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의 대변인이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감추어둔 방, 닫아둔 문 뒤편에서 울려오는 낮은 음성이다. 그 방에서는 어제의 실수와, 잊고 싶었던 얼굴들과, 이루어지지 않은 기대들이 모두 한데 모여 기묘한 풍경을 만든다. 꿈은 그 풍경 위를 날며 무엇인가를 속삭인다. 그것은 경고일 수도 있고, 위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아무 말도 아닌 소리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꿈에서 나는 한 마을을 걸었다. 길모퉁이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흩어져 있었다. 어떤 집에서는 어릴 적 기억이 나오고, 또 다른 집에서는 잃어버린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풍경은 고요했지만, 그 안에 있는 나는 조용히 아파했다. 아마도 고통은 항상 꿈 속에서 가장 솔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꿈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마음의 주름 속에 숨어 있던 고통, 덜컥거리는 불안, 설명할 수 없는 기쁨 같은 것들. 그것들은 꿈 속에서 형상을 얻고, 언어를 가지며,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깨고 나면, 우리는 그것들을 잊는다. 잊으려 한다. 왜냐하면 꿈이란 너무 투명해서, 그것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이 때로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꿈은 우리의 또 다른 자아가 쓰는 편지라고. 우리가 읽을 준비가 되지 않은 진실들이 담긴, 아직 봉인된 편지. 그리고 그것을 열어보는 건 오롯이 우리의 몫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꿈이 대변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 자신, 아니면 우리가 감히 바라보지 못한 우리 자신의 파편들일지도. 꿈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