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와이너리, 주고 받은 선물

미니픽션 | 신혼여행에 따라온 두 커플

by 이수민

눈여겨봤던 폰드 거울을 벽에 걸고, 조명을 넣은 하얀 벽난로 콘솔을 두어 안방과 서재방 사이 공간을 꾸몄다. 이사를 하면서 소소하게 해 본 인테리어였다. 콘솔 위에는 소품을 진열했다.
이제는 정말 구하기 어려운, 리미티드 에디션 ‘원앙’이 중앙에 놓였다. 옥색보다는 민트 컬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현대판 원앙,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바로 그 새.
이것은 한정판 원앙과, 남편과 나의 작은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사를 기념하는, 오랜만의 집들이였다. 요리는 남편과 함께 직접 준비하기로 했다. 파스타는 알덴테로 삶아졌고, 페페론치노의 양도 잘 조절해 적절하게 매콤했다. 후추로 간을 더했다. 보쌈은 촉촉하고 야들야들했다. 가장 신경 쓴 메뉴는 역시 감바스 알 아히요였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감칠맛이 났다.
스페인 여행에서 사 온 올리브 오일의 힘일지도 몰랐다. 여름휴가로 신혼여행 리마인드 겸 다녀온 여행이었다. 이사할 새 집 주방에 구비해두고 싶었던 것들도 잔뜩 산 참이었다. 올리브 오일은 각각 다른 브랜드로 세 병 넘게 사 왔는데 벌써 절반이 넘게 비워지는 중이었다.
남자 넷,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성향이 비슷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한 성격인데도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지점이 있어서 무소음으로 즐거워했다. 집들이 약속 시간 5분 전에 넷이 현관 앞에 모여서 벨을 누르더니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두 손으로 선물을 건넸다. 꽤 묵직해서 남편이 바로 받아 주었다.
너무 예전과 변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나도 따지자면 내향형인 사람이지만 남편과, 그리고 이 친구들과 비교를 해본다면 조금은 더 외향적인 사람일 수 있다.
“이 원앙 아직 있네!”
친구 한 명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못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들은 그 앞에 모여 섰다. 세심하게 고른 결혼 선물이 오랜 시간 잘 놓여있는 것을 보니 뿌듯했던 모양이었다. 손님이 오기 전 먼지도 한 번 더 닦아 반짝이는 자태를 자랑하는 두 원앙은 다소곳한 자세로 부리를 꼭 다물고 있었다.

평범한 원앙이 아니었다. 결혼식을 열흘 앞두고 카페에서 식순 확인을 하고 있는데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들은 축의금은 별도라고 강조하면서, 이 한정판 원앙을 선물로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남편은 이 친구 무리에서 첫 결혼이었다. 나름의 신경을 써준 것이 틀림없었다. 듣자 하니 유명세를 얻고 있는 20대 도자기 장인이 만든 원앙으로, 딱 100쌍 한정으로 생산됐으며, 이 것도 주문이 열리자마자 넷이서 클릭에 도전해서 한 명이 성공해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30초 이내 완판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둘 다 약간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검색을 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무슨 10만 원이 넘어?”
우리는 일주일 뒤 배송 시작이라는 그 원앙을 신혼집에 잘 모시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오늘의 손님들도 모두 기혼자가 되었다. 육아 얘기가 한창, 우리도 손주를 맡아주신 부모님의 도움으로 오랜만에 여유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맛이 나쁘지 않았는지 음식이 빠르게 줄었다. 디저트를 준비하려고 일어서는데 친구 한 명이 식탁 뒤의 유리 찬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이거 어디서 사셨어요? 아내가 와인병 장식을 좋아해서요.”
빈 와인병을 눕혀서 보관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집 근처 가게에서 산 것이라 길을 알려주었다.
장식해 둔 와인은 신혼여행 중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서 선물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우리도 선물하고 온 것이 있었다.

