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과 계약서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
저번 글 2025 미국 그림책 출판계에 대한 Q&A (1)에 이은 글입니다.
만약 글/그림 작가가 되면, 선인세가 두 배가 되나요?
아마 그림작가가 물어본 것 같은데 정답은 노!이다.
그러니까 그림작가로서 보통 선인세를 20,000 달러를 받는다고 한다면, 글과 그림을 같이 할 경우 그 두 배인 40,000 달러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가 않다 (생각보다 꽤 많이 하는 오해라고). 만약 그림작가라 하더라도 글/그림 작가로서는 첫 데뷔책이다!라고 한다면 그것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크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아직 얼마나 팔릴지 알 수 없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The Cat 에이전시는 볼로냐에 부스를 만들 생각이 없나요?
그런 생각은 고려해 봤지만, 우리는 하지 않는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북 페어에 잠깐 들러서 출판사 관계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출판 동향을 알아보는 것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다만 지금까지 진행해 온 Promo 그림들을 mock-up으로 만들어서 전시 부스 같은 걸 만들까 생각은 해봤는데... 비행기 비용이나 부스비 등 고려할 것이 많아서 그냥 미뤄두고 있다. 하지만 그림 작가로서, Lightbox expo 같은 여러 행사에 나가서 자신을 홍보하고, 같은 동종 작가들과 교류하는 건 매우 좋다고 본다.
출판사들이 정말 많은데, 에이전시는 작가들을 위해 어떻게 출판사들과 공평한 계약을 하고 흥정을 할 수 있을까요?
Agent A:
일단 그림책 계약서에는 작업 진행기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 계약서는 보통 2년에서 18개월 까지 효력이 있게 된다. 그 이상 넘어가면 책의 출간과 마케팅 등 전반적인 프로듀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안에 작업을 마치길 작가에게 권고한다.
출판사를 선택하고 계약을 흥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대형 출판사와 소형 출판사의 접근 방식이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Tilbury Publishing (https://www.tilburyhouse.com) 같은 출판사는 하퍼콜린스 같은 Big Five 출판사들과 다르다. 회사와 인원 규모, 예산이 다르기 때문에 우린 대형 출판사와는 다른 전략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소형 출판사 나름의 장점도 있다!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만들지 않은 매우 개성적인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또 대형 출판사에 비해 초판 선인세가 빨리 닳기 때문에 책을 빠르게 다시 재판한다.
Agent B:
그렇다고 그런 소형 출판사들에 무작정 대형 출판사들처럼 선인세를 몆만 달러씩 달라고 흥정할 수는 없다! 우리 에이전트는 출판사의 규모마다, 또 특성마다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놀랍게도 출판사들도 각자 나름대로 에이전시에 대한, 혹은 작가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있다! 실제로 어떤 에이전트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출판사에게 강압적으로 해서 출판사의 미움을 사기도 한다. 에이전트에게는 각각 자기만의 접근 방식, 흥정 전략이 있고 우리는 이런 과정을 꽤 즐기는 편이다.
출판사가 작가에게 무리한 일정 변경이나 수정 요구를 할 때, 에이전시가 어떻게 개입하나요?
Agent A:
바로 이럴 때 에이전시가 여러분 옆에 있다! 우리가 적절하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평소에 충분히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사소한 모든 것까지 에이전트에게 보고해라. 작가가 네댓 개의 여러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느라 너무 바쁠 때, 다시 스케줄을 짜는 데에 일단 충분한 대화와 상담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마감일 당일에, 혹은 마감일 며칠 전에 갑자기 알리지 말고 몇 주 전부터 미리미리 알려주자. 수정 작업의 경우 대략 3번 정도까지는 가능하지만, 만약 그 이상의 수정을 요구한다면 에이전시에게 이야기를 해주자. 그 이후에는 추가 요금을 요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에이전트에게만큼은 작가가 솔직해져야 한다. 살면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문제나 계획이 생길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다거나 휴가를 간다거나... 작가로서 늘 신뢰를 주기 위해서, 출판사 디렉터들에게 늘 "괜찮아, 난 할 수 있어!"라며 예스맨이 되곤 한다. 하지만 에이전트에게만큼은 늘 솔직해지자. 급하면 그냥 Zoom 미팅을 한다던지, 아님 바로 전화를 하면 된다! 문제가 생기면 아주 신속하게 연락을 해주길 바란다. 가능한 미리미리!
Agent B:
그리고 아트 디렉터와 메일을 주고받을 때에, 늘 에이전트를 CC (참조하기)해서 우리가 모든 진행과정을 알 수 있도록 하자. 가끔 아트 디렉터들이 바빠서 에이전트를 참조하는 걸 깜빡하는데, 나중에라도 답장을 보낼 때 우리 에이전트들을 꼭 CC(참조하기) 해서 메일을 보내자. 추후에 문제가 생길 때 에이전트가 메일에서 작업 기록을 빨리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출판 계약이 성사되면, 에이전트는 뒤로 빠지고 작가는 출판사 직원과 단독으로 메일을 주고받게 되면서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부터 주로 출판사 디렉터와 메일을 주고받게 되지만, 모든 메일에 에이전트를 CC (참조) 해서 모든 작업의 Workflow를 알도록 하라는 조언이다.
에이전시는 어떻게 출판사와 그림 작가를 서로 매칭하나요?
