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지하철 타고 왔어? 우리 같은 칸에 있었던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걸어왔는데?”
그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 지하철을 탔는데, 너의 향기가 나서 네가 같은 칸에 있는 줄 알고 계속 찾았어.
나, 네 향 너무 좋아.”
아주 짧았던 그 순간이 이상하게도 오래 남았다.
지금은 헤어진, 대학생 때의 남자친구.
한참이 지난 대화인데도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아마도 처음이었다.
내가 뿌린 향,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나라는 존재’를 확인받았던 순간이.
그때 나는 향이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르고,
외모도 취향도, 살아가는 자리도 달라졌지만
향기로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건
생각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기억된다는 것보다,
‘알아차릴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 사람에게서 스쳐온 향만으로도
나를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묘한 매력이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우리가 정말 우연히,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스쳤다면,
지금의 그는,
많이 달라진 내 외모보다 먼저
내 향기로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오늘은 문득 그런 마음이 들어
오랜만에 나만의 향기를 제대로 걸치고 외출하려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의 기억 속에서
내 향기가 다시 번져갈지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