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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Feb 28. 2022

쓴다는 것의 의미

하루를 보내면 무엇이든 쓸 건 나온다

  "네가 상 받을 때 엄마는 행복해"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어" 

  내가 글 쓰는 것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엄마의 이 말 한마디였다. 성인이 되고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글로써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열심히 습작하다 어느 날 짠 하고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언젠가는 나도 책을 쓸 수 있을 거야.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글을 쓰곤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커질수록 나 자신에게 오는 실망감은 늘어났다. 꼭 성공해서 보란 듯이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꿈들이 종이조각이 되어 날아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안하다며 매일 밤 숨죽여 울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돈 되는 일을 해볼까. 인터넷 오픈마켓으로 장사를 할까. 창업을 할까 별 생각을 다 했었다. 창업에 대한 관련 서적을 찾아보던 나날들도 있었다. 엄마가 생전에 계실 때는 한 지방사 동화 신인상에 당선된 적이 있었다. 지방상이기도 하고 동화라는 생소한 분야라 쑥스러운 마음에 당선을 숨기고 나중에서야 밝혔었다. 그런데 가족들은 마치 대통령에 당선이라도 된 것처럼 진심으로 기뻐해 줬었다. 그 당시 나는 일을 그만두고 '그래 뭐든 써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기한을 정해두고 글쓰기를 했었다. 아무것도 써지지 않으면 할당량을 정해 뭐라도 써야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벽만 보고 글을 썼던 나 자신을 기억에서 끄집어낸다. 취업을 다시 해야 될까 생각하던 이맘때였던 것 같다. 

하루 종일 글을 쓰고 나면 그러니까 뭐라도 쓰면 내 안의 어지러웠던 기분들을 비워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뿜뿜 쏟아져 나왔다. 아 뭐라도 했구나 싶은 기분, 나 자신이 하찮다는 느낌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하루 이틀 삼일 그렇게 지내다 보면 뭐라도 내 기억을 사로잡는 일들이나 뇌리에 남는 글감들이 나와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뭐라도 쓰다 보면 그것이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된다. 그럼 오늘 쓴 한 편의 짧은 일기 혹은 생각을 정리시킨 글이 될 것이다. 무엇이든 써보기로 한지 한 달이 꼬박 지났다. 브런치를 쓰는 일은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직 일을 구하지 못한 구직자이긴 하지만 보고 느낀 것들이 많아져서 글감이 많이 생긴 기분이다. 

  글이 안 써질 때마다 엄마를 떠올린다.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엄마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끝까지 글을 놓지 말라고 했던 엄마의 말씀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때 글 쓰는 법이 너무 알고 싶어 학원을 다니겠다는 말을 했을 때 모두가 말렸지만 엄마만큼은 전폭적으로 나를 지원해줬다. 믿는다는 말과 함께. 모두가 쓸데없는 것을 한다고 했을 때 할 수 있다고 유일하게 응원해준 내 조력자이기도 하다. 그 믿음을 언제 갚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그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기에 펜을 들었다. 그리고 무엇이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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