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 의자가 내게 남기고 간 것
“집에서 플랫 화이트를 마실 수 있다니. 진짜 고급스러운 홈 카페다!”
아내는 전자동 커피 머신을 구매하고는 신이 나서 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원두만 쏟아 넣으면 머신이 갈아서 에스프레소를 내려주고, 우유를 투입하면 카페라테, 플랫 화이트, 카푸치노, 라테 마키아토까지 만들어 주었다. 우유 넣은 커피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걸 아내 덕분에 알게 되었다.
이사까지 반년이나 남아 있어서, 선결제 후 몇 달 기다렸다가 배송도 가능한 지 두 번이나 확인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여보 의자도 너무 기대된다. 포장 단단히 해서 보내줘야 할 텐데.”
아내는 카페라테를 한 모금 빨고는 여전히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커피 한 잔 마시고 들어가려 동네 작은 카페에 들른 참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테이블이 가득 차서 자리가 없을 뻔했다.
이사를 앞두고 우리는 각자의 ‘드림 ○○○’을 하나씩 실현하게 되었다. 아내에게는 그것이 커피머신, 나에게는 의자였다.
“그렇게 부탁했으니까 잘 보내주겠지. 다음 주면 배송되겠다. 이사할 때는 내가 따로 옮겨야겠어.”
이번 여름휴가 때 구매한 나의 ‘의자’ 얘기였다. ‘라운지 체어(lounge chair)’라고 말하면 좀 더 느낌이 살았다.
큰 마음먹고 떠난 이번 휴가 여행지는 덴마크와 핀란드였다. 내가 좋아하는 레고(LEGO), 아내가 좋아하는 무민(MOOMIN)을 반영한 나름의 테마 여행이었다. 아내가 계획을 짜서 나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예산과 일정이 괜찮았다. 덴마크 빌룬드, 코펜하겐, 핀란드 헬싱키, 난탈리를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나의 의자, 아니 라운지 체어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백화점 ‘일룸스 볼리후스’에서 샀다.
그 디자이너의 의자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분명 운명이라고 느꼈다. 심지어 색도 딥그린으로 거의 비슷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의자에 대해 듣고 제정신이냐고 묻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반나절도 넘는 시간을 꼬박 날아 도착한 여행지에서, 나는 순식간에 그 시절 자취방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각오는 단단히 했지만 수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때 시험 삼아 본 PSAT(공직적격성평가) 성적이 괜찮게 나왔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면 우선 첫 단계에서 여러 번 고생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여러 진로 고민 중에 그 지점에서 시험 준비에 도전해 보기로 가닥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보니 안이한 생각이었다. 예상대로 PSAT는 통과하는 게 크게 애를 먹지 않았다. 전공 시험이 문제였다. 특히 경제학이 자꾸 발목을 잡았다. 실전에서건 모의고사에서건 경제학에서 점수가 잘 나오지 않거나, 경제학을 붙잡고 있다가 멀쩡하던 다른 과목 성적이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2차 시험 낙방으로 PSAT부터 다시 보게 되자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나의 주된 시험공부 장소는 학교 도서관이었다. 그날은 도저히 책을 펼 자신이 없었다. 표지를 볼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나는 종합자료실로 발길을 돌렸다.
높은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끌리는 대로 책을 뽑아 들었다. 추리소설 한 권, 자기개발서 하나, 약간 생뚱맞게도 브런치 레시피 책 한 권, 영어 회화책 하나, 그리고 북유럽 디자인 가구 책 한 권.
손에 텀블러까지 든 탓에, 하드 커버에 특히 두껍고 무거운 디자인 가구 책은 들고 가기가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놓기 싫어 여차저차 책상까지 옮기는 데 성공했다. 텀블러가 휘청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잡아냈다.
읽는 것은 책을 뽑은 순서의 역순이었다. 별 생각은 없었고 놓고 나니 위부터 놓인 순서가 그랬다. 예전 같아서는, 혹은 어쩌면 평생에 펴보지 않을 것 같은 분야였다. 북유럽 디자인의 역사부터 시작되길래 덮어 버리려다가 웬 의자 사진에 시선을 빼앗겼다.
