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음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그래도 초기에 발견돼서 다행이야”
“항암 안 해도 된다며? 다행이지 뭐”
“아직 젊잖아 금방 괜찮아질 거야. 파이팅”
“액땜이라고 생각해”
주변에 당당하게 암밍아웃을 했다. 숨길 필요도 감출 필요도 없었으니까. 지인들이 나를 위로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암 같은 거 별거 아니란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액땜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은 진심으로 초기에 발견된 건 천운이라고 말했다.
다행, 다행은 맞다. 제자리암, 0기라서 다행이고, 항암을 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내 생각이 삐뚤어진 탓일까. 몇몇의 말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위로란 이름으로 날 지나간 말들이 마른 나뭇잎처럼 겹겹이 쌓여있었다. 위로란 말은 때론 칼처럼 날이 서 있다.
항암을 안 하는 것과 하는 것 천지차이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0기 암이라고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아닌척하며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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