신혼여행 일정을 너무 촘촘하게 짠 나머지, 우리는 여행 일정 내내 바빴다. 도착한 다음날도 늦잠은커녕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나야 했다.
바르셀로나 기차역에서 플랫폼을 한 번에 찾지 못하고 헤맸다. 이미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겨우 기차는 탔지만 약간의 지각은 피할 수 없었다.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했던 와이너리 투어를 가면서도 신경이 곤두섰다. 다른 신청자들과 함께하는 투어에서 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초조한 마음과는 별개로 정속으로 달리는 기차의 차창 밖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올리브 나무 밭과, 새파란 하늘이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리셉션 데스크에 캐리어를 맡기고 어두컴컴한 상영관으로 뛰어 들어갔다. 와이너리 소개 영상의 끝자락인 것 같았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앉아 스크린에 지나가는 장면에 집중했지만, 이내 와이너리의 로고가 떴다. 우리는 미처 평소의 심장 박동을 되찾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실례합니다. 도착이 늦었어요.>
사람들이 나오는 사이, 와이너리 투어 가이드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렸다. 가이드는 와이너리 소개만 진행됐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면서 즐거운 일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화하는 사이 한 남성 일행이 다음 일정을 위해 가이드 옆으로 다가와 섰다. 한 명은 셔츠 차림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다소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다른 남자는 회색 맨투맨을 입고, 와이너리 소개 책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와 대화를 마치고 일제히 투어 신청자들을 모아 포도밭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포도밭은 지평선까지 닿아 있었다. 비로소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캄캄한 새벽부터 일과가 시작된 결혼식 당일은 돌아보고 나니 영화 한 편이 지나간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그런 날이었다 보니 남편이 캐리어에 엉뚱한 물건을 담아 온 것도 이해가 되었다.
전날 업무 마무리에 시간이 걸려 늦게 퇴근한 남편은 다섯 번째 알람을 듣고서야 겨우 일어났다. 계획보다 15분 정도 늦게 현관을 나서는데 문 뒤로 작은 택배 상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둘 다 와인 파였고, 신혼여행에서 끌리는 와인을 보면 흥청망청 사서 먹어보기로 결심한 터였다. 집에 있는 휴대용 와인 오프너가 영 편하지 않아서 급하게 새로 구입했는데, 다행히 도착했길래 재빨리 집어 가방에 집어넣고는 메이크업 샵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스페인에 도착해 호텔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온 치즈와 크래커, 과일과 와인을 앞에 두고 한껏 들떴다. 꽤 허기진 상태였다. 빨리 먹어 보자면서 남편이 와인 오프너 택배를 뜯기 시작했다. 뜯을수록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는데, 열어 보니 와인 오프너는 온데간데없고 그 유명한 리미티드 에디션 원앙이 나왔다. 남편도 나도 친구들이 보낸 이 귀한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프너는 아직도 먼 지역의 택배 허브에서 떠도는 중이었다.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남편은 털레털레 레스토랑으로 와인 오프너를 빌리러 떠났다. 나는 브리 치즈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고소한다는 표현으로 모자란 맛이었다. 빨리 와인 한 모금을 같이 꼴깍하고 싶은데 아직 굳게 닫혀 있는 코르크가 야속했다.
치즈를 우물우물하다 캐리어에 넣어 온 가방이 떠올랐다. 가방순이 친구가 신부대기실에서 살뜰히 챙겨준 편지와, 축의금 봉투 몇 개가 따로 들어 있는 가방이었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가볍게 확인해 보려고 캐리어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냈다.
가방 겉면에서 상자의 모서리 같은 것이 손에 잡혔다.

전통 문양으로 장식된 축의금 봉투 하나에, 작은 케이스가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청첩장 모임 때 주고 싶었는데 배송이 늦어서 이제야 주네. 결혼 축하해!’ 하고 또박또박 적은 카드 아래에는, 방금 본 남편의 선물과 똑같은 한정판 원앙이 또 한 쌍 있었다.

나는 남편의 원앙 케이스를 다시 열어 내가 받은 선물과 비교해 보았다. 수작업이라 미세하게 다른 부분은 있었지만 디자인은 동일한 것 같았다.
와인 오프너를 빌려온 남편은 왜 원앙이 두 배가 됐냐며 화들짝 놀랐다. 우리는 이 두 쌍의 원앙 커플과 신혼여행을 같이 해야 할 운명이었다.

