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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청소 스타일

매일 서로 청소 좀 제대로 하라고 투닥거리는 이유

by 정벼리

우리 집은 가사분담 없이는 하루도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편과 이건 내 일, 저건 네 일 규칙처럼 집안일을 딱딱 나눠 갖는 것은 아니다. 각자 시간과 체력이 뒷받침되는 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때그때 적당히, 되는대로 하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남편과 내가 6:4 정도 비율로 집안일을 하게 되는데, 12년 차 부부인만큼 우리는 나름대로 손발이 착착 맞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사무실이 집에서 가까운 탓에 남편보다 내가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에 온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세탁기를 돌린다. 세탁물은 보통 남편이 출근 전 미리 분류하고 정리해 놓고 나가서, 나는 작동 버튼만 누르는 편이다. 저녁반찬 조리가 끝날 때쯤 남편이 도착한다. 아이와 함께 세 식구가 숟가락, 젓가락, 앞접시를 착착 세팅하며 밥 먹을 준비를 마친다. 식사를 마칠 때쯤에는 세탁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울린다. 남편은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기고, 자연건조가 필요한 옷가지를 베란다에 널어둔다. 그리고 한 사람은 애벌설거지를 해서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다른 사람은 집안 정리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집안일 결과에 대해 불평할 일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그건 청소다. 우리는 '청소가 마쳐진 상태'에 대한 지향점이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청소에 있어서는 상대의 결과물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청소를 할 때 먼지와 이물질이 없는 청결한 위생상태에 중점을 둔다. 다만 나는 정리정돈에는 영 소질이 없다. 오히려 물건을 늘어놓는 편이라, 소파 위 쿠션들이나 테이블 위 리모컨들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어도 먼지나 흘린 것이 없다면 깨끗한 상태라고 인식한다.


반면 남편은 청소를 할 때 질서 정연하게 정돈되고,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을 중요시한다. 남편이 정리하고 지나간 자리를 보면 나로서는 그제야, 저 물건의 자리가 저기였구나, 싶다. 남편은 바닥에 머리카락이나 먼지보다는 물건들이 각 잡힌 채 있어야 할 곳에 놓여 있는 상태를 깨끗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나 남편이나 상대방이 이미 청소를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청소를 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는 서재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아이는 아침인사와 함께 다급한 방어주문(?)을 발사하였다.


"안녕, 엄마! 이거 아빠가 허락한 거야. 아빠 운동하고 돌아올 때까지 게임해도 된댔어."
"어, 그래. 재밌게 해."


나는 부엌에서 보리차를 한 잔 따라 거실 소파에 앉았다. 창 밖을 바라보면서 잠시 멍 때림의 시간을 갖다가 영차 일어나 청소를 시작했다. 소파 위에 놓인 쿠션들을 집어 건조기에 넣고 먼지 털기 코스를 선택해 작동시켰다. 그리고 청소기를 들고 공기청정기와 펫드라이룸을 앞으로 끄집어내가며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건조기에서 뜨거운 공기로 팡팡 털어져 나온 쿠션을 소파 위에 던져두고, 먼지떨이로 TV를 슥슥 문지르고 있을 때 남편이 돌아왔다.


"일어났네? 근데 거실이 왜 이래!"
"응, 내가 청소하고 있었어. 깨끗하지?"
"무슨 소리야. 내가 아침에 청소해놓고 나간 건데. 정리 다 해놨더니 다시 난장판이네?"
"뭐? 청소를 한 거라고? 내가 청소기 싹 돌리고 먼지 닦고 있는 건데?"
"청소기 내가 이미 돌렸어!"
"거실 바닥에 머리카락이 있던데?"
"당신이 나와서 새로 떨어뜨린 건가 보지."
"뭐래! TV에 먼지도 안 닦아놓고. 청소 좀 제대로 해줘."
"알았어. 근데 당신도 청소하고 정리 좀 잘해봐. 오히려 더 어지럽혀지고 있잖아."


남편과 나는 투닥거리면서, 나는 먼지를 닦고 남편은 정리를 해갔다. 어휴, 청소 하나만큼은 정말 이렇게 서로 안 맞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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