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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23. 2024

교과서에 꼭 한국인만 나와야 할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꿈꾸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해외, 특히 미국 출판사의 그림책을 그리는 일이다 보니 여러 문화적 배경을 고려할 일이 많이 생긴다.


이번에 그리게 된 보드책도 흑인 가족이 주인공이고, 현재 그리고 있는 다른 책도 라틴계 출신의 아이가 등장할 예정이다. 설령 백인 아이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출판사의 제안 때문에 반드시 한두 명의 비 백인 아이들이나 어른이 배경에 등장하기 마련이다.

흑인 헤르미온느로 화제가 되었던 런던 웨스트앤드의 해리포터.


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의 연극판 '저주받은 아이'의 캐스팅에서 헤르미온느는 흑인으로 묘사되었다. 예전 런던 웨스트에서 봤던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코제트는 무려 흑인으로 캐스팅되었다! 책과 연극, 뮤지컬까지 이미 해외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왜 이런 기조를 고수하는 걸까?


미국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인이라고 한다면 아마 비정상회담의 타일러 라쉬 같은 백인을 떠올릴 것이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국인은 백인'이라는 이미지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에 파병온 수많은 미국인들 중 흑인들의 비율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더 한국어 잘하는 미국인 타일러..


미국에는 수많은 주들이 있고, 그 주들과 인접한 나라에서 건너온 많은 이민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카멀라 해리스가 대표적으로, 어머니는 인도계 출신이며 아버지는 인접한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이었다. 아마 70년 전에 미국인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백인 혹은 흑인이었을 것이다! 이젠 아시아계, 아랍계, 흑인계, 인도계 등 정말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다. 심지어 영국도 마찬가지다!

대대로 백인 재벌 출신의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는 자수성가의 상징, 해리스!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의 런던 시장


보리스 존슨이 실각한 다음 취임한 인도계 총리 리시 수낵의 이야기는 유명할 것이다. 최초의 아시아계 이민자 출신 총리에 화려한 이력, 게다가 엄청난 부자 가족...


사실 그전에 영국에는 이미 이민자 출신의 런던 시장이 있었다. 현재도 재임해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에서 나고 자란 법률가 출신이다.

코로나 시기에도 큰 지지를 받으며 재선한 사디크 칸.

그저 백인들만 있는 동네의 시장으로 재임했다면 꽤 놀랄 일이지만, 직접 런던에 가보니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런던에는 정말 엄청난 숫자의 인도계, 혹은 무슬림계 이민자들이 완벽한 영국식 교육을 받고 어엿한 영국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런던의 반 이상은 이런 인도 아시아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을 위한 마트나 편의시설 등이 지역 곳곳에 터를 잡고 있다. 우리가 은행 같은 공공시설이나 학교, 회사, 마트 등에 가면 아주 높은 확률로 피부가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서 영국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직도 정장 입은 백인 남자 정도에 그쳐있는 것 같다.


한국 혼혈의 피터 빈트. 런던에 가면 이런 이국적인 얼굴의 사람들을 더 많이 본다.
다양한 피부색이 등장하는 프랑스 교과서


내가 이 포스트를 쓰게 된 계기는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그림작가 Anne-lise Nalin의 최근 작업물들 덕분이다. 코미컬하고 귀여운 그림체로 유럽에서 그래픽 노블을 발간하기도 한 유명한 작가인데, 최근에 교과서 그림을 작업했다. 눈에 띄는 건 다양한 피부색과 다양한 체형의 아이들이 표지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교과서 표지들은 교육기관의 자체적인 기준에 맞춰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프랑스 학교들이 최대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도록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한국말만 쓰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까만 머리의 하얀 피부의 한국인만 나오는 우리나라 교과서와는 참 대조적이다.


출처: www.instagram.com/annelisenalin
아직은 다문화가 아니라고?


우리나라의 인구 중 5%는 외국인 출신이라고 한다. 이건 통계일 뿐, 잡히지 않는 외국인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그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시아계, 특히 일하러 온 동남아시아 출신들이다. 이미 한국인과 결혼해서 낳은 2세 아이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어엿한 한국인이다!


부모가 한국인과 비슷한 베트남계나 몽골 출신이라면 뚜렷한 차이는 안 나지만,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인과 외형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우리처럼 김치와 떡볶이를 좋아하고, 더러는 케이팝 스타를 꿈꾸며, 친구들과 밤새 카톡으로 수다를 떠는 한국인이다!


피부색이 하얗든 어둡든, 머리카락이 노랗든 까맣든... 우리처럼 김밥천국에서 김밥에 떡볶이 시켜놓고 학원 가기 전에 친구들과 잡담하고, 다이소에서 엄마에게 받은 용돈으로 예쁜 머리핀을 사고,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정말 평범한 한국의 한국 학생들이다.

 

동심에 국경은 없다.


그렇다면 그런 아이들이 표지나 삽화로 등장하는 한국 교과서도 볼 수 있음 직하지 않을까? Anne-lise 작가의 교과서 작업물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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