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어요. 혼자서 반짝이는 나무가. 그 녀석의 꿈은 별이 되는 거였어요. 수많은 밤이 지나가는 동안 나무는 별을 바라보고 꿈을 꿔요. 별은 너무도 반짝이고 그걸 볼 때마다 자신은 조금 초라해 보였죠. 나는 왜 별이 아니고 나무일까. 하늘에 수없이 빛나는 별을 보면서 그 별의 숫자만큼의 질문들이 나무를 어지럽게 했죠. 답을 찾지 못하는 밤은 늘 검고 어두웠어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고 이내 곧 눈이 내렸죠. 그것이 눈인지, 빛 망울인지, 눈물이었는지. 얼어붙을 것 같이 차가웠지만, 나무는 그런 것들이 모두 별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시련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참고 견디면 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묵묵히 참고 또 참았어요. 끝을 알 수 없는 막연함은 견디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이 외로운 밤보다는 나쁘진 않다고 스스로 위로했죠. 다시 봐도 여전히 투명하고 느릿한 눈은 아무런 말이 없었어요. 그저 내리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듯. 묵묵히 내렸어요. 겨울은 혹독했죠. 아무것도 주변에 남아 있지 않았어요. 뿌리 끝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는 세상에 있는 그 무엇이라도 저항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죠. 그러는 동안에도 나무는 겨우내 생각하는 것을 잊지 않았어요. 수많은 생각이 겹치고 또 겹쳐졌죠. 처음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왜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떠오르는 것은 파편적인 기억들이었어요. 눈이 부시게 밝은 태양과 파랗고 깊은 하늘, 말 없는 구름, 내리기 시작하는 비, 혼자서 화를 내고 도망가는 번개, 세상을 집어삼키는 불,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 나무가 태나기 전부터 있었던 땅의 기억, 잊을 수 없는 바람의 냄새. 해가 지면 달은 떠오르고 작은 동물들이 주변을 서성이기도 하고 곧 사라지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눈은 도무지 끝을 알 수 없이 내리며 나무를 뒤덮었죠. 눈은 꽃이 되었어요. 온몸으로 달빛을 반사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을 내는 하나의 꽃이. 그 덕분에 나무는 더욱 반짝였죠. 서글픈 청아함은 죽음과도 맞닿아 있는 아름다움으로 나무를 새롭게 살리면서 영원히 죽이고 있었죠.
가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하고 외로워질 때가 있어요. 어느 순간 나는 사라지게 될까 봐 두려워요. 나는 잃어버리고 당신은 얻는 거예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죠. 그런데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그렇게 얻게 되는 게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그것이 지금 그리고 영원히 계속되고 있다는 거죠. 너무도 작고 가난한 믿음으로 버티는 나날들이 계속되는 거예요. 내가 아직 그대로 있기를 바라며. 완벽하게 사라지길 바라며. 거기, 거기에 있는 건 내가 아니에요. 내가 원하는 곳에 가길 바랐어요. 벽을 뚫고 가기도 하고, 강에 떠내려가기도 하죠. 난 여기 있지 않아요. 이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여기 없으니까요. 너무도 짧은 순간 나는 사라지죠. 그 시간은 이미 지나갔어요. 맞아요, 이미 사라졌어요. 불꽃이 반짝하는 순간, 그 빛에 눈이 멀어 버린 채, 나는 춤을 출 거예요. 난 이미 여기 없어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나는 사라졌으니까요.
나무가 눈을 떴을 때는 주변이 많이 변해있었어요. 땅은 촉촉했고 공기는 건조했죠. 바람은 차가웠지만 햇빛은 따뜻했어요. 나무는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별에 대해서, 쓸쓸함에 대해서. 나무의 생각은 끊임없이 계속 이어지고 또 이어졌어요. 나무는 왜 자신이 아직도 살아 있는지를 이해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 못해도, 그래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생긴 커다란 변화를 발견했어요.
나무의 몸에는 나이테가 하나 생겼어요.
눈에 드러나게 보이진 않지만 확실히 나무테 하나가 생겼음을 느꼈어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또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시간들을 반복하다가도 가끔 나무는 나이테에 대한 생각을 해요. 그 생각은 나무를 힘들게 만들면서도 위로가 되기도 해요.