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by steloy

사진을 찍을 때면 눈에 보이는 것만큼만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풍경 사진을 찍을 때 더 그렇다. 어떻게든 잘 찍어보려 노력해도 결과물은 대게 실제로 보는 것만큼은 아니었다. 그건 글을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머릿속에 이런 것들 저런 것들이 가득 있는 걸 글로 정리를 하려고 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좋은 문장과 내용이 가득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어떻게든 표현한 결과물을 보면 역시 실망하게 된다. 생각을 그대로 옮겨주는 기술이 발달된다면 아마 훌륭한 작가가 되지 않을까.


기록은 어떤 형식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무엇으로 기록해야 할지,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등등등.. 방식과 형식 그리고 틀 모든 면에서 생각해야 할 점이 너무도 많다. 그런 데다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아무것도 펼쳐져있지 않은 공백을 채워가는 기분이랄까. 이게 정말 잘 하고 있는 건지 혹은 잘못된 것을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도 찾지 못한 채 너무도 넓고 온도 없는 공간에 내 버려진 것 같다. 누군가는 방향을 알고 있는 척을 하지만 그게 꼭 옳다고, 틀리다고, 잘 모르겠다고 답이 없는 끝없는 공간. 하지만 그 공간에 대한 너무 과한 수식어는 이 글에 어울리진 않다. 처음과 끝의 중압감에 눌리는 것 또한 좋진 않다. 손을 가볍게 해야 머리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누가 뭐라 해도 처음은 낯섦의 세계, 낯선 것도 설레는 것도 모두 흔하게 말하고 들어온 이야기다. 시작은 어때야 한다. 그리고 시작은 이렇다 라고 말하는 것 또한 흔한 이야기. 모든 것에 처음이라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어색하고 당혹스럽다. 어색한 처음을 지나고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다가 문득 어느 순간부터는 의식하지 않게 된다. 어쩌면 자연스럽다 라는 것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때로는 처음부터 끝을 이야기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한다. 모두들 끝을 알지만 낯섦과 어색함으로 가까이하지 않아 친하기 힘든 거니까.


언제나 무엇을 이야기할지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시작하지 않은 끝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는 건조하게 느껴지면서도 흥미롭다. 처음과 끝은 나뉘었다고 생각했었고, 그게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놀랍게도 같으면서 무척이나 다르다. 나뉨은 항상 신기하게 여겨졌다. 왜 나는 너와 다른가. 나는 왜 그들과 다른가. 그들은 왜 내가 아니고. 나는 왜 그들이 아닌가. 어떻게 누군가는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고. 또 왜 그렇게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수많은 다름에 대한 궁금함은 같음에 대한 의심과도 같았다.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분간되는 한계점인 경계에서는 모든 것들이 나누어진다. 시간, 공간, 마음, 중요성, 의미도. 물론 어디를 경계로 정할지는 무척이나 어려운 질문이다. 모든 건 다 경계이고, 또한 모든 건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 이기도하니까. 그것에 대한 기준을 잡는 게 자기중심. 그 안에서 나뉜 경계를 통해 세상을 하나씩 구축해 나가는 건 관점이 되며, 경계 안에서는 밖이 대립하고, 다른 방식으로 경계를 설정하면 밖이었던 것이 안이되는 알 수 없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아마도 나는 공간에 대해서 이렇야기하려 한다. 공간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신기하고 새롭고 경계를 보여주며, 그리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다른 세계와 크기를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존재 해왔고 앞으로도 반복되는 이야기를, 때로는 마주하기에 부담스럽고 어색하기도 한 이야기를. 사실 공간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좋은 장소이고 공간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공간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고, 공간은 다름과 같음, 공간은 시간과 경계, 공간은 낯섦과 편안함, 그리고 공간은 세상과 다른 세상의 경계.. 물론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건, 공간이 그 자체로서 살아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 순간부터 그 공간은 의미와 또 다른 새로운 의미로 진화, 변화하기도 한다. 그건 수많은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의도해서 그렇게 변할 수도 있고, 의도치 않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이나 경험에 의해 하나의 공간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공간이라는 것이 그렇게 변해서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그것 또한 즐겁다. 무너진 경계와 알수없음의 낯섦의 세계. 그 공간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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