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밥값을 비교하며 고르고 있을 당신에게

잘 살아냈으니 먹어도 된다

by 최물결

오랜만에 외출 길에 나섰다. 아는 선생님댁에 들리려던 참이었는데 배가 고팠다. 역사 내에서 제일 가까운 우동가게로 들어갔다. 기본 우동 7000원, 어묵 우동 8,000원……. 빠르게 먹으려면 어묵이 없는 편이 낫지만 천 원을 더 해서 먹고 싶었다. 내 앞에 있던 중년 아주머니 두 분은 키오스크에 뜬 메뉴를 추가했다 삭제했다 반복했다. 아무리 물가가 올라 밥값이 비싸졌다고 하지만 우동 한 그릇에 팔 천 원은 조금 비싸다.


또 한날은 동네에 있는 국수 전문점에 들렀다. 국수돈가스 정식이 먹고 싶어 혼밥을 했다. 나 말고도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혼밥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고요한 밥집, 부엌 너머에서 칼질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잠시 후 적막을 깨기라도 하듯 할머니 할아버지 무리가 가게로 들어왔다. 합쳐서 대여섯 명은 돼 보였다. 낚지 덮밥을 시켰는데 키오스크를 할 줄 몰라 아르바이트 생에게 메뉴를 말하고 있었다. 잠시 후 주방에 있던 사장님인지 주방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메뉴 확인을 하며 되물었다. 낚지 덮밥과 낚지 덮밥 정식이 있는데 미니우동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데 어떻게 하시겠냐고 말했다. 주춤대던 어르신들은 가격차이가 얼마나 나냐고 물었다.


미니우동의 가격은 2,500원이었는데 한 할머니는 너무 비싸다며 시키지 말자고 하고, 다른 할아버지는 그냥 시키자고 말했다. 미니우동을 시키지 말지에 대해 열띤 논의를 하는 모습에 내 귀가 활짝 열렸다. 밥은 이쪽에서 먹고 있지만 온 신경은 맞은편 테이블에 집중하고 있었다. 2,500원이 비싸다는 말에 한 아주머니가 일침을 가했다.


“없는 돈 아껴가며 자식 키웠잖아. 먹어도 돼. 그럴 자격 있어.”

돈 쓰기에 인색한 할머니를 바라보며 말하니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맞장구쳤다.


“그래 맞아. 먹을 자격 충분해. 얼마나 한다고.”

비싸다고 했던 할머니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알았다는 듯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미련에는 약도 없어’


‘맛있는 거 지금 아니면 언제 먹어’


또 다른 사람이 할머니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자신도 인정한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독히도 아끼는 버릇이 남아서일까. 나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
아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빠는 아직도 가계부를 쓴다. 정확히 말하면 본인 만의 방식대로 영수증을 모아 정리한다. 밥값, 커피값 하나도 매번 비싸다고 읊조리는 아빠를 볼 때면 항상 답답했다.


생필품이나 고가의 물건을 살까 말까 고사하는 것도 아니고……. 좀 쿨하게 할 수 없을까.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그렇다. 한 번은 보쌈 정식을 먹고 남은 김치를 포장하려고 했었다. 시선의 차이겠지만 많이 남은 것도 아닌데 굳이, 굳이 싸가겠다는 아빠를 보며 억척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냐며 화를 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습관이 있다. 혹은 한번 사면 조금씩 오래 쓰는 타입이다. 그러니 억척스러움, 몸에 밴 절약 습관을 이해하면서도 이제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어르신들은 낚지 덮밥과 함께 미니우동을 후후 불며 잘도 드셨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우린 밥 먹을 자격이 있다.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취업 준비를 하느라, 직장에서 일을 하느라, 부모님을 모시느라, 딸자식을 키워내느라. 아등바등 살았지만 결국 살아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밥 값을 비교하기보단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 말고 먹자. 오늘도 잘 살아낸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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