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

완벽하거나 말거나

by Stella

오페라는 아몬드가루를 베이스로 한 얇고 고소한 시트에 커피시럽을 듬뿍 발라 물 먹은 스펀지처럼 퐁신하게 만들고, 커피 버터크림과 다크 초콜릿 가나슈와 함께 겹겹이 쌓은 디저트인데, 아주 진하고 달아서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다. 단가도 높고 사실 그리 대중적인 맛도 아니기 때문에 파는 곳이 잘 없는데, 나는 무척 좋아해서 종종 만들어서라도 먹는다.


오페라를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두께 3cm가 넘는 오페라는 섹시하지 않아!'라고 외치시곤 했는데, 그 말씀에 크게 동의하는 바이다. 오페라의 농축된 풍미를 온전히 즐기려면 작은 포크로 조금씩 저며 음미하듯 먹는 것이 좋은데, 너무 두꺼워지면 한 번에 자르기도 힘들어질뿐더러 미각세포를 때리는 첫맛이 너무 강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3cm밖에 되지 않는 갸또에 레이어는 7개나 된다. 비스퀴 - 버터크림 - 비스퀴 - 가나슈 - 비스퀴 - 버터크림 순으로 올리고 마지막에 초콜릿으로 얇게 코팅을 하는데, 이때 비스퀴에 적시는 시럽의 당도와 풍미, 버터크림의 질감, 그리고 가나슈에 들어가는 초콜릿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최종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수업 시간에 같은 레시피로 20명이 오페라를 만들면 20개의 다른 오페라가 나온다. 물론 모든 요리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고, 그것이 바로 불가사의한 '손맛'의 영역이겠지만, 오페라는 유독 그 차이가 크다.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구성요소를 따로 맛보면 차이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조립을 해서 한꺼번에 먹어보면 확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오페라가 칼날 같은 균형의 디저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나슈가 진한데 버터크림을 많이 올려서 부드럽게 만들면, 초콜릿 맛에 커피 향이 눌린다. 비스퀴를 조금만 얇게 구워버리면, 입에 넣었을 때 비스퀴가 먼저 녹아 없어지고 크림과 가나슈만 남아 약간 느끼해진다. 가나슈에 산미가 강한 초콜릿이 들어가면, 크림과 시럽에 들어가는 커피와 궁합이 좋지 않다. 이 모든 레이어들이 고작 0.5cm의 두께로 올라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미세한 차이가 쌓여 성공과 실패를 가르게 되는 것이다.


이 까다로운 디저트를, 나는 사랑한다.


만들 때는 온갖 잣대를 들이대가며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사실 오페라는 망치면 망친대로,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한 입 떠 넣고 커피를 조금 머금어 같이 넘기면 어영부영 맛있어진다. 미묘하게 어긋났던 균형도 한 모금의 커피가 다 끌어안아 주기 때문이다. 과자쟁이니까, 생각만큼 결과물이 나와주지 않으면 속상하지만, 그래도 오페라는 오페라인 것이다.


그래 - 할 만큼 해보다가 안되면, 커피 한 잔에 흘려보내면 그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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