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 쓰는 방법과 영국의 대학들
저번 글에 이어서, 영국 유학 포폴을 만들 때에 유의하면 좋은 부분들을 Q&A 방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내가 간 곳은 영국 킹스턴 대학원의 Illustration MA 코스였기 때문에, 미국 대학원이나 다른 영미권 대학들은 조금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Q5. 추천서는 뭘까? 또 좋은 추천서를 받는 방법은?
흔히 해외는 계급 사다리가 없고 자유롭다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해외만큼 인맥으로 굴러가는 곳은 없을 것이다.
빅토리안 시대에도 도시로 상경해서 좋은 귀족집 하녀로 취직하려면 이전 주인의 추천서가 필요했다. 명망 좋은 주인집 머슴으로 일을 하려고 해도, 이전 주인님 추천서가 없으면 취직이 힘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신용을 평가하는 첫 바로미터가 바로 추천서 (Reference)이다. 그래서 해외유학에 추천서가 필수다.
난 추천서를 2부 받았는데 하나는 졸업한 지 오래된 대학 학부 지도교수님의 추천서였고, 또 하나는 중학교 때 나를 가르치셨던 미술학원 선생님이었다.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 회사도 몇 년 다녀봤지만, 더러는 연락조차 하기 싫은 악연이 되어버린 이들도 있었다. 또한 문제없이 잘 다녔지만 전혀 미술과 무관한 직무로 일했던 회사도 있었다. 때문에 예전 대학의 서양학과 교수님과, 꾸준히 연락을 드리던 미술학원 선생님께 미리 연락을 드려서, 감사하게도 좋은 내용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다!
추천서를 받을 땐, 미리 최소 1달 정도의 기한을 드리고 부탁을 드려야 한다. 교수님들은 늘 바쁜 스케줄로 정신이 없으시다. 특히 휴일이나 과제 평가기간을 빼고 여유로운 시간에 미리 맞춰서 부탁드리는 게 좋다! 추천서를 받을 땐 영어로 작성하도록 부탁할 수도 있지만, 일단 한글로 받은 다음에 번역 에이전시에게 부탁해서 영어로 바꿀 수도 있다. 유학을 다녀오셨거나 영어를 잘 구사하시는 분이라면 바로 영어로 받아도 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전문가에게 다시 한번 검수를 꼼꼼히 받아야 한다. 그래서 원본은 되도록 한국어로 받도록 하자. 참고로 내가 직접 번역한 다음에 검수만 받는 게, 한->영 통번역을 맡기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미 알려진 추천서 양식을 활용하자
추천서는 기본적으로 쓰이는 양식이 있다. Academic reference letter, letter of recommendation 등으로 구글에 검색하면 기본 탬플릿들이 여럿 서치되므로 참고해서 쓰면 된다. 상단엔 기본적으로 해당 대학의 로고나 이름, 추천서가 쓰인 날짜, 그리고 “누구”에 대한 추천서인가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 하단엔 추천서를 쓴 ‘교수님 성함’과 ‘직함’, ‘해당 학과’와 교수님의 ‘이메일 주소’가 들어가면 된다. 아참, 마지막엔 꼭 ‘교수님 자필 싸인’을 잊으면 안 된다!
추천서의 내용은 추천서를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역시 정해져 있다. 처음 서문에는 나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으며 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해왔는지 짧게 설명하면서, 킹스턴 학교에 나라는 학생을 추천하게 되어서 영광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서문으로 쓰는 게 좋다. 그리고 내가 학부 때에 보였던 좋은 태도와 성실함을 칭찬(!!) 하면서, 학업에 대한 좋은 에티튜드를 부각하는 게 좋다. 물론 교수님은 하도 많은 학생들을 상대하시느라 나에 대해 기억을 잘 못하시지만… 그분들께 아주 나쁜 기억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니라면, 교수님들은 기꺼이 우리 같은 학생들을 위해 좋은 표현을 끌어모아(!!) 멋진 글을 써주실 것이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학생으로서 내 성격과 내 작품에서의 가장 큰 강점 2-3가지를 꺼내어 각각 명료하고 뚜렷하게 적어 넣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 서문에서는 역시 나와 같은 학생을 추천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며(!)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는 역시 다소 전형적인 문구로 마무리하는 게 좋다. 추천서를 쓰는 사람이 회사 상사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디테일만 다를 뿐, 추천서의 탬플릿은 정형화되어 있으니까.
추천서 양식은 워낙 자료가 많으니, 구글에 서치 해서 자신에게 맞는 내용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교수님들은 학생이 원하는 추천서 양식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내가 직접 자세하게 지시사항을 미리 알려드리는 게 좋다. 서문과 본문에 꼭 이런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마지막 글에 이런 내용을 꼭 부각하면 좋겠다 등등… 미리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탬플릿을 짜서 그 탬플릿에 맞춰 써달라고 하시면 교수님도 훨씬 마음이 편하다. 시간도 훨씬 절약된다.
Q6. 킹스턴 대학원 외에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다른 대학들은?
