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겨울 시장, 겨울 시장 먹거리 총출동!

내가 사랑하는 모든것 1 - 겨울시장

by jjin

저는 좋아하는 것이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누가 지금 당장 물어봐도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 중 뭘 제일 먼저 말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가장 최근에 발견한 걸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정말 갑자기 발견했어요. 완주 삼례책마을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했어요. 발견하자마자 '나 이것도 좋아하네?'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바로 겨울의 시장입니다. 물론 그냥 시장도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겨울 시장이 주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완주 삼례 책마을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이었어요. 완주에서 저희 집 창원까지는 거리가 꽤 멉니다. 차로만 3시간을 달려가야 해요. 삼례 책마을에서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한적한 길을 지나게 되었어요. 시골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고 춥기도 했고 일요일 아침이라 더 조용한 분위기였어요.


그러다 신호를 받아 장터 옆에 섰는데 장터만큼은 북적북적하더라고요. 바삐 움직이는 상인들 그 사이에서 장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간식 사 먹는 아주머니, 엄마 아빠한테 이끌려 나와 손 잡혀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는 아이들. 그 풍경을 보는데 어릴 때 추억과 함께 '나! 겨울 시장 좋아하는구나!'하고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주말이면 아빠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저를 들처매고 새벽 번개시장이며 어시장이며 경매시장까지 다양한 시장들을 구경시켜 줬습니다. 저는 그중에 겨울에 새벽 일찍 나가 번개시장에서 1등으로 먹는 콩국을 제일 좋아했어요. 따뜻한 콩국물에 설탕을 가득 넣고 튀긴 떡을 푹 담가 노글노글하게 만들어 호호 불어 먹으면 세상 어떤 간식보다 더 맛있었습니다.(번개시장은 없어졌지만 어시장에 새벽에 나가면 아직 먹을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새벽에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시장은 다양한 추억이 서린 곳이에요. 여름 시장도 좋지만 이상하게 겨울 시장이 더 좋습니다. 그 추위에 모자와 목도리로 중무장을 하고 눈만 빼꼼 내고 아빠 손을 잡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맛있는 것들을 잔뜩 먹은 곳이라 그런가 봐요.


겨울 시장엔 맛있는 간식이 많습니다. 콩국도 참 맛있지만 새벽에만 먹을 수 있어 해가 뜨고 나면 먹기가 힘들어요. (아 참! 대구엔 콩국이 유명해 콩국을 파는 가게도 있어요. 가서 먹어봤지만 새벽에 시장에 가서 먹는 맛을 이길 순 없었어요.) 먼저 호떡이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겨울 간식 중 하나입니다. 뜨거운걸 잘 못 먹는 저이지만 길을 가다 호떡을 보면 절대 지나 칠 수 없습니다. 무조건 하나 사서 먹고 봅니다. 혀가 데고 입천장이 다 까져도 말이죠. 개인적인 노하우가 있는데 먼저 조금 뜯어먹고 그 입구로 후후 바람을 불어넣으면 금방 식습니다. 그러고 조심조심 베어 물면 달달한 호떡을 데이지 않고 먹을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어묵입니다. 저는 어묵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그래도 겨울 시장에 갔으면 꼭 먹어줘야죠. 추운 겨울날 시장 한 바퀴를 하고 얼어버린 손과 볼을 녹이기엔 어묵국물만 한 게 없으니까요. 뜨끈한 국물에 손을 녹이고 속까지 녹이고 나면 언제 추웠냐는 듯 몸이 풀립니다.


세 번째는 풀빵입니다. 국화빵이라고도 하죠? 저는 풀빵이라고 불러요. 요즘엔 파는 곳이 참 없어요. 시장에 가야 좀 보입니다.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 바로 앞에 시장이 있는 곳이라 이제 어딜 가도 풀빵이 보여서 너무 좋습니다. 작은 국화꽃처럼 생긴 풀빵은 붕어빵보다 많은 양을 주는데 저렴해서 좋은 친구입니다. 약간 덜 익은듯한 무른 식감이 호불호가 갈리지만 겉면 가득 발린 설탕과 흐물흐물 입안에서 뒹구는 반죽과 앙금이 맛있는 간식이에요.


마지막으로 커피이모가 파는 유자차가 있습니다. 시장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커피카트를 끌고 다니는 이모를 꼭 마주쳐요. 어린 저는 커피를 먹을 수 없어 아빠가 유자차를 사주셨어요. 어린 마음에 저도 그 달달한 믹스 커피가 먹고 싶었는데 말이죠. 유자차는 자주 먹던 간식은 아니에요. 저는 콩국이나 다른 간식을 더 좋아했거든요. 그래도 꼭 커피카트 이모가 보이면 사 먹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겨울 시장을 최근에 좋아한다고 깨달았는데 글을 쓰면서 보니 원래 아주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나 좋아하는 이유가 가득한걸 보니 말이죠. 때마침 이번 주말이 저희 집 앞 시장 장날이네요. 계절까지 겨울! 이번 주말엔 시장 나들이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