유려한 곡선의, 아주 푹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아 보이는 의자. 이름이 라운지 체어인 모양이었다.
나는 사진이 가득한 책장을 넘겼다. 모양도 여러 가지, 색깔도 다양했다. 모델 하우스 같은 공간에 비치된 의자 사진들이 이어졌다.
좁은 자취방에서 쓰고 있는 의자가 떠올랐다. 평범하게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오래돼서 등 부분의 천이 뜯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책장을 넘겼다. 층고가 높고, 각종 식물로 꾸며진 넓은 거실의 노란 의자 사진이 두 페이지에 걸쳐 크게 실려있었다. 갑자기 상식 공부 책에서 외운 단어가 스쳤다. ‘디드로 효과.’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멋진 가운을 선물 받았는데, 그 가운이 집의 낡은 가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점차 가구들까지 새것으로 사기 시작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용어였다. 통일성을 추구하는 심리 때문에 한 번의 소비가 연속적인 다른 소비를 유발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나는 약간 비튼, 혹은 좀 더 넓은 범위의 해석을 하고 있었다.
좋은 것이 생겼을 때, 꼭 무언가를 사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에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거나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 입고 싶은 옷을 사두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내 기준에서 그 사진 속 의자는 성공한 사람의 가구였다. 그리고 그걸 가지면 나도 그것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변해 가고자 하는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런 의자가 있으면 공부가 잘될 것 같았다. 합격의 기운이 성큼 다가와 줄 것 같았다. 도서관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전혀 없던 종류의 욕망이 일었다.
본격적인 시험 준비 전 과외를 해서 모아둔 돈이 3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부모님은 모르는 돈이었다. 벌써 마음 속에서는 어쩌면 이날을 위해 과거의 내가 마련해 둔 선물이었을지 모른다는 합리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성북동의 가구 편집숍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고 보니 평소 좋아하던 경양식 돈가스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의자들은 실제로 보니 더 매력적이고 고급스러웠다. 다만 주로 휴식에 최적화되어 있다 보니 너무 낮거나, 뒤로 젖혀지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중 하나, 눈길을 끄는 의자가 있었다.
책상 높이에도 적합하고,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각도도 적절한 의자. 톤 다운된 묵직한 초록색이었다.
“안목이 있으시네요. 국내에 제품이 많이 유통되지 않는 덴마크 디자이너의 작품인데 편하면서도 다용도로 사용 가능해서 실용적이에요.”
직원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나는 의자를 한 번 손으로 쓸어 보았다. 피부에 스치는 질감이 좋았다. 앉아 보았다. 몸이 기울어지지 않으면서도 편안했다.
267만 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우선 한 번 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왔다. 내리막길을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경양식 돈가스 가게가 보였다. 은은한 계피향이 특징적이고 양도 많은 맛집이었다. 의자가 너무 필요하다면, 인생에서 이 돈가스 200번만 덜 먹으면 되는 게 아닐까?
합리화가 마무리되고, 그 길로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결제를 마쳤다. 열흘 안에 안전하게 배송 예정이었다. 자취방을 깨끗이 청소했다. 의자를 맞을 준비를 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이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려면 도서관보다 자취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야 했다. 넓지는 않지만 층간 소음은 없는 감사한 공간이었다. 책을 놓을 자리도 정돈했다. 손에 바로 잡히는 자리에는, 이제 몇 권만 놓아도 충분했다.
의자를 기다리면서 기대감을 동력으로 공부하기를 일주일, 배송이 좀 더 빨리 되어 드디어 차분한 딥그린의 의자를 받았다. 단 1분이라도 엉덩이를 더 대고 있고 싶었다. 그래야 본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순식간에 씻고 요기를 하고는 의자에 앉아 펜을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 위 공간만큼은 명품이었고, 나는 해이해지려 할 때마다 의자를 살 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최소한 그 위에서는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 그것이 의자를 대하는 나의 원칙이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최근에 집중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원래는 두 시간도 거뜬했는데, 못해도 세 시간에 두 번은 들썩였고, 한 번 나가면 20분 이내로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 제대 후 독하게 끊었던 담배 생각이 났고, 실제로 사겠다는 마음으로 편의점 앞까지 갔다가 졸음 쫓는 껌을 다섯 통이나 사 오기도 했다. 턱이 아플 정도로 씹었다.
