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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Feb 16. 2022

여자들이 무리에서 살아남는 법

직장에서의 단체생활도 똑같다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집단은 어디일까? 아마 유아기 때 유치원일 것이다. 그 후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머리가 커지면 생각도 많아지고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난다. 즉 집단이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 유튜브로 새 학기 반 배정을 받은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어떻게 무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지에 대한 영상을 흥미롭게 봤다. 보통은 세네 명에서 많게는 대 여섯 명이 무리를 이루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소녀들은 각자 본인들만의 고충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 학생들 세네 명이어도 친한 친구가 각각 다른데 다수의 아이들이 한 명에 대한 욕을 하면 내가 친한 친구 편을 들고 싶어도 집단에서 소외당할까 봐 맞다며 동조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왕따, 은따라는 게 생겨 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나중에는 그 친구를 피하게 되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다.


  여기 a, b, c, d 학생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 b, c, d 끼리 조금 더 친한 상황에서 a, b가 c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d에게 했을 때 d가 c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나도 그런 것 같아'라고 했을 때 c는 이상한 사람 내지는 그 무리에서 더 이상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영상을 쭉 지켜보며 심하면 심했지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과 다를 게 없음을 깨달았다. 특히나 고등학생들은 친구관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나 또한 그렇다. 언젠가부터  학교든 회사든 공부나 일 능력보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잘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왔다.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 무리에서 소외당한 경험이 많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먹을 것을 건네거나 가벼운 농담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또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주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해 관계를 맺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주도적이다 리더십이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난 소심한 성격이다. 


  직장생활도 곧 똑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몸에 밴 배려심과 특유의 밝은 말투로 잘해보려고 했지만 가끔 실패할 때가 있었다. 궁극적으로 왜 적응하지 못했는지를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고(소위 말해 담타) 아부를 떠는 성격도 못 됐었다. 소위 말해 남초 프로젝트에서 비흡연자인 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갈 때마다 자리를 지켰다. 

  담배연기가 피어나는 곳에서는 일 얘기부터 어떻게 프로젝트가 돌아가는지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대리부터 과장까지 라인 타기를 하며 긴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지만 '나는 프로젝트 일에 맞지 않는다'라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처음에는 글톤이 다르고 내공도 없어 일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한번 찍힌 선입견에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에게도 눈치와 촉이란 게 있는데 사람들의 눈빛을 빨리 읽어 그들의 생각을 일찍 캐치한 덕에 일찍 나 자신에 대해 체념했다. '아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구나'를 그때 깨달았다. 내가 담배를 피웠다면 눈치껏 따라다니며 프로젝트에 대해 열심히 내 부연설명을 가타부타했다면 달라졌을까?


  항상 여러 명 사이에서는 눈앞에 없는 사람이 희생양이 되어 있었다. 나는 믿기 싫었지만 한동안 내가 글을 못 쓰는 것 같아 교보문고에서 문장수업, 맞춤법 책을 잔뜩 사놓고 읽었다. 나 자신이 일에 대해 완벽해야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란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미 나는 프로젝트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으니.

  영상에서 아이들의 무리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d가 떨어져 나가니, 이번에는 a가 b욕을 c에게 하게 된다. 결국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은 또 다른 사람을 소외시킨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과유불급은 줄이고 적당히가 필요하다. 적당히 맞춰주며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친해지는 것, 무리에서 살아남기보다는 집단에서 적절한 포지션을 유지하도록 해보자. 그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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