 찾게 된다. 특히 복잡한 타일이나 무늬, 텍스쳐 같은 것들을 필연적으로 여러 번 구글링을 하게 된다. 그중에 경우에 따라 합법적으로 작품에 써도 무방한 이미지나 사진들이 많이 있다.


내가 자주 쓰는 무료 이미지 사이트들은 픽셀스 https://www.pexels.com 와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이다. 브런치의 사진들도 대부분 여기서 갖고 왔다! 그 외에 Unsplash https://unsplash.com/, Stocksnap https://stocksnap.io/, StockVault  https://www.stockvault.net/ 등이 있다. 이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따로 저작권 표시를 안 해도 자유롭게 변형, 수정과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


4. 명화는 사후 70년이 지난 후부터!


앞서 말한 무료 사이트 중에 명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도 있다! "Artvee" https://artvee.com 에서는 저작권이 소멸한 각종 옛날 명화들을 열람하고 파일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놀다 보면 마치 큰 미술관에 있는 것 같다! 이젠 AI 그림들이 혼재한 핀터레스트에 비해서 훨씬 고품질의 그림들이 많이 있다.


저작권 소멸된 모든 작품들이 있는 Artvee!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대부분 영국법과 비슷하다. 영국은 예술작품 작가의 생존기간 + 사후 70년까지 해당 작품의 저작권이 작가에게 귀속된다. 하지만 사후 70년이 지나면 모든 작품들의 저작권이 소멸된다. 예컨대 이미 출간된 지 오래된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과 같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저작권이 없어서 누구나 번역, 출간이 가능하다. 대략 1900년 - 1940년 전후로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들은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예를 들어 미술관에 있는 명화를 소개하는 그림책을 그린다거나, 르네상스 시대를 살아간 작가들을 소개하는 책을 만든다고 하자. 해당 작가가 사후 70년이 넘었다면 그 작품을 그림책에 그대로 실어도 된다는 뜻이다. 단,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면 작가를 위해서라도 작가 이름과 작품명,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를 꼭 넣어주자!

 

르네 마그리트의 팬이었던 앤서니 브라운!

영국 그림책 아빠 앤서니 브라운, "내 책은 늘 해피엔딩…아이들에게 희망 줘야"

https://www.mk.co.kr/news/culture/8911352


이런 저작권 문제 때문에 저명한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도 르네 마그리트 재단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는 비교적 최근인 1967년에 작고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모든 마그리트의 작품은 후손과 재단으로부터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관심이 생긴다면 위의 뉴스도 한번 살펴보자.


5. 패러디와 표절의 차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들을 똑같이 따라 그린 적이 있을 것이다. 난 옛날에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를 너무 좋아해서, 스케치북에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열심히 라인을 따라 그렸던 기억이 난다. 디즈니에서 제일 많이 따라 그린 건 도널드 덕이었다! 특히 도널드 덕의 부리가 그리기 어려워서 여러 번 덧 그리고 지우면서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엔 누구나 따라 그리며 그림을 배우지만, 그것만으로 돈을 번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위의 예시처럼 이미 활동하는 작가의 그림을 베끼는 건 저작권 침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좋아해서, 작품을 참조하며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건 문제가 안된다.


앤서니 브라운의 많은 그림들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풍에서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재단에서 문제삼은 그림책의 그림들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풍에 영향받은 그림이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앤서니 브라운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건 표절이 아니라 예술적 재해석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그리트의 후손과 재단이 저작권 법에 따라 여전히 마그리트 작품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작가의 후손이나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비상업적으로 블로그에 사용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출처/ www.moma.org


비슷한 예로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쓴 J.R.R. 톨킨을 들 수 있다! 모든 판타지의 시조 격이자 아버지인 톨킨은 비교적 장수를 해서(?) 1973년에 숨을 거두었다. 그래서 2043년이 될 때까지 이 모든 작품의 저작권은 영국의 톨킨 재단에 의해 아주 엄격하게 관리된다.


예컨대 톨킨이 만든 용어 "호빗", "미스릴", "발록" 같은 톨킨 세계관에서만 나오는 명칭을 다른 판타지 소설에 쓰면 문제가 생긴다. 반지의 제왕을 배경으로 팬픽션 소설을 써서 출간까지 하면 바로 톨킨 재단의 변호사로부터 소장이 날아올 거다! 물론 서랍에 잘 보관한 다음에 훗날 2043년 이후에 출간을 하게 되면 저작권이 만료가 된 작품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명작 팬픽션(?) 작품으로는 "제인 에어"를 다시 재해석한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가 있다. "오만과 편견"을 이용하여 현대적으로 각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도 일종의 원작 AU 팬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의 여왕"을 재해석한 디즈니의 "Frozen"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나도 명작을 재해석해서 출간을 하고 싶다면? 글을 쓰기에 앞서, 위키에서 작가의 생몰년일과 저작권 만료여부를 꼭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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