와이너리 투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투어의 마지막 단계인 테이스팅에 대한 기대감이 더 그렇게 느끼게 했는지 모른다. 커다란 오크통이 가득한 숙성실과 붉은 조명이 멋진 지하 저장고를 돌아보면서 나는 그 안에 든 와인의 맛과 향을 상상했다.
투어 인원은 15명 정도였다. 우리가 가장 어린 축에 속했고 대부분은 중년, 노부부도 있었다. 투어를 떠날 때 가이드와 이야기하다 눈이 마주쳤던 남성 일행은 형제이거나 친구인 것 같았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 연신 와이너리의 곳곳을 담는 부부, 홀로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돌아보는 키가 큰 남자와, 세 명의 여성 일행도 눈에 들어왔다.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는 가이드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테이스팅 장소는 와이너리 오너가의 소장품으로 꾸며진 고급스럽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공간이었다. 입구에 전시된 클래식 카부터 깨끗한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된 시계, 도자기는 마치 박물관을 보는 것 같았다. 걸어 들어갈수록 은은한 숲향이 났다.

투어 가이드가 팀별로 테이블을 안내해 주었다.
<치즈와 함께 테이스팅 신청하셨죠? 여기로 와 주시면 돼요.>
우리는 정사각형 모양의 높은 스탠딩 테이블 한 편에 섰다. 유리 테이블이라 와인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챙’ 소리가 났다.
우리의 오른쪽에는 한 부부가, 왼편에는 내가 형제라고 짐작한 두 남성 일행이 자리했다. 다섯 잔이 나와 남편 앞에 놓이고 레드 와인 세 잔, 화이트 와인 두 잔이 채워졌다.
치즈는 우리만 신청한 모양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 남편과 함께 물었다.
<혹시 치즈를 좀 나눠 드시겠어요? 저희는 그래도 좋아요.>
부부 일행이 먼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의 권유로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미국인이라는 이들 부부는 특히 부인이 와인 애호가여서 여러 지역의 와이너리로 여행하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벌써 캐리어 절반이 와인으로 가득 찼어요.>
남편의 말에 부인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이가 들었을 때 우리도 이런 모습의 부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저희는 신혼여행 왔어요. 와이너리 투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좋아요.>
나의 말을 듣고 부부는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두 남성도 인사를 건넸다.
<결혼 축하합니다.>
우리 대화를 듣고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나머지 갑작스러운 축하에 하마터면 움찔할 뻔했다. 차가운 성격일 것이라 짐작했던 셔츠를 입은 남자는, 웃는 표정이 첫인상과 전혀 달랐다. 맨투맨을 입은 남자는 짧은 인사에서도 활발한 성향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인 부부는 빠르게 잔을 비우고는 바로 옆에 있는 바(bar) 겸 와인 판매 매장에 가보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세 번째 잔에 담긴 레드 와인이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품종이라고 귀띔하고는 보조 가방을 챙겨 테이블을 떠났다.
와인이 줄어들수록 테이블에 남은 남성 일행과 오가는 이야기가 늘었다. 둘은 아일랜드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좋아하는 아일랜드 영화와, 꼭 가보고 싶은 더블린의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맨투맨을 입은 남자가 냅킨을 집어 손에 떨어진 와인을 닦아내고는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해요. 사실 우리도…….>
이 지점에서 옆에 있던 셔츠를 입은 남자의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굳었다. 우리를 보며 말하고 있던 남자는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에 결혼했어요. 아일랜드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됐거든요.>
나는 와인을 마시면서 아주 조금 목소리의 톤이 높아져 있었고, 그 톤 그대로 축하를 전했다.
<정말 축하해요!>
그들은 그 하이 피치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다른 남자의 표정도 풀리더니, 잔을 들어 올렸다. 남편과 나, 그리고 두 남자는 서로를, 또 스스로를 축하하며 잔을 부딪혔다.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 온 행복과, 긴 시간 겪어야 했을 기다림과 갈등을 보았다. 그것은 내가 마신 와인의 맛과 향보다 깊고 복잡한 것이었다.

