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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에 아이 점심은 어떡하죠?

여름도 걱정이지만, 벌써부터 겨울은 더 걱정이다.

by 정벼리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약 보름 정도 남았다. 친정엄마나 육아휴직 없이 순도 백 프로 맞벌이 부부로 맞는 첫 방학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고민 중인 게, 방학 동안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스스로 밥을 차려먹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니 무엇보다 매일 점심밥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답을 모를 땐 일단 여기저기 물어보는 것이 가장 낫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인 다른 동료들에게 방학 동안 아이를 어떻게 지내게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방안들을 사용하고 있더라.


C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짜리 아들 둘이 있다. C는 방학 때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한숨을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보온 도시락을 두 개 싸놓고 나와요. 점심때 아이들끼리 도시락만 펼치면 식사할 수 있게요."


그녀는 '보온 도시락'을 강조했다. 국이나 반찬이 식으면 아이들이 가스레인지에 손을 대기 마련이라고, 보온 도시락에 밥을 싸두면 그런 위험 없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며 말이다. 그 외에는 오후에 늘 다니는 학원 시간이 될 때까지, 자유롭게 책도 보고, TV도 보게 둔다고 한다. 아이들도 휴식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집은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아이라 그대로 실행하긴 어려울 것 같다. 도시락을 열어 혼자 밥 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금방 매일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한다며 눈물을 뚝뚝 흘릴지도 모른다.


이번엔 외동아들이 고3이 된 N 선배에게 물었다. 그녀는 평소 아주 쿨한 육아스타일을 뽐내는 엄마인데, 역시 방학을 보내는 방법도 쿨하기 짝이 없었다.


"혼자 차려 먹는 거지, 뭐! 다 지 팔자야. 결국 적응하게 되어있어. 누가 일하는 엄마한테 태어나래?"


역시 남다른 분이다. 그렇지만 큰 어폐가 있다.


"애가 선택했나요? 선배님이 낳은 거잖아요."
"그런가? 으하하하!"


그녀는 화통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자신은 여름방학은 대충 혼자 차려먹게 두고, 겨울방학은 너무 긴 기간이니 보통 할머니 댁에 3~4주씩 보냈다고.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만 버텨내면, 중학교 이후부터는 방학 때 학원 다니느라 애도 바빠진다고 걱정 말라고 말이다.


"그냥 엄마한테 보내버려! 할머니집에서 한 달쯤 있다 오면, 집에서 내가 챙길 때보다 키도 쑥 크고 살도 통통하니 올라서 돌아올걸."


하지만 우리 엄마는 이미 조카 봐주느라 안 그래도 매일 허리가 휘고 있다. 거기에 우리 아이까지 엎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나를 향해, Y가 말했다.


"저희 조카들은 초등학교 2학년, 6학년인데요. 저희 누나는 학원 보내더라고요. 원래 둘 다 태권도 학원에서 단체 도시락 먹고 운동하고 왔었는데, 큰 조카는 올해부터 교과학원 방학특강 종일반을 보낼 거래요."
"태권도 학원에서 도시락도 줘요?"
"태권도가 K보육 끝판왕이잖아요. 신청한 애들 대상으로 도시락 매일 주문해서 먹인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다니고 있던 학원에서 그런 방학 서비스(?)가 있다면 나라도 당장 신청하겠다 싶었다. 꼭 태권도가 아니더라도 방학 동안 점심 제공이 되는 학원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나에게 Y는 다시 물었다.


"근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긴급 돌봄 같은 건 없어요?"


Y의 아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어린이집 방학 때에도 맞벌이 가정을 위한 긴급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는 한다. 방학 기간 동안은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반하여 주간 동안 그날의 당직 선생님이 특별한 수업이 없더라도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학교에는 그런 제도가 없나 싶었나 보다.


"방학 중 돌봄 교실이 있긴 해요. 근데 저희 아이 학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이용 가능하대요."
"아... 너무 대상이 좁네요. 초등학생이면 고학년도 아직 천방지축인데, 돌봄 제도가 부실하긴 해요."
"그러니까요. 여름방학도 걱정이고, 얘기하다 보니 벌써부터 겨울이 너무 걱정이에요. 겨울방학은 두 달이거든요."


진짜 걱정은 걱정이다. 겨울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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