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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Feb 07. 2022

별 보러 가자

아무 생각하기 싫은 날 별.멍 하고 싶은 날 

찬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은
밤하늘이 반짝이더라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네 생각이 문득 나더라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어느 일요일 적재의 노래를 친구에게 흥얼거리듯이 불러 보았다. 평소 사진 찍기,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동네 친구가 '그럼 별 보러 갈래?'라고 물었다. 일요일 주말, 평소 같으면 생각도 못했을 급만남, 급 일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일을 안 하니까 상관없지만 출근 전날 밤에 별 보러 가자니, 어디로 가야 별을 보는 거지. 


  10년도 더 된 시간, 열아홉 살 강원도 만해 백일장에서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사는 게 바빠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본 게 다였다. 그리고 또 몇 년 후에는 가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거나 예쁘다는 말을 하며 무심히 지나갔던 것 같다. 별 보기는 정말 힘들었다. 별은 그냥 하늘에 보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직접 스마트폰으로 별을 찍었다.  

  우리가 간 곳은 양평이었다. (주소: 양평균 양동면 금화리 187)을 찍고 가면 된다. 일요일 밤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별을 보러 와 있었다. 연인, 가족, 아이들과 함께 와봐도 되는 곳이라 공유차 주소를 올리는데 네이버 별 보는 명소만 쳐도 잘 나온다. 터널 앞 별을 보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별을 찍고 있었다. 스마트폰 불빛 하나 없어서 처음에 간 사람이라면 저기서 뭘 하나 싶기도 할 것이다. 이날 경기도 수도권은 영하 일도였지만 양평은 시골이라 영하 오도였다. 추운 날 벌벌 떨어가며 보는 별멍도 꽤 매력 있었다. 겨울 별 멍.

  처음에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바깥바람을 쐴 겸, 친구를 만날 겸 겸사겸사 나간 것 것인데 하늘이 저렇게 이쁘다니. 별을 가까이서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 머리 위로 별들이 또렷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한참 하늘을 바라보다가 친구에게 물어봤다. 

"별이 움직이는 것 같아."

친구는 대답했다.

"지구가 자전하잖아. 그러니까 움직이지."


지구가 자전하니까 별이 미세하게 옮겨 다니는 것도 나중에 깨달았다. 아 맞다. 그런 건 생각도 못했다. 바쁘게 사느라 어떻게 지내는지 지구의 안부를 묻지 못했나 보다. 

차에서 삼각대와 간이 의자를 하나 꺼내 놓았다. 하늘을 향해 내 시선을 품었다. 쏜다는 표현이 맞을까. 잠시 후에는 스마트폰으로 별을 찍었다. 적막했다. 모든 사람들의 신경이 다 하늘을 향해 가 있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만 켜져 있어도 빛이 번져 나오기 때문에 저마다 별 찍기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적막함이 나는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온통 하늘로 시선을 두는 별 멍이. 왜 별을 굳이 보러 오나 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와서 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브런치에도 썼지만 굵직한 기업의 면접에서 떨어지며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답답했다. 돈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별을 보며 '저 별들도 이정표가 있듯이 내 별자리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순간 북두칠성이 보였다. 눈으로 담뿍 담은 별모다 못하겠지만 핸드폰에 찍어둔 별을 계속 계속 보려고 손을 벌벌 떨며 촬영에 몰두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참 동안 하늘의 별과 공기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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