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
몇 주 전에 아주 오랜만에 내가 속한 The Cat 에이전시에서 단체 미팅을 했다. 야호!
보통은 모든 에이전시들이 총 출동해서 하는 그룹미팅을 연말에 한번 정도 한다. 하지만 이번엔 에이전시의 총책임자, Christy 가 아주 오랜만에 볼로냐 북페어에 참석하게 되었다! 북페어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알리고 출판계 동향도 살필 겸 오랜만에 미팅을 열었고, 여기서 소속 작가들에게서 받은 여러 질문들에 대한 에이전트들의 좋은 답변이 많이 있었다. 나도 미팅의 내용을 정리하고 복습할 겸, 중요한 부분들을 몇 자 적어볼까 한다.
2025년 그림책 출판계의 흐름
확실히 여러 정세나 경제적인 부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해외 출판사들의 출판 의욕이 좀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출판사이클은 흐름이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최근엔 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장르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놀랍게도 The Cat 에이전시는, 해외 전체 출판 에이전시 중에 출판거래 성사율이 업게 4위(!!!!!)라고 한다. 대부분 대형 에이전시가 15-30명 정도의 에이전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The Cat의 주요 에이전트가 4-5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독보적인 위치인 것 같다.
가장 많은 질문- 트럼프 정권은 출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Agent A:
트럼프의 보수정권이 집권한 후, 특히 문화적 다양성이나 문화적 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은 현재 정치가 미국의 출판계를 뒤흔들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미국 경제나 주식이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출판사들은 "어떤 재밌는 책을 만들까?"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늘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좋은 책을 만들려고 늘 노력한다.
보통의 출판사들은 진보적인 움직임을 따르고, 보수적인 정치 흐름에 반대하는 편이다. 그래서 문화적인 다양성을 유지하고 권장하는 건, 늘 출판계의 기본 정신이 될 것이다. 머리 좋은 출판사들은 오히려 이런 억압적인 흐름을 기회로 생각한다. 보편적인 시민들이 결코 원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출판계는 모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특히 미국에 살고 있다면 소셜 미디어에 정치적으로 너무 자극적이거나 선동적인 미디어를 올리는 것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추방명령 등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 어떤 포스트를 올릴지 늘 신중하자!
Agent B:
펭귄북스 같은 Big Five (5개의 미국 거대 출판회사들) 출판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나온 얘기지만, 그들은 늘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안전하기만 한 책'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권이 아닌,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
출판사들은 그저 회사를 비즈니스적으로만 운영하지 않고, 늘 비전을 갖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들은 늘 정치적인 트렌드에 순순히 순응하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관망하지 않고, 모든 부정적인 정치적 영향력에 반대하기 때문에, 출판계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자.
월례 Promo 이벤트가 실제 출판 사례로 이어지기도 하는가?
* 내 The Cat 에이전시에서는, 월마다 그림 테마를 정해서 소속 작가들에게 자유그림을 그리도록 권유하는데 이게 Promo이다. 모든 것이 자율적인 이벤트이다! 이렇게 월마다 그림을 그리면, 이 그림들을 잘 모아서 실제 출판관계자들에게 메일로 자주 돌린다. 이런 이벤트에서 실제로 책 거래로 성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Agent A:
물론이다! 작가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이런 Promo 그림을 꾸준히 그리길 권한다. 실제로 자유작업으로 시작했던 그림이 출판 프로젝트로 연결된 적이 제법 있다. 에디터들이나 아트 디렉터들도 작가들이 평소에 자유롭게 그리는 그림들을 보는 걸 좋아하고 꾸준히 지켜본다. 가끔 아주 긍정적인 반응이 빠르게 올 때도 있고, 한 반년쯤 걸리기도 한다. 혹은, 출판사 관계자들이 꾸준히 찾던 계열의 그림들을 이런 Promo 이벤트를 통해 찾기도 한다. 글작가와 그림 작가가 같이 짝을 맺어서 글과 그림을 만들기도 하고... 출판 관계자들은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다양한 테마의 Promo 이벤트를 통해 평소 여러 그림들을 그려두면, 다양한 주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출판관계자들의 더 넓은 어망에 걸릴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바운더리가 넓어질 수 있다는 건 덤이다! 하지만 해야 할 마감과 일이 산더미라면, 억지로 굳이 병행하면서 하진 말자. 언제나 하고 있는 일의 Deadline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니까.
Agent B:
이런 에이전시가 없는 사람들은, 볼로냐 북페어에 가서 "Illustrator's wall'이라는 곳에 자기 포트폴리오를 붙이고 온다 (주: 바로 내가 6년 전에 했던 일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에이전시는 운영하는 소설 미디어에 작가들 작품을 대신 소개해 주므로,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북페어에 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매우 좋은 기회라고 본다. 에이전시는 몇백 명 정도 되는 많은 에디터들의 메일링 리스트가 있는데, 그들에게 월마다 작가들의 Promo 그림들을 메일로 보낸다 (보통 출판사별로, 각 직급별로, 그들이 만드는 책 종류별로 모두 분류되어 있다). 그들은 계속 꾸준히 지켜보기 때문에, 꾸준히 자유 작품을 만드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것과 별개로, 설령 에이전시가 다 홍보해 준다고 해도 작가마다 스스로 소셜 미디어나 홈페이지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출판 관계자들은 의외로 작가들의 사이트, 소셜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꼭 에이전시에게 보여주자. 그들은 늘 새로운 작품을 보고 싶어 하니까.
