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산모와 아이를 함께, 노르웨이 모자동실 시스템

by 스텔리나

출산을 마치고 나니 회복실로 나와 아이는 옮겨졌다. 거의 쓰러지듯 잠에 들고 눈을 떠보니 조그마한 침대에 작은 나의 딸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뜨개질로 만들어진 모자를 쓰고 있었고 배냇저고리를 입고 두툼한 이불로 덮여있었다. 아이는 나를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울지도 않고 있다니 신기했다.


그리고 이내 지난 출산 과정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마치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꾸고 눈이 떠 그 꿈에 대해 다시 곰곰하게 떠올려보며, 내가 지금 눈 떠있는 이 공간이 현실이라 자각되지 않는 어리벙벙한 느낌이 들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왔다니 실감이 안 났다.


출산 후 바로 모자동실

노르웨이에서는 출산 직후 산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모자동실을 한다. 한국에서 출산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자동실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장단점은 확실했다.

첫째, 산모에게 회복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출산을 마치면 아이를 낳으면 더 이상 고통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나의 몸은 마디마디가 아팠고 출산을 도와주던 산파들의 관심은 오로지 ‘아이가 밥을 먹었는지, 즉 모유수유를 했는지’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다. 아이의 정상적인 몸무게 증량을 위해 아이가 잘 먹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애를 낳은 지도 얼마 안 돼서 바로 아이를 육아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으로 느껴졌다. 진통의 여파로 허리가 뻐근하고 구부리면 끊어질 듯 아팠고 다리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이를 안고 있는 것도 버거울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당시 아이를 안는 건 주로 남편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는 없었다.


둘째,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출산과 다른, 아니 어쩌보면 출산보다 더 큰 어려움을 주었다. 미드와이프는 나에게 모유수유할 건가요, 분유수유할 건가요라고 묻지도 않고 자연스레 아이에게 젖을 물릴 거라 예상하듯 첫 수유시간이 다가옴에 모유수유 자세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후 거의 매 세 시간마다 와서 아이 밥 먹였나요?라고 묻는 게 당시 나에겐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잠을 푹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또 모유수유가 이렇게 아플 줄이나 상상도 못 했기에 몸이 아픈 와중 모유수유에 대한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첫 출산이라 모유가 잘 돌지 않아 미드와이프는 나에게 세 시간마다 가슴마사지를 하라고 했고 직접 내 가슴을 잡고 시연을 해주는 데 그마저도 아프고 불쾌감을 주었다. 그렇게 내 의사와는 상관없는 너무나 당연스럽고 자연스러운 모유수유를 시도하게 됨으로써 머리를 제외하고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특히 나 혼자 부모가 된 게 아닌 데 아이의 아빠에게는 애가 밥을 먹었는지 묻지도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묻는 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애를 낳고 ‘젖소’가 된 것 같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뭐 모유수유를 하는 대상이 엄마다 보니 그런 거겠지만 말이다. 그저 나는 아이에게 젖을 주는 존재로 느껴졌다.

셋째, 모유수유 자세 등과 관련하여 미드와이프마다 조언이 달라서 좀 혼란이 왔다. 어떤 사람은 이런 자세로 해도 괜찮다 그러고 어떤 사람은 그것보다 눕수를 하라고 하는 등 사람마다 다른 조언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이 됐었다. 누구는 유두보호기를 사용해도 된다 하고 누구는 함몰유두가 아닌 이상 사용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는 등. 그리고 나는 모유수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완모를 해야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분유수유를 하지 뭐라는 마음이 더 컸었다. 그래서 모유수유에 대한 사전 정보가 많지 않음과 동시에 임신 과정 중에 모유수유에 대한 사전 교육 부재와 더불어 위와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 및 미드와이프들도 자세 관련해서 도움을 주다가도 모유수유 관련 정보가 담겨있는 웹사이트를 알려주면서 궁금한 거 있으면 확인하고 물어보라고 했는 데 수유 후 트림 시키고 애 재우고 나를 추스르는 시간도 없이 또 끼니 등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읽는 시간조차 사치로 느껴졌다. 내 몸이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지? 라며 생전 처음 겪는 몸 통증과 함께 노르웨이어 또는 영어로 적힌 정보를 읽을 에너지는 나에게 없었다.


