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by steloy

그림자가 가늘고 길게 늘어진다. 빛이 눈이 부시다.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보이는 건 그림자였다. 그림자 속에 웅크려 있던 시간 동안 내가 누군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나는 이야기를 관찰하고 싶어 하고 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한 걸음 내디딘다. 한 발을 옮기려면 한 발로 서있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바로 그 순간 느껴지는 불안감이 무섭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두 손을 꽉 쥐고 다음 발을 내디뎌야 한다. 그래야 걸어갈 수 있으니까. 그래야 넘어지지 않을 테니까.


나의 이야기를 마구 적기 시작한다.

그리움에 대하여. 아픔에 대하여. 두려움에 대하여. 나의 걸음에 대하여.

그리고 언제나 명심하자 빛을 향해 걷고 있어도 그림자는 항상 따라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