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취미 생활하는 법
한국에 사는 26세 백수 S는 오늘도 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녀는 요즘 그림에 다시 재미가 들렸는데요. 전과 달라진 점은 재밌을 때 멈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 인형의 집 만들기에서 얻은 교훈때문입니다.
1년 전, 백수 S는 졸업전시를 준비하다 미니어쳐 하우스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전공이 건축이니 자신이 어련히 잘 해낼 줄 알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미니어쳐 하우스는 건축모델과는 달리 잎파리 하나하나, 가구의 손잡이 하나하나를 만들어서 붙여야합니다. 그러다보니 한번에 몰아서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빡센 건축학과 생활에 6년동안 찌들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몰아서 작업을 하곤 했습니다. 내일이 마감인 사람처럼 7시간이고 8시간이고 한 자리에 앉아서 꾸준히 종이를 접고 풀칠을 해댔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 시작한 취미가 어느새 부담이 되니 그녀는 화가 났습니다. 처음의 기세와는 달리 한 달이 넘게 집을 미완성인 채로 방치했습니다. 그리고 그 집을 다시 꺼낸 어느 날 깨닫게 됩니다. 이거, 조금만 할 땐 재밌구나!
세상에는 막판의 인텐시브한 시간과 에너지를 꼭 필요로 하는 작업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건축이라던가 책만들기라던가 뭐 그런 것들. 하나의 아웃풋으로 모든걸 설명해야하는 그런거 말예요. 그런 일들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직업병이 도져서 취미를 일처럼하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재밌는 것들은 일이 되는 순간 그것은 정말로 일의 영역에 속하게 됩니다. 개같은 점이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걸 달리 생각하면 뭐든 일이 안될 정도까지만 하면 재밌게 할 수도 있습니다. 태생부터 욕심이 많은 S는 이걸 깨닫는데 25년이 걸렸습니다. 취미는 조금만 하면, 그러니까 재밌을 때 멈추면 즐겁게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취미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그녀만의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녀는 하루엔 한그루의 나무정도만 그리려고 합니다. 이것도 매일 그릴 생각은 없고 그림이 재밌는 날에만 그릴 것입니다. 전에는 도시 전경을 다 그린 완성된 그림을 봐야 뿌듯했는데, 오늘은 나무 한그루로도 기부니가 좋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행복하단 소리는 아니고 불안하고 인생은 늘처럼 꾸질하지만 그래도 나무는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러니 혹시 일처럼 취미생활을 하고있다면 멈추고 다른 취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재밌을때까지만 하고 안되면 때려치는 겁니다. 이게 일과 취미의 결정적인 차이점 아니겠습니까.
May 26th,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