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봄부터 여름까지 열심히 준비했던 Outside Our Window시리즈의 첫 책이 아마존에 등록이 되었다!
그림책 출판사들은 보통 프리 오더, 즉 선주문을 받기 위해서 책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인터넷 서점에 책의 정보를 올린다. 막상 직접 그림을 그린 나 자신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에이전트인 Aliza 가 올린 포스트를 보고 뒤늦게 확인을 했다.
보드 북 Birds Sing Their Words 와 Trees Stand Tall!
책들은 내년 2025년 4월 22일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마존에서 내용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흑인 가정의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1년에 3권씩, 총 10권이 발행이 될 예정이다. 아참, 책은 일반 그림책이 아닌 영유아 보드책이다!
늘 40페이지 언저리의 큰 판형의 그림책을 그려오다가, 적은 쪽수와 작은 판형의 보드북을 그리려니 여러모로 일반 그림책과의 다른 점들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이 그림책은 많으면 48페이지가량 되는데, 이 책은 24페이지 밖에 안 한다! 게다가 보통 그리던 책의 1/2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라서 어떻게 캐릭터를 뚜렷하게 잘 보이게 할지 고민을 했다.
2권의 책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시리즈 보드북을 그릴 때에 유념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짤막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보드북들은 시작부터 내용, 테마,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만들어지는 책들이 많다. 그래서 시리즈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작가로서 어떤 부분을 더 유념해서 그림을 그려야 할지 짚어보고 싶다.
1. 주인공의 일정한 모습
시리즈물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 캐릭터들의 일관성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미국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들 중, 작화가에 따라 캐릭터들의 얼굴이나 모습이 들쭉날쭉할 때가 많다. 애니메이션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늘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캐릭터 시트를 만들어서 최대한 스타일을 통일하고자 한다.
초창기에 만든 캐릭터 시트!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 건, 홍은영 작가가 그린 가나 출판사의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시리즈다. 작가님의 수려한 그림체로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가, 출판사의 인세 관련 분쟁으로 다른 작가로 대체되고 나서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처음 첫 책을 냈을 때와 비슷한 일관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스타일은 시리즈물의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아예 출판사로부터 작품 요청을 받았을 때 캐릭터 시트를 따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게 좋다. 캐릭터의 대략적인 생김새 위에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사계절로 바꿔가면서, 실제로 그려지면 어떤 느낌일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가능한 시트는 출력해서 보드에 붙인 다음 계속 확인하면서 본 작품을 그리는 게 좋다.
2. 단순하게, 또 단순하게!
이건 시리즈물이라기보다는 보드책의 특징인데, 보드책은 영유아를 타깃으로 하는 책이다. 아이들은 책을 씹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고 실수로 떨어뜨리기도 해서, 보드책을 내구성 있고 안전하게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일반 그림책보다 제작비가 비싸다.
또한 대부분의 보드책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와 체구에 맞춰서 작은 판형으로 제작된다. 때문에 보통 그림책 사이즈의 1/2 정도 된다.
이렇게 작은 판형에 복잡하고 화려한 그림을 그리게 되면 작가 본인은 신나겠지만, 시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 아이들은 그림 속의 사물을 잘 구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림들을 가능한 크게 크게, 윤곽은 뚜렷하고 색깔을 밝게 쓰는 게 아이들을 위해서 더 좋다. 그래서 이번 그림책에서는 복잡한 수채화를 포기하고 디지털 도구로만 작업하고 완성했다!
회화적이었던 예전 그림책에 비해, 좀더 단순하고 코미컬하게 표현했다.
3. 마감시간 지키기
10부작, 24부작 TV 애니메이션이 매주 방영되기 위해선 매주 매주 마감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모두 사전제작을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예전 드라마들은 매주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노동강도를 자랑하곤 했다.
이와 같이, 시리즈 보드책은 한 권, 두권, 세권 권수가 쌓여감에 따라서 캐릭터들의 관계성이 복잡해지고 그들이 머무는 세계가 계속 확장되어 간다.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TV드라마와 같이!
그래서 이런 시리즈 책의 경우 이미 10권 치의 마감 스케줄이 짜여있다. 1년에 몇 권을 완성할지, 표지 스케치와 마감, 내부 페이지는 언제까지 완성을 하고 컨펌받을지... 그래서 하나의 마감에 문제가 생기면 연이어 있을 다음 책의 마감에 문제가 생긴다. 당연히 마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캐릭터가 어느 정도 손에 익었을 즈음에 떠나보내야 하는 다른 그림책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이미 친숙한 주인공들을 다양한 테마로 변주해서 그리니까 너무나 즐겁다! 매번 다른 책에서 다른 스토리로 그리니, 지금까지 해왔던 단권짜리 그림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런 색다른 기획의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그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