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동의 복잡성과 서로의 관계를 좌우하는 복잡한 권력 및 시스템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학문적, 실용적 접근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다. 특히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공상가적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적 차원에서라도 주변 상황과 관계에 대한 여러 생각의 갈래를 뻗어봤을 것이다.
내 경우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후, 다양한 상황의 대화에서 어떤 필터링이 동작할때가 있는데, 되돌아보면 나와 생각의 관점이 다를 때 그것이 동작하는 것 같다. 동일한 현상에 관점이 다른 원인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사회적 계층 등 환경적 요인에서 크게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현상 그 자체보다는 까닭이 궁금한 타입이었고, 그 까닭을 심도깊게 대화할만한 상대를 많이 마주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혼자 책을 읽는게 자연스러웠다. 당장 내 옆에는 별로 없더라도 청소년인 내가 가지는 의문의 대부분은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의 저자들이 이미 자세하게 밝혔기 때문에 나는 주제만 잘 찾으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로버튼 그린의 책은 십여 년전 회사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서서 읽다 재밌어서 바로 구입했다. 처음 느낌은 마키아밸리의 군주론과 비슷한 줄 알았는데, 이를 비롯해 인간의 심리와 권력에 대한 여러 연구와 저술들을 모아 로버트 그린이 자신의 방식으로 집대성한게 아닌가 싶다.
인간 본성의 법칙은 굉장히 두꺼운 책이지만 생각보다 잘 읽히는 편이다. 어떤 표현들은 글의 문맥을 잘 담아내지 못한 부분도 있긴한데 (번역의 문제인건가? )특히 인간 관계에 고민이 있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접근하는 방법으로 꽤 괜찮다고 본다.
사실 우리는 같은 상황일지라도 내가 어떤 포지션이냐에 따라 정반대의 주장을 하기도 한다. 가령 프로 N잡러를 꿈꾸며 회사에서 자신의 다른 업무를 당당하게 보면서 자신이 하는 토이 프로젝트의 알바생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며 극대노 한다. (최근에 목격한 사례다). 사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종종 마주하고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숙고해보면 우리도 그런적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로버트 그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우리의 감정 경험이 단순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누구는 사랑하고, 누구는 미워한다. 이 사람은 경외하지만, 저 사람에게는 경멸밖에 못 느낀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단순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거의 늘 양면적 감정을 느낀다’는 인간 본성의 근간을 이후는 팩트다. 우리는 사랑하면서 동시에 증오할 수 있고, 존경심과 시기심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화가나는 여러 흔한 상황에서 상대 뿐 아니라 나를 들여다봐야할 때 이런 발칙한 표현의 책은 나름의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인간의 행동은 단순한 규칙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미묘한 신호와 조정에 따라 달라지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변 관계 속 사람들을 통제하고 다루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 복잡한 방식을 조명하는 것은 권력 역학의 탐구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