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window

by stel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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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공간을 나눈다. 선으로 나뉜 공간은 한쪽은 안 다른 한쪽은 밖이 된다. 안 혹은 실내는 안정감과 편안함, 소속감을 주지만 때로는 답답함과 제한, 통제로 느껴진다. 밖은 자유로움, 넓음, 쾌적하면서 때로는 불안함, 혹은 막연함, 그리고 제어할 수 없으므로 다가온다. 창은 두 공간을 연결해준다. 창이라는 조그마한 틀로 안에서 밖을 볼 수 있고 마찬가지로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다.


창은 문과 다르다. 문은 안과 밖의 적극적 소통과 왕래이지만 창은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도 완벽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창을 통해 두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안정감을 느끼며 자유로울 수 있다. 편안하면서 동시에 불편함이 있다. 창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두 가지의 감정이 섞이는 것이 즐거웠는지 막힌 건물에 창을 만든 것일까.


창으로 빛이 들어온다. 빛은 창 밖을 가득 채우면서 공간을 넘어 안으로 침범한다. 빛은 이야기한다. 바람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나직하며 잔잔히 풀어놓는다. 바람이 불면 구름은 천천히 지나가고 많은 소리를 만든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풀벌레의 작은 소리, 멀리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 누군가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 빛은 어느새 긴 그림자를 만들고 맑았던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 차 조금 서글펐는지 왈칵 눈물을 흘린다. 톡톡톡 창가를 두들긴다. 슬픔을 쏟아내려고 조용히 흐느끼기도 한다. 딱히 좋은 위로를 할 수 없어 내리는 비를 보며 아무 말 못 하며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본다.


때로는 창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건 너무 고립되서가 아니고 고독해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은 나와는 구별된 세계. 구별됨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 너무 편협하다면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소통이 분리되면 더욱 고립하게 만들고 고립 안에서 고독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 외로움이 세상으로부터의 물러남을 의미하지만, 고독은 소통의 필요를 절실하게 깨닫게 하기도 한다. 고립이 단절이라면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고독은 나와 세계의 소통의 필요를 알게 해준다. 바로 그 덕분에 슬픔에서 벗어나 창 밖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창 밖으로 손을 내민다. 물론, 완벽한 이해는 있을 수 없지만 우리는 그리고 너와 나는 하나의 창을 두고 또 다른 이해와 연결을 기대하며 고립에서 벗어나려 애를 쓴다. 그러면 언젠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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