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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힘들게 했던 네가 출간작가라니

누구에게나 꽁꽁 숨겨두고 싶은 과거 하나쯤은 있다.

by 최물결

나는 내가 무척 강할 줄 알았다.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단단해졌구나 라고 생각했다. 강철멘탈 까지는 아니더라도 약 중간 멘탈쯤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나보다. 강해진다는 건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인데……. 그 깊은 상처를 오늘 마주했다.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가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여느 때처럼 브런치를 보고 있었는데 추천작가에 있는 그 아이의 이름을 보고 많이 닮았네라며 아무렇지 않게 클릭을 했다. 근데 역시나가 진짜였었다. 내가 알던 사람. 십년 전 그 친구가 맞았다. 그 친구는 내가 알았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학교를 처음 다니게 됐을 때 알게 됐다. 집도 같은 방향이라 항상 같은 지하철을 탔었다. 키가 유난히도 작아서 스무살 때 늘 힐을 신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한때 첫사랑 때문에 학교 시험을 거를만큼 많이 힘들때가 있었다. 식음 전폐는 물론 문열 힘조차 없었을 때였을 것이다. 그 친구는 네명의 무리 중 한명이었다. 보통 네 명이 다니면 한명 정도쯤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짝이 있을법한다.

‘나 너무 힘들어. 나 좀 알아줘. 내 마음을 좀 봐줘’

보통은 감정을 참거나 삭일법도 한데 그때는 그게 잘 안됐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런 걸 물러터진 성격이라고도 한다고 하더라. 그때 나는 너무 힘들어서 친구에게 술을 마셔달라고 말 했었다. 친구들은 시간을 내어 맥주집으로 와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를 대하는 태도는 하나같이 달라져 있었다. 슬프다고 그렇게 티 내는거 아니라며. 너랑 같이 다니기 싫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같이 무리지어 짓던 아이들이 작정한 듯 내게 말했을 때 난 할 말이 없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들은 그냥 여자애들 사이에서 있을법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속삭이던 아이들 조차 나를 피했었다. 아 이래서 무리 짓는 것이 안 좋구나. 걸그룹이 이래서 싸우는 구나 편 가르기라는 건 이런거구나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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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첫 이별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첫 친구들에게 떠나달라고 통보를 받는 것은 무서웠다. 아니 숨기고 싶었다. 지금에서야 몇 명에게 읊조리듯이 무엇보다 헤어지고 난 후 학교를 다니다 둘러보니 내 주변에 사람들이 다 나를 떠나있었다. 그때부터 였나보다. 내 감정을 모조리 쏟아내는 방법을 잘 모르게 된 것. 울고 싶어도 엉엉 울 수 없는 것. 헤어질때도 시원하게 말로 다 지르지 못하는 병이 됐나보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술 한잔 마시면서 그때는 그랬지 하고 허심탄회하게 말 할 수 있는게 있는가 하면 꽁꽁 숨겨 감추고 싶은 일들 하나쯤은 있다. 네명의 무리중에 주도 하던 축에 속했던 친구는 그때 내가 많이 미웠을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해왔다.

그 친구의 브런치는 꽤 유명했다. 그친구는 출간작가니까.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싶다는 둥 이러이러한게 좋다등 반듯한 이야기들로 나보다는 훨씬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너무 미웠다. 그냥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 글을 쓴다. 이게 미운 감정인지 부러운 감정인지 오래전 감정을 쓰고 나서 떨쳐 버리려고 쓰는건지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말이야, 만약 나도 내 글을 쓰고 언젠가 출간을 하면 그 친구를 만나게 될까? 사실 만나기 싫다. 그 일들을 아는 사람은 몇 없으니 말이지.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듯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줬던 사람은 그 사람의 존재를 까먹곤 만다. 나는 지금 그때의 슬펐던 감정과 마주한다. 그 친구가 아직도 밉다. 그래서 난 더 열심히 글을 쓸 것이다. 잘쓰는 글이 아닌 내 감정을 쏟아내는 글을 쓴다. 친구들이 그런다. 뭐라고 욕이라도 해주게 누군지 말하지 그랬어. 진작에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하지만 상처받은 사람은 쉽게 아픈일을 꺼내놓지 않는다.


유명하지는 않아도 내 감정, 나를 마주하는 글을 쓸거야

그 친구는 성적에 맞춰서 문창과에 왔다고 말했었다. 글쓰는게 싫고 힘들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난 솔직히 다 가식같다. 열일곱살 때부터 시를 써왔던 내 눈앞에 왜 나타난 것일까. 그때의 일로 굳이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그냥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네가 예전의 멋모르고 나를 대하던 모습을 한번쯤은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쓰는 글이 오롯이 너의 마음에서 나오는 진심이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감정을 토해내니 속이 시원하다. 글을 쓰기 위해 일을 하는 나로써는 오랜만에 느끼는 새로운 감정을 환기한다. 덕분에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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