4년 차에 접어든 수험 생활은 쉽지 않았다. 툭하면 이번에도 될 리가 없다는 두려움이 책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결과 없는 공부가 관성이 될까 두려웠다.
의자는 나를 책상 앞에 붙잡아 둘 비싼 핑계이기도 했고, 마음의 동력을 살리고자 하는 내 몸부림이었다. 마지막 희망의 부적 같은 것이기도 했다.
날짜를 세지 않고,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매일 그냥 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래도 그 시간 속에서 이번에는 달라진 것이 있었다. 어렴풋하게 자꾸 이걸 틀린다고, 헷갈린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선명해졌다. 다만 어떤 부분인지는 파악했어도 해결책을 찾아낸 것은 아니었다.
“내가 예전에 추천했던 강의 알지? 막판에 듣긴 좀 애매한데. 그래도 난 도움 진짜 많이 받았거든.”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합격자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만나지 않는다는 혼자만의 좀스러운 철칙을 세워두고 있었지만 호텔 뷔페에서 보신시켜 줄 테니 잠깐 나오라는 유혹을 거절하지 못했다.
재작년에 이미 합격하고도 몇 달에 한 번씩은 먼저 연락을 주던 고마운 대학교 친구였다. 나보다 준비가 빠르기도 했지만 유난히 빨리 붙은 케이스기도 했다. 만나면 자존감만 떨어질 것 같아 만남은 피하고 있었는데 그런 마음도 조금 내려놨다. 이제는 결과가 어찌 됐든 이번 한 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강의 얼마나 하지?”
“내가 들을 때 80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또 모르겠다.”
오랜만에 한우 스테이크까지 썰고, 랍스터에 잘 안 먹던 휘낭시에와 아이스크림, 마카롱까지 포식하고는 집에 돌아와 수강료부터 찾아봤다. 친구의 말과, ‘시험 직전에 들었는데 이 강의 덕분에 살았다’던지, ‘기준을 세워줘서 풀이할 때 긴가민가 했던 부분이 싹 해결됐다던지’하는 리뷰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온갖 할인을 다 끌어다 붙이면 87만 원 정도에 들을 수 있었다.
돈이 문제였다. 시험 준비가 길어지면서 부모님과는 깊은 대화를 피하고 있었고, 지원받는 식비는 건드리기 어려웠다. 수강료로 돈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기에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까 만난 친구는 빌려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이 정도는 바로 부쳐줄 것이다. 그래도 남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이디를 공유해 나눠서 듣는 수강생들도 있었지만 동시 접속이 되지 않아 나처럼 한 시가 급한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방바닥에 앉아서 말없이 짙은 초록색의 의자를 쓸어 보았다. 처음 편집숍에서 만졌을 때의 그 감촉이었다.
책상 서랍 가장 윗 칸을 열었다. 편집숍에서 받았던 명함이 있었다. 번호를 따라 눌렀다. 신호음이 갔다.
“혹시 구매한 의자 판매도 도와주시나요?”
직원은 잠시 구매 이력 조회가 필요하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잠시 아주 작은 잡음이 섞인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내 수화기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가능하세요. 사실 이 디자이너가 얼마 전에 은퇴를 선언해서 훼손이 크지 않다면 중고 가격도 잘 받으실 수 있는 시점이에요. 경매도 진행 가능하세요.”
아무리 명품이라도 중고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사실 가격 생각하지 않고 수강료만 나올 정도면 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약간의 욕심을 부려 150만 원만 넘는다면 판매해 줄 수 있는지 물었고, 절차와 판매 수수료에 대한 안내를 들은 후 전화를 끊었다.
의자와의 작별은 불과 며칠 뒤의 일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경매 진행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보내주기가 쉽지 않았다. 헤어지기 위한 나름의 의식을 거행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는 다시 도서관 행이었다. 의자는 갔지만 사실 나는 돌려보내지 않은 것이 있었다. 엉덩이를 떼지 않고 붙어 있는 감각. 의자는 그것을 주고 떠났다.