와이너리는 곳곳이 정원 같았고, 분수대가 있는 공간은 유난히 현실과 분리된 느낌을 주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반복적으로 솟아오르고 떨어지는 물줄기가 더 그런 느낌을 주는지도 몰랐다. 결혼식 전날 다급히 마무리하고 온 업무, 결혼식에서 실수한 것은 없는지에 대한 반추와 같이, 나에게 달라붙어 있던 끈적한 생각의 찌꺼기를 씻어 주는 것 같았다.
“그냥 와인 많이 마셔서 그런 거 아니고?”
분위기를 깬 남편의 발언에 나는 눈을 흘겼다. 테이스팅 끝머리에, 자유롭게 와인도 사고 와이너리를 구경하는 막간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테이스팅 때 마지막 잔에 담겼던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을 한 병 샀다.
분수대 앞을 떠나지 않고 다음 여행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방금까지 테이블에서 서로의 결혼을 축하한 그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기온이 조금 떨어져 맨투맨 위에 재킷을 입고 있었다.
<결혼 선물을 하나 해도 될까요?>
그의 손에는 한눈에 보아도 달콤해 보이는 디저트 와인이 들려 있었다. 색과 병의 형태가 아이스 와인처럼 보이지만 좀 더 키가 작은 와인이었다. 와이너리에서의 시간과 기억을 한 병으로 담아낸 것 같았다.
<정말 고마워요! 너무 좋은 선물이네요.>
그는 재미있는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하고는, 손을 흔들며 되돌아갔다.
와인 두 병을 캐리어에 넣어두려고 걸어가는 길에 남편과 나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무언가 하나 주고 싶은데.
“우리가 사실 원앙이 두 세트나 있잖아.”
말없이 걷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지.”
늦은 도착에 다급하게 세워둔 우리의 캐리어가 보였다.
“우리도 하나 선물할까?”
남편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선 신혼집에 원앙이 두 커플 있는 건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아.”
그럴싸하고 진지한 핑계가 조금 웃겼지만 맞는 말 같았다.
우리는 각자의 원앙 케이스를 꺼냈다. 내가 원앙 네 마리를 꼼꼼히 살펴보고는 말했다.
“나름대로 다행인 게, 에디션 넘버가 따로 없어서 친구들한테는 안 들킬 것 같아.”
우리는 눈을 감고 두 케이스를 여러 번 섞은 다음, 하나를 골랐다. 사실 그래서 아직도 우리가 가진 원앙이 어떤 친구에게서 받은 것인지 모른다. 덕분에 모두에게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두 케이스에서 한 마리씩 꺼내어 갖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는데, 원앙 부부를 갈라놓는 것 같아 썩 내키지 않았다. 어디서든 둘이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우리는 선물을 들고 둘을 찾았다. 분수대와 머지않은 곳에서, 구매한 와인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괜찮다면 저희 선물도 받아주세요.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적인 선물이에요.>
내가 케이스를 열어 보여주자, 둘은 고개를 숙여 원앙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케이스를 받아 들고, 오랫동안 고대하던 생일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원앙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요청하길래 여러 각도로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와인으로 얻은 약간의 취기로 모든 일들이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공기와 분위기는 와이너리를 떠올리면 일어나는 감정으로 온전히 남아있다.
서로의 행복을 빌어준 두 부부는 뜻밖의 선물을 교환하고 돌아갔고, 우리가 와인병을 보고 그렇듯이 그들도 원앙을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디저트로 먹으려 사둔 쿠키를 꺼내자 현관에서 선물을 건넨 남편의 친구가 말했다.
“참, 선물 안 뜯어보세요?”
쿠키를 잠시 내려두고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상자의 포장을 풀었다. 익숙한 패턴 디자인의 상자. 좋아하는 브랜드의 그릇 세트였다. 마치 연못 같은 디자인이 특징인 신상품이었다. 가장 큰 사이즈는 틸 블루, 중간 크기의 그릇은 민트, 가장 작은 크기의 다용도 트레이는 스카이 블루.
“좋아하시는 브랜드 물어보고 골랐습니다. 와이프가 도와줬어요.”
나는 안목에 감탄하면서 얼른 그릇을 닦아 민트색 접시에 쿠키를 예쁘게 담아냈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생각해 보니, 가장 작은 트레이는 귀걸이나 반지를 올려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나는 커피잔을 든 채 작은 그릇을 들고 화장대로 가다가, 그것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을 찾아냈다.
하늘색 트레이 위에 약간 거리를 두고 두 원앙을 평행하게 올렸다. 둘이 오붓이 작은 연못에서 헤엄치는 것 같았다.
남편이 내가 아직 다 치우지 못한 리본을 모아 버리려 지나가다가 ‘아니!’ 하고 외치더니 멈춰 섰다.
“이렇게 두면 안되지.”
남편이 앞서 가던 원앙의 방향을 바꾸더니 두 원앙을 서로 바라보게 다시 두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긋나지 않게 원앙을 재배치한 남편은 다시 리본을 챙기더니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가 선물할 때도 설명했잖아.”
거실에서 친구들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마주 보고 있어야 행복하대.”


#이 글은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