Agent A: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는 게 별로 없다! 출판사가 우리를 먼저 찾는다. 우리가 출판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가 우리와 그림 작가들을 선택한다. 다만, 글/그림 작가의 더미북을 출판사에 보내야 할 때에는 우리 에이전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Agent B:
이것과 별개로, 한때 아트 디렉터였던 에이전트로서 할 수 있는 조언은... 그림작가로서 출판사와 일을 할 때, 출판사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안하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간에 뭐든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 매우 적극적으로 말이다. 출판사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뭔가 위화감이 든다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하면서 충분히 아이디어를 더 좋게 바꿀 수 있다. 능동적인 작가가 되자.
출판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이건 작가마다, 출판사마다, 작품마다 모두 다르다. 어떤 것은 일사천리에 빨리 성사되기도 하고, 어떤 건 6개월 가까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출판사의 계약사무 팀은 매우 빠르게 진행하는데 반에, 다른 출판사는 느리게 진행하기도 한다. 어떤 부서는 달랑 한 사람이 맡아서 하는데, 어떤 부서는 여러 명이 오래 검토하기도 한다. 혹은 다른 계약서들을 먼저 검토하느라 시간이 딜레이 되기도 한다. 확실한 건, 계약서 내용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빨리 걸린다는 거다.
보드북이나 플립북 더미의 경우, 어떤 포맷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유아책은 최대한 단순하게 하는 게 좋다. 보드북은 9"X 9" 혹은 10"X10" 같이 정사각형으로 딱 떨어지는 형태로 하는 게 보통이다 (물론 일부 보드북은 형태를 라운딩 하거나 특수 형태로 커팅한 책도 있긴 하다).
현재 그림책 출판계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Agent A:
출판계 트렌드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어떤 책이 더 잘 팔리는지, 잘 나가는지...
여기서 "트렌드"라는 건 현재의 유행, 흐름이라는 뜻이다. 지금 이 "트렌드"가 각광을 받는다는 건, 이미 이 트렌드가 가까운 미래에는 인기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거다. 이미 최근 트렌드에 대한 수많은 책이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재 각광받는 흐름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니콘이 최근 유행이 되어서 유니콘 책이 시중에 2000권이 넘게 존재한다면, 굳이 출판사가 그걸 또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에디터들도 그들만의 위시 리스트가 있긴 하다만... 그들은 좀 더 개성적이고 독특한, 최근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원한다.
Agent C:
이번 볼로냐에서 해외 출판권을 많이 판매한 책들의 경우를 보자면... 개성적이면서도 결국은 세계 보편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너무 지엽적인 테마라던지, 혹은 라임 (rhime), 즉 말장난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이라던지... 다른 언어로 바뀌면 원래의 의미가 심하게 변형되는 그림책들은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건 출판권이 해외에 팔리기가 어렵다.
그들은 무언가 Stand out 한, 그야말로 눈길을 끄는 작품을 원한다. 독자들은 그들이 기꺼이 20달러의 돈을 주고 사기를 원하는 무언가를 원한다! 책가격이 예전보다 높아진 만큼 더 높은 기준을 원한다. 또한 설령 이전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면,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독특한 스토리를 원한다.
예를 들어... 예전 코로나 당시에는 밖에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주로 실내, 가족이나 집의 소중함에 대한 주제로 그림책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젠 그런 책들이 너무나 많이 출간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똑같은 책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왜 책을 사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게 좋다.
Agent B:
요즘 그림책 출판계의 사기가 좀 저하되긴 했는데... 특히 동물 캐릭터가 주인공인 그림책은 정말 인기가 없다. Middle grade book, 중고등 문고서적도 판매 성적이 안 좋다. 만약 이쪽 청소년 소설에 투고하고 싶다면, 잠시 서랍 안에 놓아두고 나중에 출판사와 컨택하는 게 어떨까?
앞으로 The Cat 에이전시의 비전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Agent A:
일단 우린, 이 The Cat 에이전시의 작은 사이즈에 매우 만족한다! 우리는 늘 서로 이야기하고 대화하며, 모든 것을 절대 변덕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물론 가끔씩 돌발 변수가 생기긴 하지만... 우리는 늘 팀을 이루어 서로서로를 돕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잘 운영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덕분이다.
Agent C:
누군가 한 명의 성공은, 결국 우리 팀 모두의 성공이다! 그저 한 사람만이 각광받는 게 아니라, 결국 이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같이 각광받고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다. 서로의 성공을 축하하며 고무하는 이 분위기가 참으로 좋다. 이게 바로 The Cat Agency의 아주 좋은 작업윤리이다.
큰 대형 출판사가 The Cat 에이전시 소속작가에게 유독 더 많이 주목하는 편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다. 당신의 첫 출판사가 Big Five의 펭귄북스, 하퍼콜린스, 맥밀런이나 사이먼 앤 슈스터 일 수도 있지만, 아주 작은 출판사 일수도 있다! 크든 작든 굉장히 많은 출판사들이 우리에게 연락을 한다. 설령 지금껏 작은 출판사와만 일해왔다 하더라도, 되려 이런 Big Five 출판사들은 꾸준히 작은 출판사와 일해온 작가를 더 좋아할 수 있다. 큰 출판사랑 일한 작가들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림책 작가로서 좋은 스타팅 라인이 무엇일까?
Agent A:
우리 에이전시와 함께 하기로 사인을 한 것부터가 좋은 스타팅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지.
Agent B:
조언을 하자면,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거다. 자신만의 프로젝트로 계속 꾸준히 작품을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