넷째, 출산한 후, 밥도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한다. 회복실에 들어서면 산파가 파라세타몰과 이 북스를 건네며 몇 시간마다 복용하라고 한다. 몸의 회복에 신경 쓰기보단 그냥 약빨로 버텨야 하는 걸까? 세 시간마다 또는 한 시간, 두 시간마다 수유해야 하는 산모가 직접 자신의 밥까지 챙겨 먹을 여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정도였다. 신생아 때는 모유수유하다가 잠들기 일 수고 또 자세 등 모든 게 익숙지 않다 보면 금방 한 시간이 지나고 또 아이 기저귀 등을 갈고 이제 좀 쉬려고 하면 금방 또다시 수유텀이 돌아온다. 아울러 회음부 쪽 통증으로 인해 걷는 것도 시원치 않은데 구내식당까지 걸어가서 밥을 거기서 먹던 회복실로 가져와서 식사를 마친 뒤, 다시 구내식당에 식기를 반납하러 가야 하는 상당한 번거로움이 존재했다. 특히 노르웨이는 저녁 식사시간이 주로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정도로 굉장히 이른 편인데, 병원 식당 저녁 배식 시간은 2시에서 4시 사이로 굉장히 짧게 운영됐다. 그래서 총 4일을 병원에서 지냈지만 단 두세 번의 식사만 가능했을 정도로 아이 수유하고 돌보다가 배식 시간을 놓친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노르웨이에서는 출산 후 영양식 이런 것을 찾아보기 어렵고 평소와 같은 일반식(햄과 치즈, 살라미 등을 얹어먹는 빵)으로 입맛이 더더욱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남편이 집에서 미역국을 끓여 오고 또 사전에 만들어둔 와플, 베이글 등 또는 배달 음식으로 우리는 끼니를 해결했다.

그리고 미드와이프는 매번 아이의 끼니는 확인하지만, 그 아이에게 밥을 주는 엄마의 끼니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 좀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무슨 철인도 아니고 밥도 안 먹고 버티면서 어떻게 몸을 회복할는지, 그냥 성인이니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건가 싶기도 하며 혼자 아이를 낳아야 한다거나 첫째가 있어 둘째 출산 후 남편은 집으로 가야 하고 혼자 아이와 회복실에 있어야 하는 여성은 어떻게 끼니를 챙기라는 걸까? 내가 몸소 겪어보니 산모에 대한 돌봄은 진통이 끝나고 애를 무사히 출산한 순간 끝나는 것 같다.


다섯째, 이른 퇴원. 자연분만의 경우 대체적으로 2-3일 안에 퇴원을 하며 근래에는 자연분만 후 8시간 뒤에 퇴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출산으로 인한 병원 입원은 무료이다 보니 여성과 아이가 건강할 경우 퇴원할 것을 권유한다. 첫 아이의 경우는 좀 덜하다고는 하는데 나 또한 3일째 되던 날에 산파가 집에 갈 준비가 됐냐며 물었다. 준비 안 됐다고 하니, 만약 분만실이 다 꽉 차면 회복실을 비워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 경우, 다른 층으로 이동하거나 최악의 경우 복도에서 지내게 될 수도 있다며 집에 갈 것을 돌려 돌려 권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표정이 안 좋아지자, 산파는 오늘은 다른 산모들 중 퇴원하는 사람이 꽤 있어 지내도 되지만 내일은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분만실이 다 꽉 찼다고 퇴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퇴원을 하긴 했지만 거기에 있어도 사실 밥도 잘 챙겨 먹지도 못하고 산파들한테도 도움 받는 게 시원치 않아서 그날은 퇴원하기로 결정했다.


노르웨이에서 출산 후 모자동실을 하며 느낀 점은 명확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좀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산모의 몸은 제대로 돌보기 힘들어 축나는 점에 따라

모자동실이 좋다고는 하지만 출산한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해당 시스템이 꽤 좋다고는 느끼기는 어려웠다. 둘째에 대한 생각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둘째를 낳게 되면 한국 산후조리원을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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