도서관에서 공부 중에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편집숍이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로 나가 수신 버튼을 밀었다.
“안녕하세요. 경매에서 526만 원에 낙찰 됐어요. 수수료 제외하고 곧 입금 예정입니다. 보내드리는 번호로 은행, 계좌번호와 예금주 부탁드립니다.”
생각지 못한 액수에 깜짝 놀랐다. 나는 몇 번이고 계좌번호를 확인하고는 회신했다.
내 의자는 복덩이였다. 나는 입금이 되자마자 강의부터 결제했다. 시험 디데이가 100일 남짓인 시점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사람의 강의를 아직도 추천하고 다닌다.
드디어 나는 책에서 빠져나와 실전으로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합격. 꼴도 보기 싫던 ‘불’ 한 글자를 떼기 위해 몇 년이 걸렸던가. 나는 자취방을 정리하면서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
다만 이제는 합격이 곧 성공 혹은 행복과 동일한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합격 경험을 공유하거나 조언을 부탁받을 때 꼭 그 점을 전달하려 애쓴다. 벼랑 끝에 서서 절벽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옆을 둘러보면 풍경이 각각 다른 아름다운 길들이 뻗어 있다는 것을. 정면만 바라보고 있어서 보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그토록 원하던 직장 생활은 솔직히 고단하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표류하던 때보다는, 좀 먹을 것이 없는 무인도에서 사냥을 다니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아내도 직장에서 만났다. 1년 선배였던 아내는 그 무인도에서 사냥 도구를 만드는 법과, 열매가 실한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살면서도 늘 그 점에 감사하고 있다.
둘이 열심히 모아 새 집을 계약하고, 그토록 원하던 북유럽 여행도 떠났다. 갑자기 너무 큰돈을 쓰는 것 같았지만 쓸 땐 쓰자며 의기투합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일룸스 볼리후스에 구경을 갔다가 나는 그 디자이너의 작품을 다시 만났다.
<예전 미공개작 세 점이 이번에 들어왔어요.>
직원이 제품 카탈로그를 손에 든 채 말했다.
나는 의자를 쓸어 보았다. 같은 질감이었다. 예전 의자보다는 약간 더 밝은 초록색이었다.
아내는 나의 수험 생활에 대해 익히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합격 후에는 종종 의자 이야기를 주변에도 했고, 의자의 가격을 듣는 대목에서 제정신이냐고 묻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공부를 오래 하다보면 사람이 좀 그렇게 돼 버리기도 한다는 애매한 공감이 돌아오는 때도 있었다. 아내는 내 이야기를 듣고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사람이었다.
아내는 라운지 체어 앞을 떠나지 못하는 나를 보고 마음이 동하면 뭘 고민하냐고, 당장 사라고 부추겨 주었다.
그렇게 영문으로 변환한 주소를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나는 꾹꾹 알파벳을 눌러 적었다. 다치는 데 없이 잘 보내 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구름에 발이 빠질까 봐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그 생경한 느낌으로 한 층을 내려왔는데, 아내가 종종 언급하던 스위스 브랜드의 커피 머신 매장이 있었다.
“이거 여보가 갖고 싶어 하던 머신 아니었나?”
“맞아. 플랫 화이트도 되더라고. 근데 너무 비싸서…….”
아내가 말끝을 흐렸다. 오른손 끝이 머신 끝에 닿아 있었다.
나는 바로 운을 뗐다.
“새 집에 놓자. 결제하러 가자. 아, 아니다.”
아내가 순식간에 토끼 눈이 되었다가, 살짝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 되었다.
“이런 건 AS가 중요하거든.”
내가 우유 거품 양을 조절하는 레버를 돌려보며 말했다.
“한국 가서 사자. 도착하자마자 가자.”
아내는 파핫 하고 내가 좋아하는 그 웃음을 터뜨렸다. 따라 웃지 않을 수 없는 웃음이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우리는 꼭 덴마크 여행을 다시 오자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그때는 우리를 반반 닮은 귀여운 아이와 함께 오자고 했다.
완벽하게 행복한 도시, 코펜하겐으로.
#이 글은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