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 좋다
나는 사계절 중 봄이 제일 좋다. 그중에서도 꽃잎들이 개화하는 3월을 가장 좋아한다. 겨울이 지나고 결국 봄이라는 달을 맞이하며 풍기는 분위기들(이를테면 햇살, 바람, 주변의 소리)이 내겐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다.
내 생일이어서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찌 됐든 난 봄이 좋다.
코로나에, 일자리는 열심히 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 그냥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삼월 중순에 있는 내 생일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갈뻔했다. 그러나 카드사, 화장품 쇼핑몰 등에서 '라일락님의 생일을 맞이하여 본 쿠폰을 드립니다'라는 문구의 메시지들을 받으며 다시금 내 생일이구나를 깨달았다.
감사하게도 이번 생일에도 주변 지인들, 친구들이 기프티콘(커피, 치킨)등 내게 필요한 먹을거리와 생필품 등을 챙겨주어, 생일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었다. 많은 선물들이 오고 갔지만 걔 중에서 나는 꽃 선물이 너무 좋았다. 어릴 때는 현찰, 비싼 게 최고지라며 아주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왜 꽃이 좋냐고? 그냥 그 자체가 좋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이유가 뭐냐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우리 엄마도 꽃을 참 좋아했다. 정확히는 무언가 기르는 것, 키우는 것에 취미가 있었다. 식물을 키우면 며칠 만에 죽는 사람도 있다는데 우리 엄마는 그 반대였다. 엄마의 손길만 닿으면 시들했던 식물도 금방 인공호흡을 받은 듯 잎새가 푸르게 힘이 돋았다.
어느 날은 아빠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던 날이었다. 엄마는 드라이브를 타면 항상 차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능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산, 푸른 나무 그 아래 꽃망울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저기 좀 봐 엄마는 저런 자연풍경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너도 좀 봐야 돼"
한 순간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엄마는 드라이브를 하는 그 순간에도 밖에 보이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성격이 급하고 예민한 나를 알기 때문에 엄마는 그때마다 차창밖 좀 보라며 나를 보챘다.
그때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풍경들을 지금은 눈에도 잘 담는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꽃이 좋아졌다. 단순히 예뻐서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한 겹 한 겹 피어났을 순간, 향이 태어나기까지의 시간들을 머릿속에 되뇌다 보니 꽃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엄마가 눈으로 담아보라고 했던 걸 너무 늦게 깨우친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생일선물로 받은 장미꽃, 프리지어를 손에 들고 그것들의 향기와 모습을 온몸으로 느껴봤다. 엄마가 있었다면 매일매일 선물했을 텐데, 못 주는 지금에 아쉬움을 표한다.
집에 오는 길 꽃다발을 안고 주위 풍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산새 소리, 바람소리, 햇빛이 내 눈을 쫓아온다. 봄이 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