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 너는 나 우린 참 닮았다
반려견의 주인이 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렇게 결심했으니까. 나는 정말 어쩌다 녀석의 주인이 되고야 말았다. 반려견, 추정나이 11살~12살. 이름 딸기. 2012년도 4월쯤에 데려 왔으니 그날이 생일이 되었다. 어림잡아 2,3년 전에는 태어났다고 기록해 두었으니 동물등록증엔 태어난 년, 월이 이천구년으로 되어있다.
엄마도 아빠도 모두 처음이라 그렇듯 나도 누군가를 맡아 키우는 주인이 되었으니까. 녀석을 키우며 서툴렀던 게 한 둘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강아지에 대한 지식도 없었던 터라 다른 사람이 파양한 말티즈를 데리고 온다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 주인이 된 나에게 또다시 남의집살이를 하는 딸기도 쉽지 않았었다.
이를테면 강아지에게 위협적인 음식(양파, 포도, 초콜릿)이 무엇인지 공부하던 때가 엊그제만 같다. 항문낭을 안 짜줘서 스키타듯 엉덩이를 질질 끌었을 때는 적잖이 당황해서 바로 병원에 데려간 적도 있었다.
녀석은 동급견, 그러니까 같은 강아지들에게 왈왈 거리며 달려든다. 아마 자신이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인지 다른 강아지들이 무서운 것인지.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낯을 가린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여아인데도 오줌을 쌀 때면 한쪽 다리를 올리고 싸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오는지.
성격이 각각 다르듯이 강아지들도 본연의 특성이나 모습 행태가 있다는 것을 녀석을 통해 처음 알았다.
또 녀석의 이야기를 쓸 때면 술술~ 막힘없이 마치 육아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같아서 진심을 쏟게 된다. 언젠가부터는 녀석의 모습을 글로 갈무리해 놓고 싶었다. 처음 브런치에서 조회수를 얻은 것도 방문객 수가 늘어나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은 것도 모두 녀석 때문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보고 느낀 건데 좀 더 오래 간직하면 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사진이라던가, 사랑한다고 좀 더 생전에 말할걸. 두 개 줘야 하는 것이라면 하나를 더 얹어줄걸. 얼마 전 동물병원에서 딸기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수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강아지든 사람이든 장기를 고쳐 쓰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단지 조금 더디게 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아지의 신체 시간이 조금은, 아니 생각보다 더 많이 느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주인이 되었으니 주인 살이 좀 더 많이 할 수 있게.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내 몸에 찰싹 붙은 녀석을 오래도록 품고 있을 수 있게. 그래서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사진으로 담아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글로 녀석을 붙잡아 둘 수 있게 브런치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