꼭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Promo에 참여해야 하나요?
Agent A:
그저 권장사항이지만, 가능하면 시간이 있을 때 꾸준히 하는 것을 권한다. 만약 바빠서 보여줄 것이 없다면, 이미 작업을 마친 그림책에 대해 보여 줄 수도 있다! 그림책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던지, 샘플 그림들을 올린다던지... Promo를 위해 그릴 때에도 꼭 '그림책' 타입으로만 할 필요가 없다. 같은 주제로 '그래픽 노블'이나 'Middle-grade (중고등학생 문고책)' 스타일로 그릴 수도 있다! 뭔가 다른 것,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적극 추천한다.
Agent C:
소셜미디어에 대한 팁을 주자면... 의외로 사람들은 작가들의 책도 좋지만, 작가의 스튜디오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떻게 작업이 완성되는지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림 대신에 다양한 방식으로 소셜 미디어에 보여줄 수 있다. 사람들은 작가의 취향이나 관심사, 평소 생활 등을 엿보는 걸 꽤 좋아한다.
Agent B:
The Cat 에이전시에서는 글작가와 그림 작가를 같이 섭외해서 같이 협력하여 Promo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글작가와 그림 작가가 아이디어를 모아서 하나의 가시적인 샘플을 만들어내면, 그만큼 출판사들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제 점점 글작가나 그림 작가 혼자서 출판사의 좁은 문을 뚫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팀작업을 하면, 매우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고 싶어 하는 출판 관계자들은 이런 샘플 이미지들을 보고 출판에 대한 확신을 확고히 다질 수 있다.
출판사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할까요? 만약 같은 지역에 살면, 출판사 직원들과 같이 신간 그림책을 주고받기도 하나요? 아님 엽서나 카드를 보내기도 하나요?... 아님 내가 직접 해도 될까요?
Agent A:
물론이다! 가끔 출판사 사옥에서 만나기도 하고, 북페어에서 보거나 같이 식사하기도 하고... 에이전트로서 다양한 소셜라이징을 한다. 그저 비즈니스로 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로서 친구로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북페어가 출판사 인근에 열리면 가끔 시간을 잡고 만나기도 한다. 그림책 작가라면 그들의 메일이나 출판사 주소로 엽서를 보내는 것도 자신을 알리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보통 출판사 직원들은 매우 바쁘고, 평소에도 여러 곳에서 온갖 Cold email 들을 받기 때문에... 작가들이 보낸 메일을 미쳐 못 읽거나 읽어도 답장을 못하는 게 대다수이다. 너무 스스로를 상품화해서 그들에게 억지로 스스로를 팔려고 하지 마라! 그들도 사람이고, 나에게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없어서 신경을 못쓸 수가 있다. 출판사 직원들을 부담스럽게 괴롭히지 말아라. 그리고 우리들은 AI 가 아니야! 그저 나에게 진실하게, 그리고 그들에게 진실하게 대하도록 노력하자.
프리랜서 세금 관련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Agent A:
에이전트들은 세금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것은 알지만, 아주 자세하게는 잘 모른다. 가능하면 전문적인 세무사를 찾아서 문의를 해보는 게 가장 좋다. 다양한 세무사들에게 견적을 받아서 그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다만, 에이전시는 작가에게 돌아갈 총금액에서 커미션을 떼고 (The Cat 에이전시는 20%) 나머지 금액을 작가에게 지불한다. 우린 이 20%에 대한 세금을 우리가 내게 된다. 만약 작가가 이 작업료의 100%를 먼저 받은 다음 나머지 20% 를 커미션으로 우리에게 주면, 작가는 작업료의 모든 세금을 100%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그러면 이중과세가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작가가 출판사에게서 받은 증정용 그림책을 다른데 팔아도 돼요?
Agent A:
놉. 그건 안된다.
보통 이 작가 증정용에 대한 규약이 작업 전의 계약서에 모두 명시되어 있을 것이다. 이 작가 증정용은 팔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 본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문자 그대로 '증정'하기 위해서 출판사에서 준 책들이다. 이 책들은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로열티, 즉 인세 소득이 없다. 출판사는 이 증정용 책을 제외한 나머지 부수들을 팔고, 그 남는 수익을 우리에게 로열티 방식으로 주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만약 우리가 공짜로 받은 이 증정본을 서점에 되판다면... 우리에게 받을 수 있는 로열티를 스스로 포기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또한 이렇게 되면 출판사가 작가의 그림책에 대한 로열티 계산에 큰 문제가 생기는데, 실제 판 금액과 개수랑 팔아야 하는 판매부수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이런 일은 하지 말자. 기본적으로 계약서의 조약 위반이기 때문이다.
미팅이 매우 길어서, 다음 편에서 다른 질문들을 더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