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중인 부모에게는 너무나 짧은 주말
한동안 참 좋았다. 5월 초에는 부처님 오신 날과 어린이날이 이어져 기다란 연휴가 있었고, 6월 초에는 현충일 연휴가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연휴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정말 단비 같은 존재다.
주말을 희생하지 않고 밀린 집안일을 해결할 수도 있고, 휴가를 소진하지 않고 가족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할 일 다 챙기고 남는 하루쯤 늘어지게 쉴 수 있는 것도 참 좋다. 연휴를 어떻게 사용하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나니 좋지 않을 수 없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은 워킹맘들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채, 필연적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고민거리니까.
일하는 엄마라는 말에는 늘 두 개의 삶이 겹쳐 있다. 회사에서의 하루와 집에서의 하루, 그 둘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이중생활이다. 출근준비와 아이 챙기기가 겹쳐있는 아침으로 하루를 맞고, 서둘러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린다. 제 아무리 칼 같이 정시 퇴근을 해도, 아이와 함께 여유 있는 저녁을 보낸다는 것은 실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밥 차리고, 숙제나 준비물도 챙기고,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잔소리도 하고, 쓰다듬다가 윽박질렀다가, 또 꼭 끌어안았다가... 그냥 정신이 없다. 이러니 내가 연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나.
그런데 이제 달력을 아무리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아도 당분간은 연휴가 없다. 이제 무슨 낙으로 출근을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러 에너지를 짜내는 데에는 조금 더 달리다 보면 곧 연휴다, 하는 마음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는데 말이다. 다음 연휴는 달력을 두 번 넘기고 나야 광복절이 찾아온다.
대선 기간 동안 주 4일제, 혹은 주 4.5일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걸 보고 (이런 이야기가 꺼내지는 날이 드디어 오다니) 신기하고도 (진짜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많이 설렜다. 물론 임금하락, 기업 경쟁력 약화, 경기악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해소할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짧은 시간 더 집중적으로 일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사회 전반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휴식시간은 늘리고, 경제도 함께 챙길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주 5일제를 처음 도입할 때도 많이 불안해했지만,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은 올라간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변화의 용기가 가능하길 바라본다.
쉬고 싶은 마음이 게으르고 싶다는 것과 동치는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더 힘차게 숨 쉬고 싶은 것이다. 휴식의 가치가 더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오늘부터 바짝, 당분간 쉼표 없는 문장을 써 내려간다. 언젠가는 더 많이 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일하는 시간만큼 자기 자신과 가정을 살뜰히 챙길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부디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