유학생들은 주로 런던에 위치한 킹스턴 대학교에 많이 간다. 일단 킹스턴이 Illustration이나 Design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이고 랭킹도 높다. 그리고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뮤지엄, 유명한 예술 행사들이 모두 런던에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런던을 꿈꾼다!
하지만 그 외에도 잘 알려진 학교들이 잉글랜드에 많다. 런던에서 멀지 않은 University of Brighton에도 Illustration MA 코스가 유명하며, 많은 그림 작가들이 이 학교를 졸업하였다. Anglia Ruskin University는 캠브리지에 있는 4년제 대학교인데, 역시 Illustration MA 코스가 있으며 심지어 Children’s book Illustration MA 코스도 있다. 이런 그림책 전문 과정은 앵글리아 러스킨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학과 요강을 검색해 보자.
이외에 본머스에 있는 Arts University of Bournemouth, 팔머스에 있는 Falmouth University 에도 각각 Illustation MA 코스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University of Edinburgh 도 일러스트레이션 코스가 있으며, 잉글랜드와는 다른 스코틀랜드의 문화에도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볼만하다. 참고로,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는 런던에서 파리 가는 것보다 훨씬 멀다!
Q7. 실제로 대학원 공부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학원 공부는 각 학기마다 대부분 과제 + 리서치 + 에세이로 구성이 된다. 과제는 손이나 디지털로 만들어서 제출하면 되고, 나머지는 작품에 대한 리서치와 작품을 소개하는 에세이로 판가름 난다.
때문에 과제는 평소 학부에서 하던 방식으로 열심히 만들어서 보여주면 되지만, 리서치나 에세이에서는 아무래도 지금까지 공부한 영작실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교수님들은 과제 발표 때 무작위로 학생을 찝어서 발표를 시킨다. 때문에 미리 어떤 말을 할지 준비를 안 해오면 정말 난감하다!! … 미리 간단하게라도 발표 개요를 메모지에 적고, 전날에 리허설도 두어 번 열심히 해오는 게 좋다. 왜냐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 곤란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학생이기 때문에, 현지인들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꼼꼼히 챙겨야 최소한 중간까지 갈 수 있다. 그리고 최종 과제와 논문의 경우엔, 가능한 돈을 써서 현지인에게 꼭 검수를 받도록 하자. 안 해도 상관은 없지만, 제대로 검수를 못한 작품 과제와 에세이로 후회가 남는 졸업전시를 하는 것보단 훨씬 낫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해당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외국인 학생을 위해 개설된 영어작문 or 영어 프리젠팅 강의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혹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영어 유튜브 영상도 듣고, 영국 뉴스나 라디오 등을 자주 들으면서 계속 공부를 하는 게 좋다. 영국에 산다고 저절로 실력이 늘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 과신한 나머지 영어도 완전하지 않고, 심지어 한국어도 완전하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정체되기 쉽다.
외국에 있으면 한국생각에 저절로(?) SNS로 들어가 친구나 지인 인스타를 구경하거나 새로 나온 아이돌 신곡을 들으면서 한국인보다 더한(!) 케이팝 팬이 되기도 한다. 사실 1년이 넘게 해외에 장기 체류하면서 현지 문화를 접할 기회는 여간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현지 라디오도 듣고, 주말엔 뛰어나가서 운동도 하고, 서점에 가서 좋아하는 그림책도 마음껏 읽고 오자.
Q8. 미국과 영국 대학원의 차이는?
사실 난 미국 대학교도, 대학원도 다녀보지 않았다. 그래서 영국과 어떤 커리큘럼 차이가 있는지, 문화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대학원 과정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굴지의 영상회사나 게임회사,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모두 미국에 있다. 물론 유럽에도 큰 회사들이 있지만, 채용 규모로나 인지도에 있어서는 북미와 체급 차이가 있다. 만약 졸업 후 애니메이션이나 영상, 게임 쪽에 큰 뜻을 두고 있다면 차라리 미국으로 가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 최근엔 취업 관련 OPT, H-1B 비자를 취득하고 연장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여러 정보를 듣고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선 미국에 가서 직접 공부하고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영국은… 나의 경우, 딱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정식 졸업장을 받을 때까지만 영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해 줬다. 그 기간이 대략 반년이 채 안되었다. 터키나 다른 EU국가 학생을 제외하고, 아시아 사람이 비자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안에 정식으로 취직해서 비자 스폰서를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뭐랄까… 외국 학생들은 공부 다 했으면 알아서 썩 돌아가라는 분위기?
나의 경우엔 본래 목적이 잘 공부하고 귀국해서 돌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큰 아쉬움이 없었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 12개월의 넉넉한 시간을 주는 미국의 비자 시스템에 비해 다소 짧아서, 많은 유학생 동기들은 대부분 나처럼 고국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기회가 제한적인 만큼 큰 회사에 취직을 목표로 한다면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곳이 더 좋지 않나 싶다. 또한 영국은 물가에 비해 집세와 세금이 굉장히 높다! 그에 비해서 월급은 북미 회사들에 비해 물가 대비 다소 낮은 편이니 그 부분도 미리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